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이후 서울 25개 자치구의 권력 지형도가 재편되면서 다음달 본격화하는 은행 간 구(區) ‘금고지기 쟁탈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은행, 서울 區금고 쟁탈전 시작됐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는 올해 12월 말 기존 금고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다음달부터 8월 말까지 새로운 금고 은행 지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25개 구청에는 31개 금고가 있다. 강서 양천 강남 서초 용산 노원 등 6개 구가 1·2금고를 운영 중이고 나머지 19개 구는 1금고만 두고 있다.

25개 자치구 금고의 연간 운용 자금은 약 16조원(2018년 기준)에 달한다. 금고지기로 선정되면 이를 운용하면서 이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구청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영업할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공공기관 금고를 운영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커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에 금고지기로 선정된 은행은 내년부터 4년간 금고를 맡게 된다.

은행들은 6·1 지방선거 결과가 구 금고 쟁탈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거 결과 25개 자치구 구청장 가운데 17석을 국민의힘이, 8석을 더불어민주당이 확보했다. 종전에는 24곳을 민주당이, 1곳을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었다. 민주당에 쏠렸던 서울 자치구 권력의 무게 추가 이동하면서 금고 경쟁 구도 또한 새판이 짜여졌다는 평가다.

금고지기 ‘수성’에 나서는 우리은행으로선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과거 서울시 시 금고와 25개 자치구의 금고를 독점했다. 하지만 2015년 신한은행에 용산구 1금고를 내주면서 독점 체제가 깨졌다. 우리은행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2018년 입찰 결과에 따라 현재 우리은행은 20개 구에서 1금고 18개, 2금고 4개 등 22개 구 금고를 관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5개 구에서 1금고 5개, 2금고 1개 등 6개를 운영 중이며 국민은행은 노원(1·2금고) 광진 등 3개를 맡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구 금고를 많이 차지한 우리은행이 기존 구청장 및 공무원들과 안면을 많이 트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선거 결과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면 우리은행에 유리했겠지만 이제는 다른 은행도 기대를 키울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어 “한쪽으로 기울었던 운동장이 평평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 신한은행이 서울시 시 금고 은행으로 지정됐다는 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연간 48조원에 달하는 시 금고 운영권은 1915년 경성부 금고 시절부터 104년간 우리은행이 독점해왔지만 2018년 신한은행이 처음으로 따냈다. 그 이후 4년간 절치부심해온 우리은행이 명예 회복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시 금고를 담당하는 은행은 전산시스템 등 구 금고와 연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구 금고 유치 경쟁에도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614억원 규모 횡령 사건이 구 금고 쟁탈전에 끼칠 파장도 관심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각에서 횡령 사건 때문에 우리은행이 불리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선정 과정에서는 구 금고와 관련해 금융 안전과 보안, 횡령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잘 갖췄는지를 살펴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