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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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음식점들이 고객들에게 ‘인플레이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메뉴 가격 인상보다 수수료를 ‘슬쩍’ 부과하는 편이 고객들의 저항에 덜 부딪친다는 이유도 반영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식자재 가격 및 직원 임금 상승으로 늘어난 비용을 다양한 수수료 도입으로 보전하려는 음식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수료 명칭은 웰니스 수수료, 비현금 조정, 추가 연료비 등으로 다양하지만 목적은 인플레이션 충격 상쇄다.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유지하되 용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춰 이익을 보전하는 전략인 슈링크플레이션과 유사한 맥락이다.

포스(POS)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라이트스피드는 최근 1년여(2021년 4월~올해 4월) 동안 고객사 6000곳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수수료 수익이 과거보다 두 배 가량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서비스 수수료 등을 추가한 기업은 36.4% 늘었다.

음식점들이 도입한 인플레이션 수수료는 보통 몇 달러 수준이다. 서비스 제공자에게 지급하는 팁보다는 보통 적거나 비슷하다. 그러나 고객들이 영수증을 꼼꼼히 살펴보기 전에는 인플레이션 수수료의 존재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플레이션 수수료를 냈다는 걸 깨달은 소비자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영수증을 공유하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직원 웰니스 수수료가 청구된 식당 영수증>
자료: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
<직원 웰니스 수수료가 청구된 식당 영수증> 자료: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
그럼에도 미국 음식점들이 속속 인플레이션 수수료를 도입하는 이유는 가격 인상보다는 매출 감소 우려가 적기 때문이다. 원자재 비용 상승에다 구인난에 따른 직원 임금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법으로 수수료가 그나마 부작용이 덜하다는 판단이다. NPD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점의 원재료 등 비용이 17.5% 오르는 동안 음식점 소비지출 증가율은 5%에 그쳤다.

데이빗 포탈라틴 NPD그룹 고문은 “고객들은 메뉴 가격 인상보다 수수료 부과를 더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수료를 통해 음식점들이 늘어난 원재료 및 인건비 중 일부를 회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