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머스크의 '슈퍼 배드 필링'+"Fed 달려" 신호 준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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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는 3일(미 동부 시간) 새벽부터 '슈퍼 배드 필링'(몹시 나쁜 느낌)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경영진에 "경제에 대해 '슈퍼 배드 필링'이 있다"라며 인력 10% 감축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는 보도가 나와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전 8시 30분 5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모두 긴장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로이터는 머스크가 '전 세계 채용 중단'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테슬라 임원들에게 보내서 "경제에 대한 느낌이 아주 좋지 않다(super bad feeling)"라며 세계적으로 채용을 중단하고 직원들을 10% 줄일 것을 주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머스크는 뭐가 그리 느낌이 좋지 않았을까요? 월가에선 중국 상하이 공장 봉쇄로 인한 판매량 급감부터 혹독한 경기 침체의 가능성, 혹은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사기로 한 것 때문이란 온갖 추측이 쏟아졌습니다. 머스크는 지난달 중순 ”우리는 아마도 경기 침체에 있고 그 침체는 더 악화하리라 생각한다”면서 ”아마도 1년, 12~18개월 정도는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불안한 거시경제에 비춰 머스크의 이메일은 테슬라와 경기 침체 우려를 둘러싼 긴장을 더 했다"라며 "머스크가 느려진 납품 속도에 앞서고, 경기 침체에 앞서 마진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머스크의 이메일은 그렇지 않아도 빅샷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돌출됐습니다. 지난 1일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경제에 대해 "허리케인이 바로 저 멀리, 다가오고 있다"라고 말했고, 어제는 골드만삭스의 존 왈드론 사장이 "시스템에 가해지는 충격들의 합은 전례가 없다. 앞으로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도 "공급 충격으로 인해 높은 인플레이션이 수년간 이어질 것이고 Fed는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단이 없다"라며 "더 많은 시장 혼란을 일으킬 여러 공포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고, PNC파이낸셜의 빌 뎀책 CEO는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이고 시장과 연준이 생각하는 것보다 지속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경기 침체 외에 가능한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주장했지요. 이날 씨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CEO도 "높은 에너지 비용 때문에 미국보다 유럽에서 경기 침체가 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쪽도 침체를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EO들이 이렇게 생각한다면 JP모건, 씨티 등은 대출을 줄일 것이고 블랙록과 골드만삭스는 투자 활동을 감소시킬 것입니다. 또 테슬라는 머스크가 주문한 대로 채용을 줄이겠지요. 이는 경제를 둔화시키고 침체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동요하는 가운데 5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신규고용 39만 개 증가라는 '강력한' 수치가 나왔습니다. 월가 예상 32만8000개보다 많은 것이죠. 다행인 건 4월 43만6000개에 비해선 둔화했고, 지난 2개월간 신규고용 수치는 애초 발표보다 2만2000개 하향 조정됐다는 것입니다. 업종별로 보면 레저 및 접객업에서 8만4000개가 늘어나는 등 대부분 업종에서 일자리가 증가했지만, 소매업의 경우 6만1000개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비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이동하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가계조사에서는 근로자가 32만 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어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3.6%로 유지됐습니다. 월가는 3.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시간당 임금은 전월 대비 0.3% 늘어나 예상 0.4% 증가보다 낮았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5.2% 증가해 예상과 같았습니다. 4월에는 각각 0.3%, 5.5% 상승했었습니다. 작년 말까지는 매월 0.5~0.6%씩 상승했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폭 둔화한 것입니다. 또 노동시장 참여율은 62.3%로 4월 62.2%에 비해 증가했습니다. 노동적령기인 25~54세 근로자의 참여율은 82.6%로 팬데믹 기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얀 헤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규고용 수치는 명확히 예상보다 강력했다"라면서도 "가계조사에서 고용인력이 두 달째 감소하고 실업률이 더 떨어지지 않은 것, 그리고 임금 상승률도 소폭 둔화하는 등 전반적으로는 감속의 신호가 나타났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는 Fed가 현재 달성하고자 하는 것과 일치한다고 본다"라면서 "Fed는 다음 두 번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거의 확실히 50bp 인상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헤치우스는 "오는 9월에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 같지는 않다"라면서 "기본적으로 25bp나 50bp를 올릴 것으로 예측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골드만삭스는 25bp 인상을 예상하지만 앞으로 나타날 경제 지표에 따라 확실히 50bp가 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븐스 리포트의 톰 에세이는 ”5월 고용은 노동시장이 여전히 매우 빡빡하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연준이 6~7월 금리 인상 이후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할 것이란 희망을 뒤집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인터렉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연준이 50bp의 지속적 인상과 양적 긴축 계획을 단념시킬 수 있는 수치를 기대했지만 얻지 못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5월 수치는 Fed에 '전속력으로 달려(Full speed ahead!)