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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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와 물가가 동반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서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금리에 장사 없다’는 격언처럼 규제 완화 기대에도 불구하고 매물과 미분양이 쌓여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거래 절벽’이 예상보다 길게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급하게 주택 매입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다. 청약 가점이 높다면 경쟁률이 낮아진 틈을 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에 도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올 하반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과 시장 분위기를 확인한 뒤 움직이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가점 높으면 상한제 지역 청약…아니면 "쉬어 가는 것도 투자"
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4월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360가구로 집계됐다. 강북구(195가구)와 동대문구(95가구)에 미분양 주택이 집중됐다. 4월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전월(180가구)에 비해 두 배 뛴 규모다. 서울의 미분양 주택은 올 2월까지만 해도 월 50가구 안팎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그러다 3월 전월(47가구) 대비 3.8배 급증하더니 상승세를 띠고 있다.

한 건설사 분양 담당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미분양은 생각하기도 어려웠다”며 “올 들어 지방과 수도권 외곽에서부터 미분양이 쌓이더니 서울까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량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131건으로 집계됐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4901건)에 비해 4분의 1토막이 났다.

전문가들은 빠르게 오르고 있는 기준금리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연 1.50%였던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8월과 11월, 올 1월과 4월에 이어 최근 9개월 새 총 1.25%포인트 높아졌다. 이렇다 보니 변동금리로 부동산 관련 대출을 받거나 새로 받아야 하는 차주의 이자 부담 역시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전체의 65.8%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수도권 차주의 빚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올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로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만큼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연말 기준금리가 연 2.25~2.5%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은 합리적”이라며 연내 기준금리를 2~3회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여기에 다음달부터 대출 규제는 오히려 강화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촘촘해지기 때문이다. 현재는 총대출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에게 DSR 규제가 적용된다. 1금융권은 40%, 2금융권은 50%다. 오는 7월부터는 총대출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에게도 DSR이 적용된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 한도가 줄어드는 구조인데 DSR 규제까지 강화되면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서울 공덕동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아파트 매입을 고려하다가도 대출 이자 부담이나 한도를 걱정해 매입 의사를 접는 실수요자가 꽤 많다”며 “연말로 갈수록 아파트 매입 수요가 줄 수 있어 단기간 내 주택 거래량이 개선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9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6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에 비해 0.01%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 건 올 3월 말 이후 9주 만이다.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로 다주택자들의 절세 매물이 더해진 영향도 있다는 게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쉬어 가는 것도 투자 전략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을 때 무리해서 주택 매입에 나설 필요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청약 가점이 높다면 올 들어 청약 경쟁률이 주춤해진 사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 등에 청약하는 게 좋다. 정부가 올 하반기 청약 제도 개편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젊은 수요자층을 위해 추첨제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럴 경우 고가점자들의 당첨 확률은 낮아진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무주택자들에겐 급하게 나온 절세 매물을 선택할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올 하반기 청약 제도 개편이 시작되고 시장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서둘러서 내 집 마련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