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낙찰 후 소유권이전등기 시 기존 등기부등본에 설정돼 있는 권리들이 말소되는지 아니면 말소되지 않고 남아있는지 여부는 경매물건 권리분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권리가 말소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것은 그 권리를 낙찰자가 인수하게 된다는 뜻이고, 그 권리를 말소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지출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권리가 낙찰 후 말소되느냐, 아니면 말소되지 않고 낙찰자에게 인수되느냐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권리를 말소기준권리라 한다. 통상 압류, 가압류, 저당, 근저당, 담보가등기 등 5개 권리를 말소기준권리라 하며, 이들 권리가 없을 경우 강제경매개시결정등기를 말소기준권리 범주에 포함시킨다. 따라서 이 말소기준권리 중 최초 설정된 권리보다 앞서 설정된 권리는 말소되지 않고 낙찰자에게 인수되고(인수주의), 이보다 나중에 설정된 권리는 말소된다는 것(소제주의)이 일반적인 권리분석의 원칙이다. 예컨대, 등기부등본상의 권리가 ① 가처분 ② 근저당 ③ 전세권 ④ 가압류 ⑤ 소유권가등기 순으로 설정됐다고 하자. 이 사례에서 말소기준권리는 근저당(②)이 되고 근저당을 비롯한 후순위 권리인 전세권(③), 가압류(④), 소유권가등기(⑤)는 말소되지만, 근저당보다 앞서 설정된 가처분(①)은 말소되지 않고 낙찰자에게 인수된다.권리분석이 이처럼 간단명료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불행히도 그렇지가 않다. 경매물건은 등기부등본상의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유치권, 법정지상권, 분묘기지권 등 등기부 외적인 권리도 수두룩하고, 임차인과의 관계에서 대항력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다소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또한 등기부등본상의 권리라 하더라도 말소기준권리와 상관없이 낙찰자에게 항상 인수되는 권리들도 있다. 예고등기, 청산절차를 마친 담보가등기, 지상건물철거 및 토지인도청구권보전을 위한 건물처분금지가처분이 그것이다. 이를 부연 설명해 보자.① 예고등기
예고등기는 등기원인의 무효나 취소 사유로 인하여 법원에 등기말소 또는 등기회복의 소송이 제기된 경우 이를 제3자에게 알려 불측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법원에서 직권으로 하는 등기를 말한다. 주로 소유권말소나 회복의 소를 원인으로 하는 예고등기 또는 근저당권말소나 회복의 소를 원인으로 하는 예고등기가 주를 이룬다. 이들 예고등기는 그 예고등기의 원인이 된 소의 결과에 따라 낙찰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예컨대, 원소유자가 현소유자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유권말소의 소가 진행 중으로 예고등기가 된 경매물건을 낙찰받은 경우 원고가 승소하여 현소유자의 소유권이 말소되면 경매취득은 원인무효가 돼 낙찰자 역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최선순위 근저당말소의 소를 원인으로 하는 예고등기가 된 경매물건을 낙찰 받았다고 하더라도 소의 결과 근저당이 말소되면 후순위 권리(가처분, 임차인 등)가 선순위로 되어 낙찰자가 그 권리를 인수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 근저당에 기해 경매를 신청했다면 근저당 말소로 경매가 원인무효가 되어 낙찰자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② 청산절차를 마친 담보가등기
가등기는 물권의 설정이나 소유권의 이전, 변경, 소멸의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하는 등기로 장래의 본등기에 대비하여 미리 등기부상의 순위를 확보하기 위해 행하는 등기를 말한다. 예컨대 부동산매매 시 매수인이 매매잔금까지 모두 치렀으나 사정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미루고 있는 경우 그 사이 매도인이 제3자에게 이중매매하거나 매도인의 다른 채권자가 매매부동산에 압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가등기(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가 그것이다. 반면 담보가등기는 채권담보의 목적(차용금을 변제하지 않을 때의 대물변제를 위한)으로 이루어지는 가등기로 경매절차에 있어 담보가등기는 저당권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채무자가 차용금을 변제하지 않을 때에는 담보가등기에 기해 경매신청 채권자로서 배당에 참가할 수도 있고, 대물변제로 소유권을 취득할 수도 있다. 대물변제로 인해 소유권을 이전할 때에는 청산절차를 거쳐야 한다. 청산절차는 부동산 가격과 차용금과의 차액인 청산금 지급 통지서를 발송하고 이로부터 2개월이 경과한 후에 청산금을 지급하면 대물변제의 요건이 완성되고 청산절차가 마무리된다. 이러한 청산절차가 마무리된 경우에는 후순위 담보가등기라 해도 말소되지 않고 등기부에 남게 된다. 즉, 낙찰자가 낙찰 후 대금을 납부해도 담보가등기권자가 가등기에 기해 본등기를 경료하게 되면 가등기권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되기 때문에 낙찰자는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된다. 다만 담보가등기가 경료된 부동산에 대하여 경매개시결정이 있는 경우에 경매신청이 청산금을 지급하기 전에 행하여진 때에는 담보가등기권자는 그 가등기에 대한 본등기를 청구할 수 없다. 청산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경매신청이 먼저 된 경우에는 낙찰로 인한 소유권 취득에 하등의 영향이 없다는 뜻이다.③ 지상건물철거 및 토지인도청구권보전을 위한 건물처분금지가처분
가처분은 금전채권 이외의 특정물에 대한 각종 청구권(소유물반환청구권, 임차목적물인도청구권 등)을 가지는 채권자가 장래의 집행보전을 위하여 현재의 상태대로 현상을 고정ㆍ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채무자의 재산은닉ㆍ제3자에게 양도금지 등 처분을 금지시키고 그 보관에 필요한 조치를 명하는 보전처분을 말한다. 경매절차에 있어서 가처분은 말소기준권리보다 선순위로 설정된 경우만 인수 대상이고 후순위로 등기된 가처분은 말소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 원칙에도 예외가 있다. 후순위 가처분이라 해도 가처분의 목적이 지상건물철거 및 토지인도청구권보전을 위한 건물처분금지가처분인 경우에는 말소되지 않고 낙찰자에게 인수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토지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지상에 건물을 짓고 영업을 한 후 임대차기간이 만료됐으나 건물주(토지임차인)가 토지반환을 거부하고 있는 경우 토지 소유자가 지상건물철거 및 토지인도반환청구권보전을 위해 건물에 대한 가처분을 한 경우 설령 그 가처분이 후순위라 하더라도 낙찰로 소멸되지 않고 낙찰자에게 인수된다. 가처분이 있는 경우 그 가처분의 목적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가처분이 집행된 경우라도 가처분이 집행된 뒤에 3년간 본안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면 채무자나 이해관계인이 가처분에 대한 취소를 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위와 같이 등기부등본에 기재되는 권리 중 예고등기, 청산절차를 마친 담보가등기 및 지상건물철거 및 토지인도청구권보전을 위한 건물처분금지가처분은 단지 말소기준권리보다 후순위 권리라고 해서 말소되는 권리들이 아니기 때문에 권리분석 시 상당히 주의를 요하는 사항이다.(주)이웰에셋(www.e-wellasset.co.kr) 문의: 02-2055-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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