라고 말하는 것"이라면서 "연준은 계획대로 6, 7월에 50bp를 올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마침 올해 FOMC 투표권자인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는 CNBC 인터뷰를 갖고 "강력한 보고서였다. 노동시장에 여전히 빡빡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노동시장이 약간 차가워지기를 원한다. 헤드라인 수치(39만 개 증가)가 전달보다는 약간 낮아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우리의 전망이나 정책을 바꿀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고용보고서가 발표되자 뉴욕 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순식간에 뛰어 한때 2.986%까지 치솟았습니다. 오후 4시 20분께 전날보다 3.5bp 오른 목요일 2.947%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은 4.9bp 상승한 2.679%를 기록했습니다. 금리가 오르니 달러 가치도 다시 상승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0.33% 오른 102.16을 기록했습니다.
머스크의 '슈퍼 배드 필링'이 시장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강한 고용 수치로 금리까지 치솟자 주요 지수는 0.7~1.7% 수준의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게다가 장중 발표된 공급관리협회(ISM)의 5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5.9로 4월 57.1보다 낮게 나왔습니다. 월가 예상(56.5)도 밑돌았습니다. 여전히 50을 넘어 확장 영역에 있지만 2021년 2월 이후 가장 약한 수치입니다. 수요 감소 때문은 아닙니다. 기업활동 지수는 4.6포인트 감소한 57.6으로 떨어졌지만, 신규주문 지수는 57.6으로 전달보다 증가했습니다. 앰허스트 피어몬트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조사 내용을 보면 기업들은 수요 하락보다 지속적 공급 제약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2분기 기업 실적 추정치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팩트셋은 4~5월 두 달 간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의 2분기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57.06달러에서 55.36달러로 1.3% 낮췄다고 집계했습니다. 팩트셋은 지난 5년간 분기 첫 두 달 EPS 추정치 하락 폭은 1.9%, 10년간은 2.7%로 이번 분기보다 높았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만 따지면 가장 큰 감소 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1.05%, S&P500 지수는 1.63% 내렸고 나스닥은 2.47% 급락했습니다. 기술주가 내림세를 이끌었습니다. 테슬라가 9.22%나 폭락했고 모건스탠리가 앱스토어 성장 둔화를 지적한 애플도 3.86% 급락했습니다. 셰릴 샌버그 사임 이후 매일 4%대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메타는 4.06% 내렸습니다. 어제 급등한 반도체주도 급락했습니다. 엔비디아는 4.45%, 마이크론은 7.2%, 퀄컴은 3.41% 떨어졌습니다. 이번 주 S&P500 지수는 1.2%, 다우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1%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7주 연속 하락한 뒤 지난주 올랐었지만, 다시 내린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수석 전략가는 이날 "S&P500 지수가 4200을 넘으면 랠리가 사그라들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과거 Fed가 한창 긴축 고삐를 죄고 있는데 시장이 바닥을 찾고 장기 상승세를 시작한 적이 없다. 바닥을 찾으려면 먼저 Fed가 긴축을 중단한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Fed는 언젠가는 긴축을 중단하고 다시 완화로 돌아설 것입니다. 문제는 그 시점입니다. 미국 경제에 침체 기운이 완연해진 뒤 돌아선다면 늦습니다. 그 전에 돌아서는 게 중요합니다. 최근 시장은 Fed가 9월에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릴지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메스터 총재는 오늘 인터뷰에서 "가장 큰 문제는 매우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으며 앞으로 몇 달간 여러 차례 50bp를 올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9월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이 냉각되고 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없으면 쉽게 50bp를 올릴 수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하향세에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본다면 25bp로 갈 수 있다"라면서 "나는 우리가 9월에 금리 인상을 중단하리라 생각하는 쪽에 있지 않다"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전날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이 "오는 9월 기준금리 인상이 일시 중단되는 걸 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것과 같습니다. 