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받으려 일부러 출근하는 직원 어쩌죠?"…사장님 '한숨'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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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수령 거부' 의사표시 명확하게 표시해야
주52시간 넘기게 놔두면 사업주가 법위반 책임
"부당한 노무수령거부는 인격권 침해" 주의해야
주52시간 넘기게 놔두면 사업주가 법위반 책임
"부당한 노무수령거부는 인격권 침해" 주의해야
"석달 전 새 직원이 왔는데 의도적으로 초과 근무를 해서 수당을 신청합니다. 보통 직원들이 반나절이면 할 일을 온종일하고도 모자라서 어린이날, 선거일 등 공휴일, 토요일, 일요일도 가리지않고 나와 오후 8시에 퇴근하고 2시간 초과수당을 요구합니다. 경력직이라 회사 일이 손에 안 익었겠지 싶었는데 두달 넘게 이러니 당황스럽습니다.… 얘기를 했더니 수당 주기 싫어 그러냐, 본인 권리를 찾으려는 정당한 요구인데 거부할 권리가 없다고 되레 화를 냅니다. 다른 직원들도 불편하다고 하는데 어떡해야할지 … 회사에 제대로 된 체계가 있어야겠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지난 3일 인터넷 포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중소기업 대표의 하소연이다.
주52시간제와 함께 '근로 제공에 대해서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관념도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임금 미지급에 대해 근로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도 적지 않다.
반면 근로자들이 "집에서 노느니 회사에 나가 수당을 타자"는 마음으로 출근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특히 연차 휴가를 멀쩡히 사용하고도 출근한다든지 윗선에 보고나 승인 없이 출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이미 해당 근로자의 빈자리를 대비를 해놓은 회사 입장에서는 잉여 인력일 수 있다. 이런 행동을 악의적으로 반복하는 직원에 대해 인사담당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노무수령 거부의사 표시 명확하게 표시해야
회사 대표는 "회사의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자책했지만, 이런 경우까지 대비해 놓은 회사는 드물다.이 경우 사업주는 '노무수령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노무수령 거부권이란 말 그대로 "당신의 노무 제공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사업주의 선언이자 권리다.
다만 노무수령 거부의사를 어떻게 표시하는지에 대해선 법에 규정이 없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먼저 사용자는 출근한 근로자에게 말로(구두) 혹은 문서를 통해 "귀가하라"고 통지할 수 있다. 예컨대 연차 휴일에 근로자의 책상 위에 '노무수령 거부의사 통지서'를 올려 놓는 방법이 있다. 그 밖에 컴퓨터를 켰을때 '노무 수령 거부' 취지의 화면이 뜨도록 하거나, 셧다운 시켜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영업장 출입 카드를 일시 정지시키는 방법도 제기된다.
중요한 것은 근로자에게 명확하게 거부의사를 인지시키는 것이다. "김대리, 오늘 휴일인데 왜 나왔어" 정도의 발언은 되레 기특해하는 마음으로 읽힐 수 있다.
이메일 발송도 좋은 방법이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메일은 근로자가 정확하게 인지했는지 확인할 수 없어서 근로자가 인지할 수 있는 정도의 의사표시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근로개선정책과-4271 2012.8.22)"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때 회사 전체, 즉 동료 직원 전체가 이 근로자에게 노무수령을 거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근한 근로자에게 상사가 '출근했으니 어쩔 수 없지. 일이나 시키자'는 마음으로 일을 부여했다면 근로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법원도 "사용자는 지정된 휴가일에 근로자가 출근한 경우 노무수령 거부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 하며, 그럼에도 근로를 제공한 경우에는 연차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면서도 "사용자가 명확히 표시하지 않았거나 근로자에게 업무지시 등을 해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한 경우에는 휴가일 근로를 승낙한 것으로 봐야 하므로 연차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2016가단5073814). 노동부의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지침도 마찬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부당한 노무수령거부는 문제 될 수 있어 주의해야
일반적으로 정말 특수한 상황이 아닌 한 노무수령거부를 할 일이 많지는 않다. 노무수령거부 법리도 부당해고나 직장폐쇄 사건 등에서 주로 발전해 온 점이 이를 방증한다.부당하게 노무수령을 거부하는 행위는 되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휴일에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발생해 정당하게 근로를 했는데도 사업주가 막무가내로 노무수령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대법원도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계약 체결을 통해 자신의 업무지휘권·업무명령권의 행사와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가 근로제공을 통해 참다운 인격의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배려하여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의 근로제공을 계속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이와 같은 근로자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 돼 사용자는 이로 인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배상할 의무가 있다(95다6823)"고 판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무수령거부권은 근로자가 이미 휴가를 신청해 놓고도 출근한다던지, 객관적으로 과도하게 수당을 청구하는 등 특수한 상황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연차 촉진의 경우에도 주로 언급된다.
한편 근로자가 주52시간을 넘겨서 일하는 것을 방치했다가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앞서 사례에서 사업주의 말이 사실이라면, 하루 2시간 연장근로를 5일동안 하고 휴일까지 나와 일한 경우 이미 주52시간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하겠다고 해서 놔뒀다고 주장해도 법적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노무수령 거부권 행사가 합리적인지를 판단할 때는 주변 정황도 중요할 수 있다. 비슷한 작업을 할 때 다른 직원들의 작업 시간, 타 직원들의 휴일 근로 정도 등을 미리 파악해 놓는 것도 좋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