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압류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과는 있지만, 가압류의 시효중단효력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 오해가 있다.

예를들어 보자. 지금부터 약 24년 전에 甲이 乙에게 돈을 빌리고 돈을 갚지 못하고 있던 중 약 15년 전에 乙로부터 부동산에 가압류를 당한 상태로 대여금 청구라는 본안판결없이 이 상태가 지금까지 지속되는 있는 사안을 가정해보자.

24년 전 채권채무관계를 이유로 그로부터 9년 후에 가압류가 되었다면, 그로 인해 9년간 지속되어 오던 채권의 소멸시효는 중단되게된다.


★ 민법 제168조(소멸시효의 중단사유)
소멸시효는 다음 각호의 사유로 인하여 중단된다.
1. 청구
2.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3. 승인


하지만, 가압류한 이후로도 10년이 흘렀다면 채권은 소멸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않다. 가압류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가압류의 집행보전 효력이 존속하는 동안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 대법원 2000. 4. 25. 선고 2000다11102 판결[가압류결정취소]
[1] 민법 제168조에서 가압류를 시효중단사유로 정하고 있는 것은 가압류에 의하여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하였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인데 가압류에 의한 집행보전의 효력이 존속하는 동안은 가압류채권자에 의한 권리행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가압류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가압류의 집행보전의 효력이 존속하는 동안은 계속된다.
[2] 민법 제168조에서 가압류와 재판상의 청구를 별도의 시효중단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비추어 보면, 가압류의 피보전채권에 관하여 본안의 승소판결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가압류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이에 흡수되어 소멸된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등기부상 가압류등재가 계속 지속되어오고 있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효소멸은 생각할 수 없을 것인데, 아직 대여금 본안소송이 제기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提訴(제소)기간 도과를 이유로 한 가압류취소”신청을 제기하면 어떻게 될까 ? 법개정으로 최근의 가압류에 대해서는 3년의 제소기간을 허용하고 있지만, 위 사안처럼 오래된 가압류에 대해서는 가압류 후 10년 내에 가압류의 근거가 된 본안소송( 이 사건에서는 대여금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가압류가 취소될 수 있고< 구 민사소송법 706조(현행 민사집행법 288조)>, “압류, 가압류 및 가처분은 권리자의 청구에 의하여 또는 법률의 규정에 따르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취소된 때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는 민법 175조와 결합해서 생각하면 가압류취소로 시효중단의 효력이 무효될 수 있지 않을까?


★ 민사집행법 제288조 (사정변경 등에 따른 가압류취소)
①채무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압류가 인가된 뒤에도 그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제3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해관계인도 신청할 수 있다.
1. 가압류이유가 소멸되거나 그 밖에 사정이 바뀐 때
2. 법원이 정한 담보를 제공한 때
3. 가압류가 집행된 뒤에 3년간 본안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때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법리적으로 타당치 않다.


★ 대법원 2011.1.13. 선고 2010다88019 판결 [대여금]
민법 제175조는 가압류가 ‘권리자의 청구에 의하여 또는 법률의 규정에 따르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취소된 때에는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그러한 사유가 가압류 채권자에게 권리행사의 의사가 없음을 객관적으로 표명하는 행위이거나 또는 처음부터 적법한 권리행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이므로, 법률의 규정에 따른 적법한 가압류가 있었으나 제소기간의 도과로 인하여 가압류가 취소된 경우에는 위 법조가 정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가압류를 시효중단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가압류에 의하여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였기 때문인데 가압류에 의한 집행보전의 효력이 존속하는 동안은 가압류채권자에 의한 권리행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가압류에 의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가압류의 집행보전의 효력이 존속하는 동안 계속된다( 대법원 2000. 4. 25. 선고 2000다11102 판결, 대법원 2003. 10. 23. 선고 2003다26082 판결, 대법원 2006. 7. 27. 선고 2006다32781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은, 원고가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채권에 기하여 피고 소유의 각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여 1997. 9. 10.경 가압류결정이 되었으며, 그 후 피고의 제소명령신청이 인용되었는데도 원고가 그 제소명령신청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2009. 8. 12. 제소기간 도과를 이유로 가압류가 취소되었으나, 이 사건 채권의 소멸시효는 위 가압류로 인하여 중단되었다가 제소기간의 도과로 가압류가 취소된 때로부터 다시 진행된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배척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소멸시효의 중단사유 또는 제소기간 도과로 인한 가압류 취소의 효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은 없다.