기적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순식간에 꺾이지 않는 한 9월 중단은 물 건너간 것이죠. 월가 관계자는 "9월에 25bp를 올릴지, 50bp를 올릴지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침체 확률은 커지기 때문입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짐 캐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기준금리가 3%라면 연착륙이 가능한 영역이라고 보지만, 3% 이상으로 올라가면 경착륙 신호가 커지기 시작할 것이다. 3% 기준금리는 연착륙과 경착륙을 가르는 선이다. 매우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금리가 3~3.25%를 넘으면 미국 경제가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Fed가 오는 6, 7월 각각 50bp씩 올리고 나면 기준금리는 1.75~2.0%가 됩니다. 올해 마지막 두 번의 FOMC가 열리는 11, 12월엔 다시 25bp 인상으로 돌아가는 게 유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9월에 50bp를 올리면 연말 기준금리는 2.75~3.0%가 되지만, 25bp를 인상한다면 2.5~2.75%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9월을 주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이 Fed의 인상 경로를 결정할 것이고 앞으로 두세 달은 인플레이션을 지켜봐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에드워드 존스의 모나 마하한 선임 전략가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의미 있게 낮아질 때까지 박스권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주 물가 수치가 분명히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는 10일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옵니다. 중고차 가격은 낮아지고 있지만, 주거비와 유가, 식료품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1.8% 오른 119.72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현재 사우디를 방문할 계획은 없다고 말한 게 영향을 줬습니다. 또 지난달 CPI 상승을 부추겼던 항공료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날 2분기 가이던스를 내고 "수요 및 항공료의 지속적 강세에 힘입어 이전 가이던스에 비해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는 헤드라인 수치가 8.3%(전년 대비)로 4월과 같은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월 대비로는 0.7% 상승해 4월(0.3%)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8%대 수치가 계속 이어지는 겁니다. 치솟은 휘발유 등 유가 탓입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전년 대비 5.9%, 전월 대비 0.5% 상승으로 4월(6.2%, 0.6%)보다는 둔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내셔널증권의 아트 호건 최고시장전략가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시장에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컨센서스가 있는데, 만약 그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면 시장은 좌초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로이터는 머스크가 '전 세계 채용 중단'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테슬라 임원들에게 보내서 "경제에 대한 느낌이 아주 좋지 않다(super bad feeling)"라며 세계적으로 채용을 중단하고 직원들을 10% 줄일 것을 주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머스크는 뭐가 그리 느낌이 좋지 않았을까요? 월가에선 중국 상하이 공장 봉쇄로 인한 판매량 급감부터 혹독한 경기 침체의 가능성, 혹은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사기로 한 것 때문이란 온갖 추측이 쏟아졌습니다. 머스크는 지난달 중순 ”우리는 아마도 경기 침체에 있고 그 침체는 더 악화하리라 생각한다”면서 ”아마도 1년, 12~18개월 정도는 힘든 일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불안한 거시경제에 비춰 머스크의 이메일은 테슬라와 경기 침체 우려를 둘러싼 긴장을 더 했다"라며 "머스크가 느려진 납품 속도에 앞서고, 경기 침체에 앞서 마진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머스크의 이메일은 그렇지 않아도 빅샷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돌출됐습니다. 지난 1일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경제에 대해 "허리케인이 바로 저 멀리, 다가오고 있다"라고 말했고, 어제는 골드만삭스의 존 왈드론 사장이 "시스템에 가해지는 충격들의 합은 전례가 없다. 앞으로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도 "공급 충격으로 인해 높은 인플레이션이 수년간 이어질 것이고 Fed는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단이 없다"라며 "더 많은 시장 혼란을 일으킬 여러 공포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고, PNC파이낸셜의 빌 뎀책 CEO는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이고 시장과 연준이 생각하는 것보다 지속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경기 침체 외에 가능한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주장했지요. 이날 씨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CEO도 "높은 에너지 비용 때문에 미국보다 유럽에서 경기 침체가 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쪽도 침체를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EO들이 이렇게 생각한다면 JP모건, 씨티 등은 대출을 줄일 것이고 블랙록과 골드만삭스는 투자 활동을 감소시킬 것입니다. 