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를 맞아 가계가 ‘부채 다이어트’에 나서는 동안 경기 둔화와 고(高)물가 등으로 자금 수요가 많아진 기업들은 올해 들어 빚을 32조원 넘게 늘렸다. 기업대출 증가분의 80%가량을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이 차지하고 있어 하반기에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되면 부실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668조629억원으로 작년 12월 말(635조8879억원)보다 32조1750억원(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잔액이 709조529억원에서 701조615억원으로 7조9914억원(1.1%)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올해 기업대출 증가액의 76.5%는 중소기업 대출에서 나왔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작년 말 553조4786억원에서 지난달 578조954억원으로 24조6168억원(4.4%) 증가했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대기업 대출도 늘었다. 대기업 대출 잔액은 82조4093억원에서 89조9675억원으로 7조5582억원(9.2%) 증가했다.

임금 지급과 원재료 매입 등에 필요한 돈을 뜻하는 운전자금 대출 수요 증가세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예금 취급기관의 운전자금 증가폭(25조5000억원)은 전분기(5조3000억원) 대비 크게 높았다. 원자재와 식재료 가격 상승, 경기 부진 등이 맞물리면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중심으로 운전자금 대출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에선 정부가 오는 9월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 등을 예정대로 끝내면 취약 기업발(發) 연체·부실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평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지난 4월 기준 연 3.67%로 2019년 6월(연 3.71%) 이후 2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이달 종료할 예정이던 ‘중소기업 신속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연말까지 6개월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