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 현악사중주 16개 전곡 연주…12일 예술의전당서 첫 공연

노부스 콰르텟 "에베레스트 오르는 기분"…베토벤 전곡연주 도전
"워낙 큰 산이라 설렘보다 두려움이 크네요.

두려운 만큼 준비해 무대에서 결과로 보여야죠."
한국 실내악의 대표 주자인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이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에 나선다.

6월부터 11월까지 5번에 걸쳐 총 16곡을 나눠 연주하는 이 대장정은 이달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시작된다.

지난 2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동 캠퍼스에서 만난 노부스 콰르텟 멤버들에게서는 큰 도전을 앞두고 설렘과 함께 긴장감이 느껴졌다.

"멘델스존, 쇼스타코비치, 브람스의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를 해봤지만 베토벤은 이런 작곡가들이 모두 선망했던 작곡가예요.

그만큼 음악적 완성도나 깊이가 남다르니 이를 대하는 마음도 다들 수밖에 없죠."(바이올린 김재영)
가슴 벅찬 이번 도전의 목표는 거장이기에 앞서 인간으로서의 베토벤을 관객들이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현악사중주는 작곡가의 가장 내밀한 속을 담는 장르예요.

베토벤이라는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살았는지 저희 연주를 통해 관객들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첼로 이원해)
베토벤은 생애 전반에 걸쳐 현악사중주 곡을 작곡했다.

따라서 현악사중주 전곡을 연주한다는 건 그의 생애 전체를 접하는 것과도 같다고 여겨진다.

이번 전곡 연주는 5번에 나눠 이뤄지지만 한 회 공연만 보고도 베토벤의 생애 전반을 느낄 수 있도록 회차마다 초기, 중기, 후기 작품을 골고루 배치했다고 한다.

"베토벤이 시기마다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 차이를 관객들이 느끼면 좋겠어요.

한 프로그램 안에 그의 인생이 다 깃들여질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바이올린 김영욱)
준비 과정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들다는 베토벤 전곡 연주 도전에 나서기로 결심한 이유를 묻자 김재영은 "중독"이라는 한 단어로 답했다.

"한 작곡가의 전곡을 연주하고 난 뒤의 성취감, 그리고 연주자로서 깊이가 한층 깊어지는 느낌에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작년에 쇼스타코비치를 끝내고 다시는 안 하리라 다짐했는데, 이렇게 하게 된 걸 보면 운명인 것도 같고…."(김재영)

노부스 콰르텟 "에베레스트 오르는 기분"…베토벤 전곡연주 도전
어느덧 데뷔 15주년을 맞이한 노부스 콰르텟은 2007년 한예종 출신의 젊은 연주자들이 실내악에 대한 사명감으로 뭉친 그룹이다.

실내악의 불모지로 여겨지던 한국에서 이들의 발걸음 하나하나는 그대로 역사가 됐다.

2012년 뮌헨 ARD 콩쿠르 2위, 2014년 제11회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 우승 등 한국인 최초의 기록들을 써가며 '젊은 실력자들'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제 15년 경력의 중견 연주자가 된 이들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잘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고 한다.

"신인 때나 지금이나 연주하는 마음은 똑같아요.

더 잘하고 싶은 마음. 15년이 됐어도 여전히 연주는 편하지 않고 어려워요.

20년 차가 되면 좀 편해질까 궁금하네요.

"(김재영)
최근 국내에서 여러 실력파 콰르텟이 생겨나고 있는 것에는 "환영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죠. 요즘 젊은 연주자들은 음악에 대한 열정도 크고 실내악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 같아요.

이런 변화를 기분 좋게 느끼고 있습니다.

"(비올라 김규현)
노부스 콰르텟은 이런 후배들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30주년, 40주년도 맞이하고 싶다는 바램을 드러냈다.

"우리가 가는 길이 곧 후배들이 걸을 수 있는 길이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30∼40년 동안 활동을 이어간다면 그걸 보고 후배들이 더 오래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김재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