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로 임차하는 척하면서 임대인의 신분증 등의 정보를 취득하고 해당 집에 거주까지하는 것을 기화로 마치 자신이 집주인인 척 하면서 해당 물건을 전세로 내놓고서 보증금을 가로채는 사기범행이 끓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이런 사기범 일당이 부동산중개업소를 차려놓고서 조직적으로 임차인을 물색하여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여러 세입자들이 피해를 입는 바람에 피해금액이 무려 30억원에 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기까지 하다.
이런 사고의 가장 근간에는 신분증위조에 대한 사회적인 경각심이 매우 취약하다는데 있다. 신분증위조는 기술적으로 매우 쉽고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인 본인의 신분확인을 위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과 같은 신분증에만 의존하는 것이 거래관행이다. 신분증위조기술을 감안하면 신분증과 별도로 상대방이 등기부상 소유자가 틀림없는지를 확인하는 보완조치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거래실무는 집주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제시하는 신분증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니 사기가 빈발할 수 밖에 없다.

간혹 주민등록증 진위확인을 위해 관공서에서 개설한 ARS 전화서비스나 “민원24”라는 인터넷싸이트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확인방법으로는 위 사안과 같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을 기화로 집주인의 주민등록증을 정확히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허위의 주민등록증을 만들어내는 범행에 대해서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최근 필자는 kbs 모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전세사기범죄에 대해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필자와 함께 출연했던 모 부동산전문가라는 사람이 “민원24”라는 싸이트를 언급하면서, ‘이 싸이트에서 신분증확인절차를 거치면 신분증위조를 통한 전세사기가 “100%” 예방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하는 방송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완전히 잘못된 설명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생하는 신분증위조사기범죄는 거의 대부분 월세세입자로 임대차계약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실제 집주인의 신분증을 카피한 후 그 내용을 바탕으로 신분증을 위조하고 범인의 사진을 집주인 신분증에 새겨넣는 방식이기 때문에, ARS 전화서비스나 “민원24”확인을 통해서는 전세사기를 판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확인방법으로는 진정한 신분증이 아닌 완전히 허위신분증을 만들어내는 신분증위조만을 걸러낼 수 있을 뿐인데, 이런 수법으로는 범행의 성공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아서, ARS 전화서비스나 “민원24”의 기능은 매우 약한 실정이다.

그 때문에 임대인 신분확인을 위한 다음과 같은 다른 여러 가지 보완조치가 동원될 수 밖에 없다.

대금의 지급을 상대방에게 직접 건네는 방법이 아니라 금융계좌로 입금되는 방법도 신분확인의 보조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 이는, 사기꾼이 금융기관 계좌까지 통제할 수 있지 않는 한 대금을 계좌로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인데, 하지만 실제 여러 사례에서와 같이 많은 사기사건들의 경우에는 사기범이 위조된 신분증으로 위조된 사람 앞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사기예방을 위해 완전할 수 없다. 신분증 위조가 완벽하면 금융회사로서도 위조신분증을 믿고 계좌를 개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인 확인을 위해 등기권리증을 소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고, 부동산세금 납부영수증이나 관리비 영수증 등 소유자가 아니면 금방 소지하기 힘든 서류를 확인해보자고 요청해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이러한 서류들 역시 위조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완전한 방법일 수는 없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상대방의 진위 여부를 조금이라도 정확하게 검증하면서 범죄위험이 줄어들게 된다.

해당 목적물의 인근 주민들을 통해 주인의 인상착의를 물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노력이 필요한 이유는, 이런 범행이 발생할 경우 최종적인 피해는 결국 임차인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결국 사기를 당한 임차인과 진정한 집주인 사이에 법적 분쟁, 예를들어 집주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집을 비워달라고 하는 건물인도청구소송이 발생하게 되는데, (집주인에게 표현대리가 성립하는 등) 특별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집주인과의 관계에서 임차인이 패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임대차계약과정에서 임차인이 아무리 주의했다고 한들 일단 권리없는 자와 계약을 한 이상 진정한 집주인과의 관계에서 보증금반환받을 권리가 없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임차인으로서는 상대방이 진실한 권리자인지 여부에 대해 아무리 주의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런 부실한 확인은, 일선 부동산중개업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중개업소에 손님을 뺏기지 않고 거래를 빨리 성사시키기 위해 계약체결에만 연연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양측의 감정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기 위해 신분에 대한 확인절차마저 매우 기본적인 것만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신분증위조를 통한 전세사기범죄는 근원적으로 예방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임차인에게 최선의 주의를 당부하고 싶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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