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공방(漢詩工房)] 방울새, 정주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방울새
작사 : 정주희
작곡 : 정주희
노래 : 이수미
새야 새야 방울새야 꽃나무에 앉지 마라
우리 님이 오시면 보여드린단다
꽃향기 맡고서 우리 님이 오시면
너랑 나랑 둘이서 마중 나가자
새야 새야 방울새야 꽃가지에 앉지 마라
우리 님이 오시면 보여드린단다
꽃소식 듣고서 우리 님이 오시면
너랑 나랑 둘이서 마중 나가자
[태헌의 한역]
黃雀(황작)
鳥兮鳥兮黃雀兮(조혜조혜황작혜)
勸汝須莫坐花樹(권여수막좌화수)
情人若來(정인약래)
欲示花舞(욕시화무)
情人或聞花香來(정인혹문화향래)
吾願與汝共迎候(오원여여공영후)
鳥兮鳥兮黃雀兮(조혜조혜황작혜)
勸汝須莫坐花枝(권여수막좌화지)
情人若來(정인약래)
欲示花姿(욕시화자)
情人或聞花信來(정인혹문화신래)
吾願與汝共出籬(오원여여공출리)
[주석]
黃雀(황작) : 보통은 꾀꼬리나 참새의 뜻으로 쓰이지만, 방울새가 참새목이고 그 날개가 노란 빛이어서 ‘黃雀’으로 표기해도 무방할 것이다. 참고로 오늘날 중국에서는 방울새를 ‘금시작(金翅雀)’으로 표기하는데, 이는 금빛 날개를 가진 참새라는 뜻이다. 또 검은머리방울새는 달리 ‘黃雀’으로 칭하고 있기도 하다.
鳥兮(조혜) : 새야! ‘兮’는 호격(呼格) 어기사이다.
勸汝(권여) : 너에게 ~을 권하다. / 須莫(수막) : 모름지기 ~을 하지 마라. / 坐花樹(좌화수) : 꽃나무에 앉다.
情人(정인) : 애인, 사랑하는 사람. 서로 사랑하는 남녀 가운데 한쪽을 지칭한다. 원시의 “우리 님”을 한역한 표현이다. / 若(약) : 만약. / 來(래) : 오다.
欲示(욕시) : ~을 보여주고 싶다, ~을 보여주련다. / 花舞(화무) : 꽃의 춤.
或(혹) : 혹시, 어쩌면. / 聞花香(문화향) : 꽃향기를 맡다.
吾願(오원) : 나는 ~을 원한다, 나는 ~을 하고 싶다. / 與汝(여여) : 너와, 너와 더불어. / 共(공) : 함께, 같이. / 迎候(영후) : 마중 나가다, 출영(出迎)하다.
坐花枝(좌화지) : 꽃가지에 앉다.
花姿(화자) : 꽃의 맵시.
聞花信(문화신) : 꽃소식을 듣다.
出籬(출리) : 울타리를 나서다. 역자가 ‘마중 나가다’의 뜻으로 사용한 말이다.
[한역의 직역]
방울새
새야 새야 방울새야
네게 권하나니 꽃나무에 앉지 마라
우리 님이 오시면
꽃의 춤 보여드리게
우리 님이 꽃향기 맡고서 오시면
나는 너와 함께 마중가고 싶구나
새야 새야 방울새야
네게 권하나니 꽃가지에 앉지 마라
우리 님이 오시면
꽃의 맵시 보여드리게
우리 님이 꽃소식 듣고서 오시면
나는 너와 함께 마중가고 싶구나
[한역노트]
오늘 역자가 한역한 원시는 50대 이상에게는 제법 익숙하겠지만, 40대 이하에게는 아주 생소할 것으로 여겨지는 대중가요인 「방울새」의 노랫말이다. 역자가 이 노랫말을 한역하여 소개하게 된 데는 다음과 같은 매우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역자의 칼럼 애독자이기도 한 지인이 어느 날 역자에게 노랫말 하나를 한시로 만들어 칼럼을 작성해 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을 해왔다. 그것도 애초에는 역자의 또 다른 지인을 통해서 뜻을 전한 것이었는데, 역자는 그 노래가 트로트라는 것만 알고 노래 제목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 ‘또 다른 지인’의 거의 강요(?)에 가까운 청탁에 결국 두 손 다 들고 말았다.