또 테슬라는 머스크가 주문한 대로 채용을 줄이겠지요. 이는 경제를 둔화시키고 침체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동요하는 가운데 5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됐습니다. 신규고용 39만 개 증가라는 '강력한' 수치가 나왔습니다. 월가 예상 32만8000개보다 많은 것이죠. 다행인 건 4월 43만6000개에 비해선 둔화했고, 지난 2개월간 신규고용 수치는 애초 발표보다 2만2000개 하향 조정됐다는 것입니다. 업종별로 보면 레저 및 접객업에서 8만4000개가 늘어나는 등 대부분 업종에서 일자리가 증가했지만, 소매업의 경우 6만1000개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비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이동하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가계조사에서는 근로자가 32만 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어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3.6%로 유지됐습니다. 월가는 3.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시간당 임금은 전월 대비 0.3% 늘어나 예상 0.4% 증가보다 낮았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5.2% 증가해 예상과 같았습니다. 4월에는 각각 0.3%, 5.5% 상승했었습니다. 작년 말까지는 매월 0.5~0.6%씩 상승했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폭 둔화한 것입니다. 또 노동시장 참여율은 62.3%로 4월 62.2%에 비해 증가했습니다. 노동적령기인 25~54세 근로자의 참여율은 82.6%로 팬데믹 기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얀 헤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규고용 수치는 명확히 예상보다 강력했다"라면서도 "가계조사에서 고용인력이 두 달째 감소하고 실업률이 더 떨어지지 않은 것, 그리고 임금 상승률도 소폭 둔화하는 등 전반적으로는 감속의 신호가 나타났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는 Fed가 현재 달성하고자 하는 것과 일치한다고 본다"라면서 "Fed는 다음 두 번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거의 확실히 50bp 인상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헤치우스는 "오는 9월에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 같지는 않다"라면서 "기본적으로 25bp나 50bp를 올릴 것으로 예측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골드만삭스는 25bp 인상을 예상하지만 앞으로 나타날 경제 지표에 따라 확실히 50bp가 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븐스 리포트의 톰 에세이는 ”5월 고용은 노동시장이 여전히 매우 빡빡하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연준이 6~7월 금리 인상 이후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할 것이란 희망을 뒤집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인터렉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연준이 50bp의 지속적 인상과 양적 긴축 계획을 단념시킬 수 있는 수치를 기대했지만 얻지 못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5월 수치는 Fed에 '전속력으로 달려(Full speed ahead!)라고 말하는 것"이라면서 "연준은 계획대로 6, 7월에 50bp를 올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마침 올해 FOMC 투표권자인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는 CNBC 인터뷰를 갖고 "강력한 보고서였다. 노동시장에 여전히 빡빡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노동시장이 약간 차가워지기를 원한다. 헤드라인 수치(39만 개 증가)가 전달보다는 약간 낮아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우리의 전망이나 정책을 바꿀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고용보고서가 발표되자 뉴욕 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순식간에 뛰어 한때 2.986%까지 치솟았습니다. 오후 4시 20분께 전날보다 3.5bp 오른 목요일 2.947%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은 4.9bp 상승한 2.679%를 기록했습니다. 금리가 오르니 달러 가치도 다시 상승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0.33% 오른 102.16을 기록했습니다.
머스크의 '슈퍼 배드 필링'이 시장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강한 고용 수치로 금리까지 치솟자 주요 지수는 0.7~1.7% 수준의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게다가 장중 발표된 공급관리협회(ISM)의 5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5.9로 4월 57.1보다 낮게 나왔습니다. 월가 예상(56.5)도 밑돌았습니다. 여전히 50을 넘어 확장 영역에 있지만 2021년 2월 이후 가장 약한 수치입니다. 수요 감소 때문은 아닙니다. 기업활동 지수는 4.6포인트 감소한 57.6으로 떨어졌지만, 신규주문 지수는 57.6으로 전달보다 증가했습니다. 앰허스트 피어몬트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조사 내용을 보면 기업들은 수요 하락보다 지속적 공급 제약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2분기 기업 실적 추정치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팩트셋은 4~5월 두 달 간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의 2분기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57.06달러에서 55.36달러로 1.3% 낮췄다고 집계했습니다. 팩트셋은 지난 5년간 분기 첫 두 달 EPS 추정치 하락 폭은 1.9%, 10년간은 2.7%로 이번 분기보다 높았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만 따지면 가장 큰 감소 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1.05%, S&P500 지수는 1.63% 내렸고 나스닥은 2.47% 급락했습니다. 