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와 세입자간의 소위 甲乙논쟁,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위헌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리쌍 소유 건물 세입자에 대한 명도(인도)사건 판결이 선고되어 소개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6. 5.선고 2012가단5154111 건물인도 등 판결이다. 일반적인 인도사건과 마찬가지로 법적으로는 별다른 쟁점이 없는 사건이었지만, 건물주가 유명 연예인이었고 권리금이 국내 최고수준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점포여서 인도에 따른 세입자 피해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전모를 소개하여 세간의 오해를 불식하는 차원에서 판결전문을 소개한다.
원 고 1. 강희건
2. 길성준

피 고 서00
<주문>
1.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44,900,000원에서 별지 목록 기재 건물을 인도하는 날까지 월 3,000,000원씩을 공제한 나머지 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위 건물을 인도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2/3는 피고가, 1/3은 원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모두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2010. 9. 20. 노00, 이00(이하 ‘종전 임대인들’이라 한다.)과 사이에 그들 소유의 별지 목록 기재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에 관하여 임대차기간을 2010. 10. 6.부터 2012. 10. 5.까지로, 임대차보증금을 40,000,000원(후에 44,900,000원으로 증액됨)으로, 차임을 월 3,000,000원으로 각 정하여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현재까지 위 건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나. 원고들은 2012. 5. 30. 종전 임대인들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포함한 4층 건물 전체를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같은 해 6. 21. 피고에게 임대차기간 만료 후 갱신의 의사가 없다는 뜻을 통지하였다.
2. 판 단
가.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인 원고들에게 이 사건 건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⑴ 정당한 권원의 존재 주장
피고는, 피고와 종전 임대인들 사이에 구두로 임대차계약 갱신 약정이 있었으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상의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갱신되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3호증(매매계약서)에 의하면 종전 임대인들과 원고들 사이에 위 매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임대인의 지위를 “포괄 양도, 양수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특약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갱신 약정이 있었는지에 대하여는, 피고와 종전 임대인들 사이에 그와 같은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원고들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인수하는 것을 넘어 임대차계약 갱신 약정까지 승계하기로 하였는지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위 매매계약서에 의하면 특약사항으로 “임차인 명도 부분은 매수인이 책임지기로 한다.”라고 정하여 원고들이 임대차계약의 갱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⑵ 권리남용 주장
피고는, 피고가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하면서 권리비와 시설비 등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였음에도 기간 갱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인도를 청구함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권리 행사가 권리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으려면, 주관적으로 그 권리 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이어야 하고, 객관적으로는 그 권리 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58173 판결 참조).
그런데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인 원고들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기간 만료로 종료되었으므로 임차인인 피고에게 이 사건 건물의 인도를 청구하는 것을 두고 원고들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고,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⑶ 유치권 주장
피고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하여 주방시설, 화장실, 벽체 도색 등 공사비로 100,000,000원을 지출하였으므로, 위 유익비를 상환받을 때까지 이 사건 건물을 유치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임대차계약 체결시 임차인이 임대인의 승인하에 임차목적물인 건물 부분을 개축 또는 변조할 수 있으나 임차목적물을 임대인에게 명도할 때에는 임차인이 일체 비용을 부담하여 원상복구를 하기로 약정하였다면, 이는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에 지출한 각종 유익비의 상환청구권을 미리 포기하기로 한 취지의 특약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20389, 20396 판결 참조).
갑 제1호증(상가 임대차계약서)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임대차계약서 제5조에서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경우 임차인은 위 부동산을 원상으로 회복하여 임대인에게 반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피고는 종전 임대인들에게 유익비 또는 부속물매수청구권을 요구하지 않기로 약정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⑷ 임대차보증금 반환과의 동시이행 항변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원고들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동시이행의 항변을 하므로 살피건대, 피고가 종전 임대인들에게 임대차보증 44,900,000원을 지급하였고, 원고들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에게 위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고, 원고들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와 피고의 목적물 반환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
한편,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계약 종료 후 목적물을 인도할 때까지 임대차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차임,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 등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것이므로 임대인은 그 금액을 공제한 잔액만을 반환할 의무가 있는바, 피고가 현재까지 이 사건 점포를 점유․사용함으로써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고 그로 말미암아 원고에게 그 차임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원고에게 그 점유․사용으로 인한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고, 통상의 경우 부동산의 점유․사용으로 인한 이득액은 그 부동산의 차임 상당액이라 할 것인데, 이 사건 임대차계약 종료 후 차임 상당액도 월 3,000,000원일 것으로 추인되므로, 피고는 원고들로부터 임대차보증금 44,900,000원에서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13. 5. 22.부터 이 사건 건물을 인도하는 날까지 차임 상당액인 월 3,000,000원씩을 공제한 나머지를 지급받음과 동시에 원고들에게 이 사건 건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피고에게 위 인정 부분을 넘는 연체 차임 또는 차임 상당 부당이득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제2회 변론기일에서 위 와 같이 자인하였으므로, 이 부분은 따로 판단하지 아니함).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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