4남매 가운데 맏이였던 그 지인은, 자신이 여중생일 적에 아버지가 사업 때문에 전국을 다니시다가 몇 달에 한번 꼴로 집에 와 며칠을 계시다가 또 나가고는 하셨다고 했다. 4남매를 거의 홀로 키우신 거나 진배없는 어머니는 언제나 외로움 속에서 출타한 아버지를 기다리며 부른 노래가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정주희 선생이 작사하고 작곡한 노래를 가수 이수미씨가 부른 이 「방울새」였다는 것이었다. 그런 일로 인해 이 노래가 결국 어머니의 평생 동안 애창곡이 되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또 지인 자신의 애창곡이 되었다고도 하였다. 어머니의 애창곡이 다시 딸의 애창곡이 된 예가 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다고 하여도 매우 드물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날 때마다 이 노래를 부른다는, 이제는 머리가 학처럼 하얗게 된 그 지인의 효심이 무던히도 아름답게 여겨져, 역자는 마침내 「방울새」의 노랫말 한역과 칼럼 작성을 결행하게 되었다.
주지하시다시피 이 「방울새」의 노랫말은 노래 가사의 전형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1절과 2절은 글자 수까지 정확하게 일치하며, 1절에서 2절로 넘어가 달라진 점이라면 “꽃나무”가 “꽃가지”로 바뀐 것과 “꽃향기 맡고서”가 “꽃소식 듣고서”로 바뀐 것뿐이다. 우리말로 따질 때는 정말 단순한 변화일 뿐이지만, 이를 한역할 경우에는 얘기가 많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 바뀐 부분이 압운자(押韻字)가 위치할 곳이 된다면 말이다. 세상에나! 역자에게는 너무도 가혹하게 그 바뀐 부분이 하필이면 바로 압운자의 자리였다. 역자는 1절만 한역하고 마무리할까 하는 꼼수를 먼저 떠올렸다가 그 한심함을 적잖이 반성하면서, 마침내 2절까지 한역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노랫말에서는 동일한 어휘를 한역시에서 달리 표현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이 압운의 난점 때문이었다.
노랫말 가운데 “보여드린단다”는 ‘보여드리련다’로 이해해도 무방할 듯하여 역자는 이를 한역시에서 그대로 반영하였다. 그리고 “보여드린단다”의 생략된 목적어는 당연히 ‘꽃’이겠지만, 역자는 한역시의 압운 문제를 고려하여 부득이 이 ‘꽃’을 1절에서는 ‘꽃의 춤[花舞]’으로, 2절에서는 ‘꽃의 맵시[花姿]’로 고쳐 표현하였다. 그 외의 노랫말은 이해하기에 무난할 것으로 여겨져 따로 설명하지 않기로 한다.
역자는 이 노랫말을 보거나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지은이가 김창서(金昌緖)로 전해지는 당시(唐詩) 하나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春怨(춘원) 봄날의 원망
打起黃鶯兒(타기황앵아) 노란 꾀꼬리를 내쫓아
莫敎枝上啼(막교지상제) 나뭇가지 위에서 울지 못하게 해요
啼時驚妾夢(제시경첩몽) 꾀꼬리 울 때면 이 몸의 꿈도 깨어
不得到遼西(부득도요서) 님 계신 요서로 갈 수 없게 되니깐
김창서의 시가 꿈속에서라도 님을 보러 가지 못하게 될까봐 꾀꼬리를 쫓아달라고 하는 것이라면, 「방울새」의 노랫말은 님에게 보여주고픈 꽃을 방울새가 떨어뜨리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이므로, 역자에게는 그 애처로운 마음자리가 붕어빵처럼 닮은꼴로만 여겨진다. 도대체 그리움이 얼마나 깊으면 이런 시와 노랫말을 짓게 될까?
2절 8행으로 이루어진 노랫말을, 역자는 칠언(七言)과 사언(四言)이 섞인 도합 12구의 고시로 한역하였다. 1절과 2절의 첫 두 행을 각기 2구로 한역하는 과정에서 노랫말에는 없는 어휘들을 더러 보태기도 하였다. 한역시는 모두 짝수 구에 압운하였으며, 1절의 압운자는 ‘樹(수)’·‘舞(무)’·‘候(후)’이고, 2절의 압운자는 ‘枝(지)’·‘姿(자)’·‘籬(리)’이다.
2022. 6. 7.
