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측, 로키 행보 속 정면돌파 고심…"당원 뜻 따라야"
내부 경고음 고조…"이러다 폭망" "내부 총질에 혼연일체" 더불어민주당에 불어닥친 6·1 지방선거 참패 후폭풍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패배 책임을 둘러싼 내부 충돌이 차기 당권 싸움으로 번지며 묵은 계파 갈등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설상가상 리더십 공백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일촉즉발의 내전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은 지방선거 완패의 책임자로,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목하며 대대적 공세에 나서고 있다.
소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프레임을 동원해 지방선거 전면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았다는 주장이다.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 결과에 대해 "민주당의 잘못된 공천을 심판한 것"이라며 "(이 고문은 대선 때 자신을 지지했던) 1천614만명이 뭉쳐서 도와줄 것이라는 위험한 생각을 가졌다"고 비판했다.
김종민 의원도 라디오에 나와 "민주당으로서는 참사였다.
이재명, 송영길 두 분이 대선 한 달 만에 출마한 게 결정적이었다"며 "이건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였다"고 비난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도 사실은 이 고문이 그런(계양을 출마) 선택을 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며 "이제는 두려워하지 않고 좀 더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친문 의원들은 이 고문의 원내 입성을 통한 당권 장악 시나리오를 차단하는 데도 부심하는 분위기다.
지난 대선을 전후해 사실상 뒤로 물러나 있던 친문 세력이 차기 헤게모니 경쟁에서만큼은 밀려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으로 해석된다.
홍 의원은 이 고문의 오는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대해 "상식적인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
이런 분들(이 고문 측 인사들)은 이 고문 말고 민주당을 개혁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는 시각을 가진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김 의원도 "또 당의 전면에 나선다? 그러면 민주당은 국민들한테 더 큰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이 고문을 견제했다.
비이재명계에 속한 한 초선 의원은 "이 고문이 전대에 출마하는 순간 당이 쪼개질 수 있다"라고도 했다. 이 고문은 물론 이재명계 의원들은 이틀째 공개적 발언을 삼가며 '로키' 행보를 이어갔다.
'경기 승리'로 그나마 체면치레는 했으나 사실상 완패와 다름없는 만큼 일단은 자숙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고문의 측근인 한 수도권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친문을 중심으로 불만들이 많이 터져 나오는 것 같은데 예상한 결과이기도 하다"며 "당장 우리 쪽 의원들끼리 집단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어쨌거나 당원과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부름이 있다면 이 고문이 당 전면에 나서 개혁과 혁신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내 일부 중진들 사이에서는 확산일로를 걷는 내부 갈등을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선거 패인 분석과 책임 공방이 뒤늦게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유인태 전 의원 같은 원로들을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모셔 빨리 내분을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출구 없는 내홍으로 가다가는 가장 빠르고 완벽하게 당이 '폭망'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객관적인 평가"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복당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페이스북에서 "2연패한 민주당이 내부 총질에 혼연일체가 돼 있다"며 "진보는 싸우고 백서를 내면서 전열을 정비한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패배하고 물러났다.
그러나 오래 싸우진 마세요"라고 했다.
비대위 총사퇴에 따라 당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4선 이상급 중진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방선거 패배 수습책을 논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