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해보험의 재무건전성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자본 확충을 유도할 법적 수단을 상실하면서 이대로 가다간 선량한 보험 계약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MG손보는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보험사 구제 방안을 적용하더라도 지급여력(RBC) 비율이 법정 기준(100%)을 밑도는 등 사정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MG손보가 지난달 31일 공시한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MG손보의 RBC 비율은 69.3%로 지난해 말(88.3%)보다 19%포인트나 하락했다. 2012년 부실금융회사로 지정된 그린손보가 재매각 절차 등을 거쳐 MG손보로 재탄생한 이후 RBC 비율이 70% 아래로 내려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험사 재무건전성 지표인 RBC 비율은 보험업법상 반드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못하면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문제는 금융위원회가 MG손보를 지난 4월 부실금융회사로 지정했지만 그 직후 서울행정법원에서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면서 당국의 관리·감독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점이다. MG손보 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유상증자도 하지 않았다.

JC파트너스가 이처럼 악화한 건전성 탓에 공시를 최대한 미루는 등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MG손보는 보험업법상 공시 기한인 31일 오후 늦게서야 RBC 비율을 포함한 1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다른 보험사들은 이미 분기보고서 제출 기한인 지난달 16일 이전에 RBC 비율을 공개했다.

다른 보험사들도 금리 상승(보유 채권 가격 하락)으로 자본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어 금융당국이 이달 구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MG손보는 이 안이 시행되더라도 RBC 비율이 100%를 밑돌 전망이어서 자본 확충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평가다. 당국 구제안에 따르면 ‘보험부채 적정성평가(LAT) 잉여금’의 40~60%가량이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MG손보는 이에 따른 RBC 비율 상승폭이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MG손보는 보유 채권 중 매도 가능 증권의 비중이 높지 않아 RBC 비율 상승 효과가 작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당장 자금을 수혈하지 않으면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