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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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어린이 숫자가 단 1명만 남기까지 앞으로 34만4911일 6시간33분42초.’

일본 도호쿠대의 ‘어린이 인구 시계’가 가리키는 일본의 어린이 숫자는 지금도 1초에 0.008명씩 줄고 있다. 도호쿠대에 따르면 2022년 6월 5일 낮 12시 기준 1460만4176명인 일본의 어린이(0~14세)는 매초 줄어들어 2966년 10월 5일 1명이 된다. 일본의 출산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한 추이다.

출생아 수 6년 연속 최저치

아기 울음 그친 日…'인구 1억명 붕괴' 가속
5일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1년 일본 합계출산율은 1.30명으로 6년 연속 감소했다. 2020년보다 0.04명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일본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출산율 2.06명은 물론 정부 목표치인 1.8명에도 크게 못 미쳤다. 출산율이 1.5명 미만이면 초저출산국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81만1604명으로 1년 전보다 2만9231명 줄었다. 통계가 남아 있는 1899년 이후 122년 만의 최저치다. 출생아 숫자는 6년 연속 최저치를 이어갔다. 후생노동성은 “15~49세 여성 인구가 감소한 데다 20대의 출산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출생아 수가 81만 명대로 줄어든 것은 일본 정부 예상보다 7년 빨랐다. 2049년으로 예상한 ‘일본 인구 1억 명 붕괴’ 시점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결혼이 줄어든 것이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2021년 일본의 결혼 건수는 50만1116건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적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보다 10만 건가량 급감했다.

코로나19 확산 2년째를 맞은 지난해 미국과 유럽 국가의 출산율이 회복한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366만 명으로 7년 만에 증가했다. 출산율도 1.66명으로 전년보다 0.02명 늘었다. 프랑스의 지난해 출산율도 1.83명으로 0.01명 증가했다.

일본은 젊은 층의 결혼과 출산 의욕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인구 1000명당 혼인율이 2019년 4.8명에서 2020년 4.3명, 2021년 4.1명으로 계속 하락했다. 부부가 갖고 싶어 하는 아이의 숫자가 지난 30년간 줄곧 감소해 2015년엔 2.01명까지 떨어졌다. 후지나미 다쿠미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자체 조사 결과 미혼여성의 4분의 1이 아이를 낳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초저출산국’ 일본보다 심각한 한국

가사와 육아 부담이 여성의 출산 의욕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으로 지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일본 여성이 가사와 육아에 쏟는 시간은 일본 남성보다 5.5배 많았다. OECD 평균은 2배 미만이었다. 한국도 여성의 가사·육아 노동 시간이 남성보다 4배 이상 많았다.

내각부의 2021년 조사에서 ‘자신의 나라는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스웨덴은 97.1%,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82.7%, 77.0%였다. 일본은 38.3%에 불과했다.

일본은 출산율이 2차대전 이후 최저치(1.57명)를 기록한 1990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시작했다. 지난 30년간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지원 규모는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 2019년 일본의 육아 지원 관련 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73%였다. 스웨덴(3.4%)과 프랑스(2.88%) 등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나라들보다 크게 낮았다.

그러나 초저출산국 일본조차 한국에 비하면 훨씬 사정이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의 2021년 출산율은 0.81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일본의 출산율이 6년째 하락했지만, 2005년 1.26명을 기록한 이후 20년 가까이 1.3~1.4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1.2명대였던 출산율이 0.8명대로 곤두박질치는 데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모두 육아 지원에 집중된 저출산 대책을 젊은 층의 결혼과 출산 의욕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마쓰다 시게키 주쿄대 교수는 “소득수준이 낮은 젊은 세대에 경제적인 지원을 늘려야 결혼과 출산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