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당 5000억' 반도체 장비 인텔에 다 뺏겼다…삼성 '발칵' [강경주의 IT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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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의 IT카페] 52회
이재용, 해외 출장서 장비 수주전 진두지휘
ASML, 차세대 반도체 장비 전량 인텔 배정
"반도체, 기술 영역→관계 영역으로 전환"
이재용, 해외 출장서 장비 수주전 진두지휘
ASML, 차세대 반도체 장비 전량 인텔 배정
"반도체, 기술 영역→관계 영역으로 전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음주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 네트워크 복원이 출장의 주 목적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선 네덜란드 장비 기업 ASML의 최신 제품 확보와 관련된 일정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당 장비의 초기 생산 물량 전량을 인텔이 싹쓸이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삼성전자가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주가량 시간을 벌게 된 이 부회장은 곧바로 네덜란드 등 유럽으로 해외 경영 행보에 나섰다.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지난해 12월 중동 출장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특히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ASML 본사를 방문하는 일정이 눈에 띈다.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업체다. 해당 기술을 쓰면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나노(㎚·1㎚=10억분의 1m) 수준인 초미세 반도체 회로를 새길 수 있다. 기존 불화아르곤(ArF) 빛보다 파장이 14분의 1 가량 짧아 현 반도체 공정 중 가장 앞선 기술이다. 특히 보다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인공지능(AI)·5세대(5G) 이동통신·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최첨단 고성능·저전력·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다.
문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EUV 노광장비 품귀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는 점. 대당 2000억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지만 생산 가능 수량이 1년에 40여대에 불과해 돈이 있어도 구하기가 힘들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도 ASML에 이 장비를 한 대라도 더 납품받기 위한 수주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대만 TSMC를 추격해야 하는 삼성전자로서는 장비 한 대가 아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가동 중인 EUV 노광장비는 15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압도적 파운드리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TSMC는 EUV 노광장비를 현재 100대 이상 운용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회장이 네덜란드로 날아가 ASML 경영진을 급히 만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텔은 ASML로부터 2024년에 이 신형 노광기 초기 물량 5대 전량을 공급받기로 했다. TSMC와 삼성전자는 2025년에야 5대 물량을 나눠가질 것으로 보인다. 최신 EUV 노광기는 인텔이 2025년부터 적용할 초미세공정인 18A(1.8nm)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 장비는 이전 EUV 노광기보다 더 향상된 0.55NA(노광렌즈수차)를 제공해 훨씬 더 정밀한 공정이 가능하다.
올해 투자 계획과 함께 EUV 장비 확보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곳은 인텔이다. 인텔은 지난해 8월 온라인 기술 전략 설명회에서 ASML의 차세대 제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당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ASML과 협력을 강화해 차세대 EUV 제품을 업계 최초로 공급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향후 파운드리 시장은 TSMC의 독주 속에 삼성전자와 인텔 간 2위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주요 외신은 인텔이 이르면 3년 내 파운드리 시장에서 공정 기술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강자로 올라설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활용한 파운드리, 14나노 EUV D램 양산을 위해 EUV 노광기를 국내에 도입할 전망이다. 신규 공법을 적용하는 만큼 ASML의 최신 장비를 1대라도 더 유치 해야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신(新)장비 운용과 관리에 관한 노하우 및 정보를 얻기 위해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ASML이 최신 장비를 인텔에 전량 납품하기로 한 건 대놓고 인텔 파운드리를 밀어주겠다는 뜻"이라며 "삼성전자는 최신 장비를 1년 뒤에나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반도체 업계에서 1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많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 정도 되는 인사가 가야 최신 장비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얻어올 수가 있다"며 "5000억원짜리 장비를 TSMC보다 한 달이라도 더 빨리, 한 대라도 더 들여오기 위한 본격 장비 확보 전쟁이 벌어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네트워킹'이 점점 무기로 진화하는 모양새"라며 "인맥과 외교력, 정치력 등 반도체가 과거와 달리 점점 정치·사회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력과 정부의 외교력, 이 부회장의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천하의 팻 겔싱어가 전 세계를 직접 발로 뛰는 이유도 반도체가 기존 '기술의 영역'에서 '관계의 영역'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라며 "과거엔 돈으로 해결이 됐지만 지금은 아니다. 최신 장비를 어디에 주고 안 주고는 결국 사람이 정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이재용 부회장, 급거 네덜란드행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측 변호인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혐의 공판에서 해외 출장으로 인해 오는 7일부터 18일까지 재판에 참석할 수 없다는 '불출석 의견서'를 냈다. 재판부가 "네덜란드에 장비 기기 협의 차 간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이 부회장 측은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 측도 이의가 없다는 의견을 내면서 재판부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며 출장 기간에 열릴 재판에 대한 이 부회장의 불출석을 인정했다.2주가량 시간을 벌게 된 이 부회장은 곧바로 네덜란드 등 유럽으로 해외 경영 행보에 나섰다.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지난해 12월 중동 출장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특히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ASML 본사를 방문하는 일정이 눈에 띈다.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업체다. 해당 기술을 쓰면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나노(㎚·1㎚=10억분의 1m) 수준인 초미세 반도체 회로를 새길 수 있다. 기존 불화아르곤(ArF) 빛보다 파장이 14분의 1 가량 짧아 현 반도체 공정 중 가장 앞선 기술이다. 특히 보다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인공지능(AI)·5세대(5G) 이동통신·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최첨단 고성능·저전력·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다.
