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귀찮아" 다들 생각했지만…행동으로 옮긴 휴스턴만 '돈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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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오브 스케일
리드 호프먼 외 지음 / 이주영 옮김
인플루엔셜 / 440쪽|1만9800원
링크트인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먼
빌 게이츠·저커버그 등 70여명 인터뷰
USB 들고 다니기 싫어 만든 '드롭박스'
팬티스타킹 잘라 만든 보정속옷 '스팽스'
기업가 정신·집요함으로 아이디어 실현
'스타 기업인'들의 생생한 사례로 설득력
리드 호프먼 외 지음 / 이주영 옮김
인플루엔셜 / 440쪽|1만9800원
링크트인 공동창업자 리드 호프먼
빌 게이츠·저커버그 등 70여명 인터뷰
USB 들고 다니기 싫어 만든 '드롭박스'
팬티스타킹 잘라 만든 보정속옷 '스팽스'
기업가 정신·집요함으로 아이디어 실현
'스타 기업인'들의 생생한 사례로 설득력
“저 옷들은 다 죽은 옷이야. 다 한 번씩 입고 사진을 찍었어. 나는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해.”
옷장이 가득한데도 계속해서 옷을 사는 동생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생 제니퍼 하이먼에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동생 같은 사람들을 위해 ‘의류 대여 서비스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과연 이게 될까’란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러다 만난 니만마커스 백화점 사장의 얘기는 그에게 확신을 줬다.
“사실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고객이 우리 백화점에서 옷을 빌렸습니다. 상표를 떼지 않고 입은 뒤 환불받는 식으로요. 저희가 이를 묵인한 건 이런 고객들이 아래층에서 구두도 구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죠.”
2009년 설립한 ‘렌트 더 런웨이’의 창업 스토리다. 이 회사는 지난해 17억달러(약 2조원)의 가치로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구독자는 10만 명이 넘는다.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은 이런 창업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다. 링크트인 공동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 유명 투자자인 리드 호프먼(사진)이 동명의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70여 명의 기업가를 인터뷰해 10가지 교훈을 뽑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부터 리드 헤이스팅스(넷플릭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필 라이트(나이키), 하워드 슐츠(스타벅스), 브라이언 체스키(에어비앤비) 등 재계의 스타들을 인터뷰했다. ‘실리콘밸리 어벤져스’의 성공 노하우를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렌트 더 런웨이의 사례는 ‘나쁜 아이디어는 없다’는 교훈을 준다. 다만 아이디어가 수조원 가치를 지닌 기업이 되기 위해선 기업가 정신이 더해져야 한다. 왕성한 호기심으로 ‘이게 먹힐까’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고민만 해선 안 된다. 빨리 행동에 옮겨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과 난관에 굴복하지 않는 집요함도 필요하다.
클라우드 저장업체 드롭박스는 ‘USB 메모리를 그만 가지고 다니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됐다. 여성 보정속옷 업체인 스팽스는 바지를 입을 때 속옷이 안 비치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팬티스타킹의 다리 부분을 잘라내고 입어본 것에서 비롯됐다.
성공한 기업가 중 상당수는 투자자들의 ‘아니오’라는 말에 기죽지 않았다. 인터넷과 연결한 신개념 실내 자전거로 돌풍을 일으킨 펠로톤 창업자 존 폴리는 조지아공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유명 온라인 기업인 이바이트와 반스앤드노블 온라인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그런데도 그가 마흔 살에 창업한 뒤 투자를 받으려 하자 벤처캐피털들은 모두 거부했다. ‘나이가 너무 많다’, ‘하드웨어 사업은 돈이 많이 든다’, ‘피트니스는 혁신이 없는 분야다’란 식이었다.
온라인 취업 플랫폼 더뮤즈의 창업자는 투자 요청을 148차례 거절당했다. 유색 인종을 위한 건강·뷰티 전문기업 워커앤드컴퍼니, 무설탕 음료업체 힌트워터에도 ‘투자 거절’은 일상이었다. 책은 “대담한 아이디어를 알아보는 선견지명을 가진 투자자도 있다”며 “많이 거절당해도 위축될 필요가 없다. 제대로 된 ‘예스’ 하나만 건지면 된다”고 말한다.