★ 대법원 2009.5.28. 선고 2009다20 판결 [물품대금]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가 1998. 9. 2.부터 같은 해 12. 23.까지 피고로부터 ○○항공대학교 본관동 및 부대시설 신축공사를 도급받은 주식회사 하정종합건설에게 위 공사에 필요한 합계 51,561,784원 상당의 레미콘 및 혼화재를 공급하였다가 위 하정종합건설이 중도에 위 공사를 포기하자, 이에 당시 피고 법인의 실장이자 그 실질적 운영자이던 소외인이 1999. 1. 19.경 원고에게 같은 해 2월까지 위 물품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함으로써 하정종합건설의 물품대금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한 다음, 위 물품대금채무가 채무 발생일인 1998. 9. 2.부터 3년이 경과함으로써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하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갑 제8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1999. 9. 27. 피고를 채무자로 하여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에서 가압류결정을 얻어 피고 소유의 그 판시 덕제리 임야를 가압류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물품대금채무의 소멸시효의 진행이 중단되었고, 나아가 갑 제8호증 및 을 제2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위 가압류결정이 그로부터 10년간 원고가 본안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05. 10. 24. 피고의 이의신청에 따라 취소되어 같은 해 11. 8. 그 가압류등기가 말소된 사실은 인정되지만 위와 같은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구「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06조 제2항의 가압류 취소는 「민법」제175조의 “압류, 가압류 및 가처분이 권리자의 청구에 의하여 또는 법률의 규정에 따르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취소된 때”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위 가압류의 취소에도 불구하고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소급하여 소멸하지는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피고의 위 항변을 배척하였다.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은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것으로서 이것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적법한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5다77848 판결 참조).
상고이유 중 이 사건 물품대금채무의 인수 여부에 관한 주장의 취지는 결국 원심에서의 증거의 취사와 사실의 인정에 잘못이 있다거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다른 사실을 전제로 하여 원심의 법리 판단에 잘못이 있다는 취지에 불과하여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이 부분 원심판단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위반이나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그런데 구「민사소송법」제706조 제2항이 규정하는 10년간 본안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한 가압류 취소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소급하여 없어지는 「민법」제175조에서 정한 가압류 취소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다 할 것이지만 ( 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다17222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물품대금채권에 기한 피고 소유의 위 덕제리 임야에 대한 원고의 가압류결정이 취소된 것은 2005. 10. 24.의 일로서, 1999. 9. 27.자 가압류 시점에서 아직 10년이 경과하기 전임이 역수상 명백한 이상 위 가압류결정의 취소사유가 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은 사유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할 것이고, 달리 기록상 이 점에 관한 원심판단을 뒷받침할 아무런 자료도 없다(오히려 갑 제8호증의 기재 등 기록에 의하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2005. 11. 8. 이 사건 덕제리 임야에 대한 원고 명의의 가압류등기의 말소등기가 마쳐진 것은 2005. 10. 24. 선고된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 2005카단54 가압류이의 판결에 기한 것임을 알 수 있고, 위 판결에서는 위 가압류의 목적물인 위 덕제리 임야가 사립학교법상 처분금지재산으로서 가압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가압류 신청을 부적법 각하하고 그 가압류 결정을 취소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음을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그에 의하면 이러한 사정은 「민법」제175조에서 정한 시효중단 효력의 소급적 소멸사유인 가압류의 취소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 할 것이니, 이에 대한 심리·판단이 필요함을 덧붙여 둔다).
그렇다면 이 부분 원심판결은 그 자체에 이유모순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어서 파기를 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결국, 위 대법원 2009다20호 판결사안과 같이 “ 권리자의 청구에 의하여 또는 법률의 규정에 따르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취소”되는 민법 175조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채권이 시효소멸되기는 거의 어렵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하지만, 채권자 입장에서 가압류만 믿고 방심할 수는 없다. 가압류가 지속되는 한 채권의 시효가 소멸되지는 않을 수 있지만, 가압류 이후 일정기간 이내에 본안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사정변경에 의한 가압류취소가 가능하여 기존 가압류등재는 말소될 수 밖에 없어, 만약 가압류된 상태로 부동산이 타인에게 이전되어버린다면 비록 종전 채무자에 대해서는 유효한 채권을 가지게 되더라도 채무자의 무자력으로 인해 사실상 집행이 곤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제소기간 도과로 가압류취소가 염려되는 상황에서는 가압류된 해당 부동산이 타인에게 이전되기 전에 새로운 가압류 신청이 반드시 필요할 수 있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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