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조합 임원에 대한 해임 사유
김은유(법무법인 강산 변호사, 성균관대 겸임교수)

정비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임원을 해임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나 해임을 당하는 것이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이 벌어진다.

이렇게 재개발·재건축 조합임원을 해임함에 있어서 해임사유에 대한 제한은 가능한 것인지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즉, 조합과 이사의 법률관계는 신뢰를 기초로 한 위임 유사의 관계로 볼 수 있는데, 민법 제689조 제1항에서는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조합은 원칙적으로 이사의 임기 만료 전에도 이사를 해임할 수 있지만(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다17109 판결 참조), 이러한 민법의 규정은 임의규정에 불과하므로 조합이 자치법규인 정관으로 이사의 해임사유 및 절차 등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는 것도 가능한지가 우선 문제되고, 만일 별도의 규정을 둔 경우 그 규정에 정한 사유가 있을 경우만 해임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서 정관이나 규약에서 해임사유의 제한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하급심 판결(수원지방법원 2010. 10. 1. 선고 2009가합24647, 인천지방법원 2009. 5. 27. 선고 2009카합464 결정)과 정관에서 별도로 해임사유를 규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조합원들의 자치적인 판단으로 그러한 해임사유가 없어도 해임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판결이 대립되고 있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은 “민법의 규정은 임의규정에 불과하므로 법인이 자치법규인 정관으로 이사의 해임사유 및 절차 등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이와 같이 법인이 정관에 이사의 해임사유 및 절차 등을 따로 정한 경우 그 규정은 법인과 이사와의 관계를 명확히 함은 물론 이사의 신분을 보장하는 의미도 아울러 가지고 있어 이를 단순히 주의적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법인의 정관에 이사의 해임사유에 관한 규정이 있는 경우 법인으로서는 이사의 중대한 의무위반 또는 정상적인 사무집행 불능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정관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유로 이사를 해임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41741 판결), 대법원은 해임사유에 대한 제한이 가능하고, 그 제한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도시정비법 제23조 제4항은 “조합임원의 해임은 제24조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의 발의로 소집된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해임사유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서 도시정비법이 해임발의를 할 수 있는 사유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소수 조합원에 의한 잦은 해임발의가 있을 경우 조합업무의 영속성과 조합 집행부의 안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을 수 있으므로, 조합으로서는 조합정관에 이에 관한 일정한 사유를 열거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를 규율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따라서 표준정관 제18조 제1항은 “임원이 직무유기 및 태만 또는 관계법령 및 이 정관에 위반하여 조합에 부당한 손실을 초래한 경우에는 해임할 수 있다”는 제한을 가하고 있는바, 이러한 정관 규정이 도시정비법을 위반하였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생각건대, 도시정비법은 해임절차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으므로, 해임사유는 민법과 마찬가지로 정관에서 제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위 대법원 판결을 충실히 따르면, 조합임원을 해임함에 있어서는 무조건 다수결로 해임하는 것이 아니라, 정관에 정한 해임사유가 있는 경우만 가능한 것이고, 그러한 사유가 없는 경우는 해임이 불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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