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올리자 곧바로 반영…매력 커진 은행 예금·적금
국은행이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연 1.75%로 인상하자 은행들이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올렸다. 과거에는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에 반영하기까지 1주일 이상 걸렸는데 최근 들어 이 같은 시차가 사라지고 있다. 금리 인상 폭도 기준금리 인상분(0.25%포인트)보다 크다.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에 돈이 몰리고 있다. 급격한 물가 상승과 통화 긴축,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주식이나 암호화폐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시중 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올해 안에 최소 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며 “수신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장 정기예금 가입을 희망하는 고객들은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줄줄이 오르는 예·적금 금리

기준금리 올리자 곧바로 반영…매력 커진 은행 예금·적금
국민은행은 지난달 31일 정기예금과 적립식예금 34가지 상품의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올렸다. 이 은행의 대표 예금상품인 ‘KB더블모아예금’의 최고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연 2.55%를 적용한다. KB국민프리미엄적금(정액적립식)의 최고 금리도 60개월 만기 기준 연 3.75%로 올랐다.

앞서 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도 예·적금 금리를 0.25∼0.4%포인트 올렸다. 신한은행은 정기예금과 적립식예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했다. 서민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적립식 상품인 새희망적금의 경우 최고 연 5.0%(3년 만기)를 제공한다.

우리은행도 22개 정기예금과 16개 적금 금리를 올렸다. 우리아이행복적금은 기존 연 1.55%에서 연 1.95%로 0.4%포인트 상승했다. 나머지 상품도 0.1∼0.3%포인트씩 올라갔다. 농협은행은 거치식예금(정기예금)은 0.25∼0.3%포인트, 적립식예금(적금)은 0.25∼0.4%포인트씩 인상했다.

하나은행도 예·적금 등 총 22개 수신상품 금리를 최고 0.25%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급여하나 월복리 적금’과 ‘주거래하나 월복리 적금’은 1년 만기 기준 최고 연 2.95%에서 연 3.20%로, 3년 만기 기준 최고 연 3.25%에서 3.50%로 0.25%포인트 상승했다. 중도 해지하더라도 고금리가 적용되는 ‘369 정기예금’ 1년제는 기본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돼 최고 연 2.05%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연 5%대 정기적금도 등장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도 잇따라 수신금리를 올렸다. BNK경남은행은 수신상품 금리를 최대 연 0.45%포인트 인상했다. 경남은행 창립 52주년 기념으로 오는 10월 31일까지 2만 계좌 한정으로 특별 판매하는 정기적금 ‘고객님 감사합니다’의 경우 3년 만기 기준 최고 연 4.72% 금리를 준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정기예금 금리를 기간별로 최대 연 0.7%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가입 기간 1년 이상인 ‘코드K정기예금’ 금리가 모두 연 3% 이상으로 뛰었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이 상품은 우대조건이 복잡한 시중은행 상품과 달리 조건 없이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대 연 5.0%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케이뱅크의 ‘코드K 자유적금’은 판매 시작 48시간 만에 약 10만 계좌가 개설됐다. 당초 1만 계좌 한정으로 기본금리 연 3.0%에 우대금리 연 2.0%를 제공하는 이벤트로 시작했는데, 신청자가 몰리자 케이뱅크는 10만 계좌 모두 우대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 시중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9조1369억원 늘어난 679조7768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 폭은 전월(1조1536억원)의 17배를 넘었다. 정기적금 잔액은 36조7597억원으로, 8006억원 늘었다. 요구불예금 잔액은 703조6123억원으로 9296억원 늘었으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잔액은 5조4762억원 줄며 115조5332억원을 기록했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저원가성 예금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단기라도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의 고금리 수시입출금 상품으로 옮겨가는 수요가 증가했다는 평가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