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은행장(오른쪽·현 하나금융 회장)이 2018년 손흥민을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모습.
함영주 하나은행장(오른쪽·현 하나금융 회장)이 2018년 손흥민을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모습.
지난 2일 한국·브라질 축구 국가대표 친선경기가 열린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 선수와 브라질 간판 공격수 네이마르(30·파리 생제르맹) 간 대결을 보기 위해 몰려든 6만5000여 관중은 이들 두 스타가 공을 잡을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5-1로 우리 대표팀이 패배했지만 하나은행 초청으로 마련된 이 경기에서 축구팬들은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직관’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함영주의 선구안’ 빛난 축구 마케팅

20년 넘게 축구 사랑을 이어온 하나금융이 최근 ‘손흥민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은행장 시절인 2018년 5월, 하나은행은 손흥민을 광고 모델로 선정했다. 손흥민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하나금융 브랜드에 투영하기 위해서다. 손흥민이 지난달 세계 최고 골잡이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하나금융의 선구안도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25일 뱅킹 앱인 하나원큐에서 이번 브라질 친선경기 예매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이 앱의 하루 이용자(DAU)는 평소 대비 10만 명 급증했고 앱 설치 및 가입 건수는 하루평균 대비 4~5배 늘었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하나금융은 이번 축구 입장권 판매를 시작으로 골프와 기타 스포츠, 공연 티켓까지 하나원큐 예매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렇게 새로 유입된 고객이 지속적으로 하나금융을 이용하도록 ‘록인 전략’도 추진한다. 금리 할인과 환전 쿠폰 제공 등 다양한 웰컴 이벤트도 수시로 할 예정이다.

생활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하나원큐

'손흥민 특수' 누린 하나금융…뱅킹앱 이용자 10만명 늘었다
하나금융이 스포츠 마케팅에서 성과를 낸 사례는 많다. 하나금융은 1998년부터 대한축구협회를 공식 후원하면서 국가대표 A매치와 FA컵 경기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있다. 하나은행이 2021 K리그 타이틀 스폰서가 되면서 작년 미디어 노출 등을 통해 얻은 경제적 효과는 1969억원으로 추산된다. 2020년 시민구단이던 대전시티즌을 인수해 대전하나시티즌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대전하나시티즌은 K리그2 구단 중에서 평균 관중이 가장 많다. 축구팬을 겨냥해 K리그 전 구단 할인 혜택을 담아 2019년 3월 출시한 ‘축덕카드’의 누적 발급량은 24만4000여 장에 달한다.

골프와 농구, 테니스 등 다양한 종목에도 손을 뻗고 있다. 하나금융골프단을 구성해 톱클래스 선수와 유망주 등 18명의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박은신 선수가 최근 하나금융이 후원한 지 12년 만에 우승을 거둬 화제가 됐다. 2012년부턴 하나원큐 여자농구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여자프로테니스(WTA) 코리아오픈 타이틀 스폰서도 맡고 있다. 루지와 롤러스포츠 등 비인기 종목도 후원하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