기술주가 내림세를 이끌었습니다. 테슬라가 9.22%나 폭락했고 모건스탠리가 앱스토어 성장 둔화를 지적한 애플도 3.86% 급락했습니다. 셰릴 샌버그 사임 이후 매일 4%대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메타는 4.06% 내렸습니다. 어제 급등한 반도체주도 급락했습니다. 엔비디아는 4.45%, 마이크론은 7.2%, 퀄컴은 3.41% 떨어졌습니다. 이번 주 S&P500 지수는 1.2%, 다우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1%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7주 연속 하락한 뒤 지난주 올랐었지만, 다시 내린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수석 전략가는 이날 "S&P500 지수가 4200을 넘으면 랠리가 사그라들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과거 Fed가 한창 긴축 고삐를 죄고 있는데 시장이 바닥을 찾고 장기 상승세를 시작한 적이 없다. 바닥을 찾으려면 먼저 Fed가 긴축을 중단한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Fed는 언젠가는 긴축을 중단하고 다시 완화로 돌아설 것입니다. 문제는 그 시점입니다. 미국 경제에 침체 기운이 완연해진 뒤 돌아선다면 늦습니다. 그 전에 돌아서는 게 중요합니다. 최근 시장은 Fed가 9월에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릴지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메스터 총재는 오늘 인터뷰에서 "가장 큰 문제는 매우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으며 앞으로 몇 달간 여러 차례 50bp를 올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9월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이 냉각되고 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없으면 쉽게 50bp를 올릴 수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하향세에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본다면 25bp로 갈 수 있다"라면서 "나는 우리가 9월에 금리 인상을 중단하리라 생각하는 쪽에 있지 않다"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전날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이 "오는 9월 기준금리 인상이 일시 중단되는 걸 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것과 같습니다. 기적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순식간에 꺾이지 않는 한 9월 중단은 물 건너간 것이죠. 월가 관계자는 "9월에 25bp를 올릴지, 50bp를 올릴지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침체 확률은 커지기 때문입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짐 캐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기준금리가 3%라면 연착륙이 가능한 영역이라고 보지만, 3% 이상으로 올라가면 경착륙 신호가 커지기 시작할 것이다. 3% 기준금리는 연착륙과 경착륙을 가르는 선이다. 매우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금리가 3~3.25%를 넘으면 미국 경제가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Fed가 오는 6, 7월 각각 50bp씩 올리고 나면 기준금리는 1.75~2.0%가 됩니다. 올해 마지막 두 번의 FOMC가 열리는 11, 12월엔 다시 25bp 인상으로 돌아가는 게 유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9월에 50bp를 올리면 연말 기준금리는 2.75~3.0%가 되지만, 25bp를 인상한다면 2.5~2.75%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9월을 주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이 Fed의 인상 경로를 결정할 것이고 앞으로 두세 달은 인플레이션을 지켜봐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에드워드 존스의 모나 마하한 선임 전략가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의미 있게 낮아질 때까지 박스권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주 물가 수치가 분명히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는 10일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옵니다. 중고차 가격은 낮아지고 있지만, 주거비와 유가, 식료품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1.8% 오른 119.72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현재 사우디를 방문할 계획은 없다고 말한 게 영향을 줬습니다. 또 지난달 CPI 상승을 부추겼던 항공료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날 2분기 가이던스를 내고 "수요 및 항공료의 지속적 강세에 힘입어 이전 가이던스에 비해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는 헤드라인 수치가 8.3%(전년 대비)로 4월과 같은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월 대비로는 0.7% 상승해 4월(0.3%)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8%대 수치가 계속 이어지는 겁니다. 치솟은 휘발유 등 유가 탓입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전년 대비 5.9%, 전월 대비 0.5% 상승으로 4월(6.2%, 0.6%)보다는 둔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내셔널증권의 아트 호건 최고시장전략가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시장에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컨센서스가 있는데, 만약 그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면 시장은 좌초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