헤이스팅스가 넷플릭스를 창업하기 전 퓨어소프트웨어라는 회사를 운영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뛰어난 프로그래머였던 헤이스팅스는 최고경영자(CEO)인데도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지 않고, 혼자서 다 하려고 했다. 직원들은 점점 수동적으로 변했다. 헤이스팅스가 뒤늦게 문제를 깨닫고 기업문화를 바꿔보려 했을 땐 이미 늦었다. 기업문화는 한 번 형성되면 바꾸기 어려웠다. 결국 그는 회사를 팔고 다음번 회사에선 다르게 해보겠다고 결심했다. ‘빈틈없는 문화를 만들면 바보들의 문화가 된다’는 교훈을 끄집어내는 대목이다.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기업문화다. 넷플릭스 직원들은 맹목적으로 지시를 따르거나 기존 프로세스를 고수하지 않는다. ‘다른 방법으로 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도록 훈련받는다. 근무시간, 휴가기간, 출장비 등에 대한 세세한 규정도 없다. ‘무엇이 회사를 위해 최선인지’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책은 ‘성공의 공식이란 없다’ ‘말이 아니라 행동에 주목하라’ 등의 교훈을 던진다. 이 모든 것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하나하나가 실제 기업가들의 사례로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초보 기업가에게 선배 기업가들의 생생한 경험담만큼 좋은 나침반은 없다. 이 책은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담은 사례들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옷장이 가득한데도 계속해서 옷을 사는 동생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생 제니퍼 하이먼에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동생 같은 사람들을 위해 ‘의류 대여 서비스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과연 이게 될까’란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러다 만난 니만마커스 백화점 사장의 얘기는 그에게 확신을 줬다.
“사실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고객이 우리 백화점에서 옷을 빌렸습니다. 상표를 떼지 않고 입은 뒤 환불받는 식으로요. 저희가 이를 묵인한 건 이런 고객들이 아래층에서 구두도 구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죠.”
2009년 설립한 ‘렌트 더 런웨이’의 창업 스토리다. 이 회사는 지난해 17억달러(약 2조원)의 가치로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구독자는 10만 명이 넘는다.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은 이런 창업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다. 링크트인 공동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 유명 투자자인 리드 호프먼(사진)이 동명의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70여 명의 기업가를 인터뷰해 10가지 교훈을 뽑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부터 리드 헤이스팅스(넷플릭스),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필 라이트(나이키), 하워드 슐츠(스타벅스), 브라이언 체스키(에어비앤비) 등 재계의 스타들을 인터뷰했다. ‘실리콘밸리 어벤져스’의 성공 노하우를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렌트 더 런웨이의 사례는 ‘나쁜 아이디어는 없다’는 교훈을 준다. 다만 아이디어가 수조원 가치를 지닌 기업이 되기 위해선 기업가 정신이 더해져야 한다. 왕성한 호기심으로 ‘이게 먹힐까’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고민만 해선 안 된다. 빨리 행동에 옮겨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과 난관에 굴복하지 않는 집요함도 필요하다.
클라우드 저장업체 드롭박스는 ‘USB 메모리를 그만 가지고 다니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됐다. 여성 보정속옷 업체인 스팽스는 바지를 입을 때 속옷이 안 비치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팬티스타킹의 다리 부분을 잘라내고 입어본 것에서 비롯됐다.
성공한 기업가 중 상당수는 투자자들의 ‘아니오’라는 말에 기죽지 않았다. 인터넷과 연결한 신개념 실내 자전거로 돌풍을 일으킨 펠로톤 창업자 존 폴리는 조지아공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유명 온라인 기업인 이바이트와 반스앤드노블 온라인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그런데도 그가 마흔 살에 창업한 뒤 투자를 받으려 하자 벤처캐피털들은 모두 거부했다. ‘나이가 너무 많다’, ‘하드웨어 사업은 돈이 많이 든다’, ‘피트니스는 혁신이 없는 분야다’란 식이었다.
온라인 취업 플랫폼 더뮤즈의 창업자는 투자 요청을 148차례 거절당했다. 유색 인종을 위한 건강·뷰티 전문기업 워커앤드컴퍼니, 무설탕 음료업체 힌트워터에도 ‘투자 거절’은 일상이었다. 책은 “대담한 아이디어를 알아보는 선견지명을 가진 투자자도 있다”며 “많이 거절당해도 위축될 필요가 없다. 제대로 된 ‘예스’ 하나만 건지면 된다”고 말한다.
헤이스팅스가 넷플릭스를 창업하기 전 퓨어소프트웨어라는 회사를 운영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뛰어난 프로그래머였던 헤이스팅스는 최고경영자(CEO)인데도 직원들에게 일을 맡기지 않고, 혼자서 다 하려고 했다. 직원들은 점점 수동적으로 변했다. 헤이스팅스가 뒤늦게 문제를 깨닫고 기업문화를 바꿔보려 했을 땐 이미 늦었다. 기업문화는 한 번 형성되면 바꾸기 어려웠다. 결국 그는 회사를 팔고 다음번 회사에선 다르게 해보겠다고 결심했다. ‘빈틈없는 문화를 만들면 바보들의 문화가 된다’는 교훈을 끄집어내는 대목이다.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기업문화다. 넷플릭스 직원들은 맹목적으로 지시를 따르거나 기존 프로세스를 고수하지 않는다. ‘다른 방법으로 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도록 훈련받는다. 근무시간, 휴가기간, 출장비 등에 대한 세세한 규정도 없다. ‘무엇이 회사를 위해 최선인지’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책은 ‘성공의 공식이란 없다’ ‘말이 아니라 행동에 주목하라’ 등의 교훈을 던진다. 이 모든 것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하나하나가 실제 기업가들의 사례로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초보 기업가에게 선배 기업가들의 생생한 경험담만큼 좋은 나침반은 없다. 이 책은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담은 사례들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