<한경닷컴 The Lifeist> 강성위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작사 : 정주희
작곡 : 정주희
노래 : 이수미
새야 새야 방울새야 꽃나무에 앉지 마라
우리 님이 오시면 보여드린단다
꽃향기 맡고서 우리 님이 오시면
너랑 나랑 둘이서 마중 나가자
새야 새야 방울새야 꽃가지에 앉지 마라
우리 님이 오시면 보여드린단다
꽃소식 듣고서 우리 님이 오시면
너랑 나랑 둘이서 마중 나가자
[태헌의 한역]
黃雀(황작)
鳥兮鳥兮黃雀兮(조혜조혜황작혜)
勸汝須莫坐花樹(권여수막좌화수)
情人若來(정인약래)
欲示花舞(욕시화무)
情人或聞花香來(정인혹문화향래)
吾願與汝共迎候(오원여여공영후)
鳥兮鳥兮黃雀兮(조혜조혜황작혜)
勸汝須莫坐花枝(권여수막좌화지)
情人若來(정인약래)
欲示花姿(욕시화자)
情人或聞花信來(정인혹문화신래)
吾願與汝共出籬(오원여여공출리)
[주석]
黃雀(황작) : 보통은 꾀꼬리나 참새의 뜻으로 쓰이지만, 방울새가 참새목이고 그 날개가 노란 빛이어서 ‘黃雀’으로 표기해도 무방할 것이다. 참고로 오늘날 중국에서는 방울새를 ‘금시작(金翅雀)’으로 표기하는데, 이는 금빛 날개를 가진 참새라는 뜻이다. 또 검은머리방울새는 달리 ‘黃雀’으로 칭하고 있기도 하다.
鳥兮(조혜) : 새야! ‘兮’는 호격(呼格) 어기사이다.
勸汝(권여) : 너에게 ~을 권하다. / 須莫(수막) : 모름지기 ~을 하지 마라. / 坐花樹(좌화수) : 꽃나무에 앉다.
情人(정인) : 애인, 사랑하는 사람. 서로 사랑하는 남녀 가운데 한쪽을 지칭한다. 원시의 “우리 님”을 한역한 표현이다. / 若(약) : 만약. / 來(래) : 오다.
欲示(욕시) : ~을 보여주고 싶다, ~을 보여주련다. / 花舞(화무) : 꽃의 춤.
或(혹) : 혹시, 어쩌면. / 聞花香(문화향) : 꽃향기를 맡다.
吾願(오원) : 나는 ~을 원한다, 나는 ~을 하고 싶다. / 與汝(여여) : 너와, 너와 더불어. / 共(공) : 함께, 같이. / 迎候(영후) : 마중 나가다, 출영(出迎)하다.
坐花枝(좌화지) : 꽃가지에 앉다.
花姿(화자) : 꽃의 맵시.
聞花信(문화신) : 꽃소식을 듣다.
出籬(출리) : 울타리를 나서다. 역자가 ‘마중 나가다’의 뜻으로 사용한 말이다.
[한역의 직역]
방울새
새야 새야 방울새야
네게 권하나니 꽃나무에 앉지 마라
우리 님이 오시면
꽃의 춤 보여드리게
우리 님이 꽃향기 맡고서 오시면
나는 너와 함께 마중가고 싶구나
새야 새야 방울새야
네게 권하나니 꽃가지에 앉지 마라
우리 님이 오시면
꽃의 맵시 보여드리게
우리 님이 꽃소식 듣고서 오시면
나는 너와 함께 마중가고 싶구나
[한역노트]
오늘 역자가 한역한 원시는 50대 이상에게는 제법 익숙하겠지만, 40대 이하에게는 아주 생소할 것으로 여겨지는 대중가요인 「방울새」의 노랫말이다. 역자가 이 노랫말을 한역하여 소개하게 된 데는 다음과 같은 매우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역자의 칼럼 애독자이기도 한 지인이 어느 날 역자에게 노랫말 하나를 한시로 만들어 칼럼을 작성해 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을 해왔다. 그것도 애초에는 역자의 또 다른 지인을 통해서 뜻을 전한 것이었는데, 역자는 그 노래가 트로트라는 것만 알고 노래 제목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 ‘또 다른 지인’의 거의 강요(?)에 가까운 청탁에 결국 두 손 다 들고 말았다.
