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조국'으로 불리며 정치 입문 거론돼
"이념 위주 경제정책" 반대하며 보수당 선택
해외 금융기관 유치해 부시장 성과 인정받아
2030 엑스포 유치 따라 정치적 평가 갈릴 듯
김윤일·김병환과 '부산 비서관 3인방' 꼽혀
살면서 하나만 가져도 남부러울 게 없는 이력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실에는 이 이력을 모두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부산 출신의 엘리트 공무원, 박성훈 기획비서관이 그 주인공입니다.
박 비서관은 지난해 28년 관료 생활을 뒤로하고 국민의힘 부산시장 경선에 뛰어들었습니다. 비록 첫 도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부산 시민들이 지켜보는 '정치 기대주'임을 증명해보였습니다.
'제2의 조국'으로 불린 공무원, 국민의힘을 택하다
박 비서관의 이름이 정치권에서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2020년 말 무렵입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문으로 사퇴해 치러진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 박 비서관이 출마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당시 정치권에서는 박 비서관을 '제2의 조국'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부산 출신, 깔끔한 외모, 중저음의 목소리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박 비서관이 출마한다면 스타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박 비서관은 2021년 1월 결단을 내립니다.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사퇴하고 4·7 재보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겁니다. 선택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박 비서관을 경제부시장으로 발탁한 인물이 오 전 시장일 뿐만 아니라 박 비서관이 민주당 소속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박 비서관은 이후 국민의힘을 택한 이유에 대해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다"며 "이념 위주의 경제정책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비서관의 첫 정치 도전은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재선의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을 꺾고 당내 경선 최종 2위에 오른 겁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54.04%, 박 비서관이 28.63%, 이 전 의원이 21.54%를 득표했습니다. '젊은 경제 전문가'라는 이미지가 힘을 발휘했습니다. 비록 박 시장에게 1위 자리를 내줬지만 향후 부산의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할 역량을 증명한 셈입니다.
상사 김동연 독려에 '사법고시'까지 패스
박 비서관이 경선에서 이변을 연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제 시장'을 바라는 부산 시민들의 염원이 있었습니다.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점차 경제 주도권을 경기·인천에 빼앗기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을 필요로 했습니다. "부산에 있는 대형 생산기지는 르노삼성자동차 공장밖에 없지 않느냐"는 박 비서관의 외침이 부산 시민들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박 비서관의 이력은 '경제 전문가'로서 그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박 비서관은 1993년 22살의 나이에 37회 행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다니던 그는 학업을 마치고 기획예산처(기획재정부의 전신)와 총무처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했습니다. 8년 뒤인 2001년 43회 사법고시에도 합격했습니다.
당시 기획예산처 행정 3팀장이었던 김동연 경기지사가 박 비서관에게 사법고시에 도전해보라고 격려했다고 합니다. 박 비서관은 사법고시에 통과해 사법연수원까지 수료했지만 관료의 삶을 이어나가기로 했습니다.
박 비서관이 관료 생활을 계속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는 "사회를 전향적으로 바꿀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비서관은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유년기를 '흙수저'라고 표현했습니다. 반듯하게 자라왔을 법한 깔끔한 외모와 달리 어렸을 때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았다는 겁니다. 부모는 박 비서관에게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법조인의 삶을 살기 권했으나, 이같은 박 비서관의 신념을 꺾을 수는 없었다고 하네요.
이후 박 비서관은 2008년 세계은행으로 파견돼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로 재직했습니다. 2009년에는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 석사를 취득했습니다. 유학을 마치고 기재부로 복귀한 그는 머지 않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습니다. 청와대 기획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게 된 것입니다.
박 비서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능력을 인정받고 청와대 경력을 이어나갑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는 경제금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밤낮없이 근무했습니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새벽 3시마다 택시를 불렀더니 택시 기사가 월 단위로 정기권을 끊어서 택시를 타라고 했다"는 당시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에는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발탁됐습니다. 만 48세의 나이로 최연소 경제부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 오 전 시장이 사퇴한 이후에도 경제부시장으로 재임용됐습니다. 부산시는 당시 박 비서관을 다시 임용하며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중앙부처의 탄탄한 인맥과 특유의 업무 추진력으로 국제관광도시 선정, 센텀2지구 그린벨트 해제, 북항재개발 2단계사업 부산시 컨소시엄 참여 등 재임 4개월간 크고 작은 성과를 많이 냈다"고 평가했습니다.
경제부시장 재직 당시 최대 성과로는 '해외 금융기관 유치'가 꼽힙니다. 부산시는 그간 '국제금융허브'를 지향했지만 해외 금융기관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박 비서관은 경제부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처음으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외국 금융기업 6개사를 유치했습니다. 세계은행에서 근무한 박 비서관의 경험이 유치전에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30 엑스포 유치로 '부산 거물' 될까
지난 5월 대통령실 정책조정기획관실에 발탁된 박 비서관의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바로 '2030 부산엑스포 유치'입니다.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부산을 방문해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약속했죠. 부산엑스포의 생산 유발 효과는 약 43조원으로, 2002 한·일월드컵보다 더 크다는 조사결과(산업연구원, 2021년)도 있습니다.
부산엑스포 유치에 성공할 경우 박 비서관은 부산지역 국회의원·시장 선거 출마의 큰 기반을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 비서관의 국내외 네트워크는 부산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 중 하나입니다. 그는 케네디스쿨 재학 시절 해외 유력 정치인들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박 전 비서관이 유학 시절 교우로 지낸 아구스 유도요노는 현재 인도네시아 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아구스 대표는 수실로 밤방 유도 요노 전 대통령의 아들입니다.
박 비서관은 몰도바 대통령인 마리아 산두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엑스포 유치전은 1국 1표를 행사하는 형식인 만큼 중소국가 유력 정치인들과의 친분이 유치 경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 내 '부산 비서관 3인방'은 엑스포 유치전을 맡을 중추로 꼽힙니다. 대통령실 내 엑스포유치 한시 조직인 '미래전략비서관실'을 맡고 있는 김윤일 비서관, 김병환 경제금융비서관, 그리고 박 비서관이 그 주인공입니다. 김병환 비서관은 행정고시 37회 출신으로 박 비서관과 동기입니다. 김윤일 비서관은 박 비서관의 후임으로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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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