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드디어 원유 더 푼다…"그래도 유가 상승세는 계속"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들이 세계 시장에 원유를 더 풀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고유가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 등의 추가 생산 압박에도 꿈쩍않던 산유국들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소식에도 최근 들어 배럴당 120달러를 넘나들고 있는 국제 유가는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OPEC+는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원유 생산량을 대폭 줄였다. 당시 감산 규모는 일평균 580만 배럴이었다. 이후 빠른 세계 경제 회복세에 따라 원유 수요가 다시 급증하자 작년 8월부터 하루 평균 40만 배럴 가량씩 공급을 늘려 감산 규모를 완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국제 유가는 계속 치솟았다. 세계 각국의 경제 재개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인플레이션이 심화한 데다 올초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불안 요인까지 더해지면서다. 이에 미국은 시중에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고 OPEC+에는 증산 규모를 가속화할 것을 촉구했으나, 사우디 등은 '찔끔 증산'을 이어왔다.
이날 전격적인 증산 발표는 러시아를 OPEC+의 산유량 할당 합의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개전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러시아 원유 금수 제재안을 마련한 데 대한 OPEC+ 차원의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러시아를 뺀 덕분에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른 회원국들의 원유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즉각 "사우디가 이번 합의를 위해 역할을 한 것을 알고 있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스위스쿼트 은행의 한 선임 애널리스트는 "추가 증산은 예측하지 못한 진전이었다"면서 "그간 증산에 부정적이었던 사우디의 변화는 2년간 얼어붙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CNN 비즈니스는 "국제 유가가 앞으로도 계속 올라 전 세계가 1970∼1980년 초반에 겪었던 '오일 쇼크' 이상의 에너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비단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일시적인 공급망 교란 때문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에너지값 폭등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후대응 운동으로 인해 과거 수년간 화석연료 에너지 투자 규모가 급감한 게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에너지포럼(IEF)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석유·가스 분야에 대한 투자는 3410억달러(약 424조원)였다. 이는 사상 최고치였던 2014년 7000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규모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5250억달러보다도 23% 가량 적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프란시스코 블랜치 글로벌 원자재 전략가는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화석연료 투자를 계속 위축시킨다"며 "이는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공급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당장 화석연료 개발 투자를 다시 늘린다고 하더라도 실제 증산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몇년이 더 걸리는 만큼 에너지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OPEC+의 입장 선회
사우디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2일(현지시간) 진행한 석유장관 정례회의에서 "오는 7~8월 증산 규모를 하루 평균 64만8000 배럴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평균 43만2000 배럴이었던 기존 증산 규모에 비해 50% 가량 추가됐다. 석유장관들은 회의 직후 낸 성명에서 "원유와 정제제품 모두에서 안정적이고 균형 있는 시장의 중요성이 강조됐다"고 추가 증산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OPEC+는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원유 생산량을 대폭 줄였다. 당시 감산 규모는 일평균 580만 배럴이었다. 이후 빠른 세계 경제 회복세에 따라 원유 수요가 다시 급증하자 작년 8월부터 하루 평균 40만 배럴 가량씩 공급을 늘려 감산 규모를 완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국제 유가는 계속 치솟았다. 세계 각국의 경제 재개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인플레이션이 심화한 데다 올초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불안 요인까지 더해지면서다. 이에 미국은 시중에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고 OPEC+에는 증산 규모를 가속화할 것을 촉구했으나, 사우디 등은 '찔끔 증산'을 이어왔다.
이날 전격적인 증산 발표는 러시아를 OPEC+의 산유량 할당 합의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개전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러시아 원유 금수 제재안을 마련한 데 대한 OPEC+ 차원의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러시아를 뺀 덕분에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른 회원국들의 원유 생산량을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즉각 "사우디가 이번 합의를 위해 역할을 한 것을 알고 있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스위스쿼트 은행의 한 선임 애널리스트는 "추가 증산은 예측하지 못한 진전이었다"면서 "그간 증산에 부정적이었던 사우디의 변화는 2년간 얼어붙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전망했다.
○화석연료 투자감소가 근본원인
다만 이 같은 소식에도 국제 유가는 소폭 상승했다. 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장에 비해 1.39% 오른 배럴당 116.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전 거래일보다 1.14% 뛴 배럴당 117.61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원유재고가 줄어든 탓으로 분석된다. 이는 미국인들이 원유 소비를 예상보다 늘리고 있다는 의미다.이런 가운데 CNN 비즈니스는 "국제 유가가 앞으로도 계속 올라 전 세계가 1970∼1980년 초반에 겪었던 '오일 쇼크' 이상의 에너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비단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일시적인 공급망 교란 때문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에너지값 폭등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후대응 운동으로 인해 과거 수년간 화석연료 에너지 투자 규모가 급감한 게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에너지포럼(IEF)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석유·가스 분야에 대한 투자는 3410억달러(약 424조원)였다. 이는 사상 최고치였던 2014년 7000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규모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5250억달러보다도 23% 가량 적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프란시스코 블랜치 글로벌 원자재 전략가는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화석연료 투자를 계속 위축시킨다"며 "이는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공급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당장 화석연료 개발 투자를 다시 늘린다고 하더라도 실제 증산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몇년이 더 걸리는 만큼 에너지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