4남매 가운데 맏이였던 그 지인은, 자신이 여중생일 적에 아버지가 사업 때문에 전국을 다니시다가 몇 달에 한번 꼴로 집에 와 며칠을 계시다가 또 나가고는 하셨다고 했다. 4남매를 거의 홀로 키우신 거나 진배없는 어머니는 언제나 외로움 속에서 출타한 아버지를 기다리며 부른 노래가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정주희 선생이 작사하고 작곡한 노래를 가수 이수미씨가 부른 이 「방울새」였다는 것이었다. 그런 일로 인해 이 노래가 결국 어머니의 평생 동안 애창곡이 되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또 지인 자신의 애창곡이 되었다고도 하였다. 어머니의 애창곡이 다시 딸의 애창곡이 된 예가 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다고 하여도 매우 드물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날 때마다 이 노래를 부른다는, 이제는 머리가 학처럼 하얗게 된 그 지인의 효심이 무던히도 아름답게 여겨져, 역자는 마침내 「방울새」의 노랫말 한역과 칼럼 작성을 결행하게 되었다.
주지하시다시피 이 「방울새」의 노랫말은 노래 가사의 전형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1절과 2절은 글자 수까지 정확하게 일치하며, 1절에서 2절로 넘어가 달라진 점이라면 “꽃나무”가 “꽃가지”로 바뀐 것과 “꽃향기 맡고서”가 “꽃소식 듣고서”로 바뀐 것뿐이다. 우리말로 따질 때는 정말 단순한 변화일 뿐이지만, 이를 한역할 경우에는 얘기가 많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 바뀐 부분이 압운자(押韻字)가 위치할 곳이 된다면 말이다. 세상에나! 역자에게는 너무도 가혹하게 그 바뀐 부분이 하필이면 바로 압운자의 자리였다. 역자는 1절만 한역하고 마무리할까 하는 꼼수를 먼저 떠올렸다가 그 한심함을 적잖이 반성하면서, 마침내 2절까지 한역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노랫말에서는 동일한 어휘를 한역시에서 달리 표현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이 압운의 난점 때문이었다.
노랫말 가운데 “보여드린단다”는 ‘보여드리련다’로 이해해도 무방할 듯하여 역자는 이를 한역시에서 그대로 반영하였다. 그리고 “보여드린단다”의 생략된 목적어는 당연히 ‘꽃’이겠지만, 역자는 한역시의 압운 문제를 고려하여 부득이 이 ‘꽃’을 1절에서는 ‘꽃의 춤[花舞]’으로, 2절에서는 ‘꽃의 맵시[花姿]’로 고쳐 표현하였다. 그 외의 노랫말은 이해하기에 무난할 것으로 여겨져 따로 설명하지 않기로 한다.
역자는 이 노랫말을 보거나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지은이가 김창서(金昌緖)로 전해지는 당시(唐詩) 하나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春怨(춘원) 봄날의 원망
打起黃鶯兒(타기황앵아) 노란 꾀꼬리를 내쫓아
莫敎枝上啼(막교지상제) 나뭇가지 위에서 울지 못하게 해요
啼時驚妾夢(제시경첩몽) 꾀꼬리 울 때면 이 몸의 꿈도 깨어
不得到遼西(부득도요서) 님 계신 요서로 갈 수 없게 되니깐
김창서의 시가 꿈속에서라도 님을 보러 가지 못하게 될까봐 꾀꼬리를 쫓아달라고 하는 것이라면, 「방울새」의 노랫말은 님에게 보여주고픈 꽃을 방울새가 떨어뜨리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이므로, 역자에게는 그 애처로운 마음자리가 붕어빵처럼 닮은꼴로만 여겨진다. 도대체 그리움이 얼마나 깊으면 이런 시와 노랫말을 짓게 될까?
2절 8행으로 이루어진 노랫말을, 역자는 칠언(七言)과 사언(四言)이 섞인 도합 12구의 고시로 한역하였다. 1절과 2절의 첫 두 행을 각기 2구로 한역하는 과정에서 노랫말에는 없는 어휘들을 더러 보태기도 하였다. 한역시는 모두 짝수 구에 압운하였으며, 1절의 압운자는 ‘樹(수)’·‘舞(무)’·‘候(후)’이고, 2절의 압운자는 ‘枝(지)’·‘姿(자)’·‘籬(리)’이다.
2022. 6. 7.
<한경닷컴 The Lifeist> 강성위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