문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EUV 노광장비 품귀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는 점. 대당 2000억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지만 생산 가능 수량이 1년에 40여대에 불과해 돈이 있어도 구하기가 힘들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도 ASML에 이 장비를 한 대라도 더 납품받기 위한 수주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대만 TSMC를 추격해야 하는 삼성전자로서는 장비 한 대가 아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가동 중인 EUV 노광장비는 15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압도적 파운드리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TSMC는 EUV 노광장비를 현재 100대 이상 운용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회장이 네덜란드로 날아가 ASML 경영진을 급히 만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출장 핵심 포인트는 '트윈스캔 EXE:5200'
일부 업계 인사는 이 부회장의 네덜란드 방문이 ASML의 최첨단 역량을 집약해 만든 차세대 장비 '하이NA(High-NA)' EUV 노광기 '트윈스캔 EXE:5200'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장비는 대당 무려 5000억원이 넘는 초고가 장비로, SK하이닉스가 올 초 이천 M16 공장에 들여온 최신 EUV 노광기가 2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희소성이 두드러진다. 이미 주문 경쟁이 심화할 정도로 트윈스캔 EXE:5200은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게임 체인저'로 언급된다.인텔은 ASML로부터 2024년에 이 신형 노광기 초기 물량 5대 전량을 공급받기로 했다. TSMC와 삼성전자는 2025년에야 5대 물량을 나눠가질 것으로 보인다. 최신 EUV 노광기는 인텔이 2025년부터 적용할 초미세공정인 18A(1.8nm)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 장비는 이전 EUV 노광기보다 더 향상된 0.55NA(노광렌즈수차)를 제공해 훨씬 더 정밀한 공정이 가능하다.
올해 투자 계획과 함께 EUV 장비 확보전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곳은 인텔이다. 인텔은 지난해 8월 온라인 기술 전략 설명회에서 ASML의 차세대 제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당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ASML과 협력을 강화해 차세대 EUV 제품을 업계 최초로 공급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향후 파운드리 시장은 TSMC의 독주 속에 삼성전자와 인텔 간 2위 경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주요 외신은 인텔이 이르면 3년 내 파운드리 시장에서 공정 기술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강자로 올라설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활용한 파운드리, 14나노 EUV D램 양산을 위해 EUV 노광기를 국내에 도입할 전망이다. 신규 공법을 적용하는 만큼 ASML의 최신 장비를 1대라도 더 유치 해야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신(新)장비 운용과 관리에 관한 노하우 및 정보를 얻기 위해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ASML이 최신 장비를 인텔에 전량 납품하기로 한 건 대놓고 인텔 파운드리를 밀어주겠다는 뜻"이라며 "삼성전자는 최신 장비를 1년 뒤에나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반도체 업계에서 1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많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 정도 되는 인사가 가야 최신 장비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얻어올 수가 있다"며 "5000억원짜리 장비를 TSMC보다 한 달이라도 더 빨리, 한 대라도 더 들여오기 위한 본격 장비 확보 전쟁이 벌어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장비 수주전…'국가 간 동맹' 개념으로 확전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이 심각한 상황에 처하면서 반도체는 '국가 간 동맹' 개념으로 확전하는 양상이다. 이 부회장 역시 이번 출장에서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동도 예상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마크 루터 총리와 통화하며 양국 간 반도체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일련의 분위기는 모두 ASML의 장비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반도체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네트워킹'이 점점 무기로 진화하는 모양새"라며 "인맥과 외교력, 정치력 등 반도체가 과거와 달리 점점 정치·사회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력과 정부의 외교력, 이 부회장의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천하의 팻 겔싱어가 전 세계를 직접 발로 뛰는 이유도 반도체가 기존 '기술의 영역'에서 '관계의 영역'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라며 "과거엔 돈으로 해결이 됐지만 지금은 아니다. 최신 장비를 어디에 주고 안 주고는 결국 사람이 정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