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계약 종료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게 되어 부득이 소송이 제기될 때, 임대차보증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그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의 문제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청구권은 임대차목적물 인도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어, 임대차목적물 인도 이전에는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 없음이 원칙이다. 그 때문에 임차인이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는 상태에서의 통상적인 보증금반환 판결주문은 “피고(임대인)는 원고(임차인)에게 서울 서초구 000동 00호를 인도받음과 동시에 000원을 반환하라”가 된다. 즉, 지연손해금이 가산되지 못하는 형식인 것이다.

그런데, 판결 후에라도 임대차목적물을 인도(이사)할 수 있다는 임차인의 입장을 감안하면, “서울 서초구 000동 00호를 인도받음과 동시에 000원 및 이에 대한 위 부동산 인도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0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주문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런 판결주문이 법리상 가능할 수 있을까? 임차인이 이런 형식의 판결주문을 선고받게되면 인도(이사)한 사실을 집행기관에 입증하여 해당 임대차목적물 경매과정에서 보증금 원금 뿐 아니라 판결에 기재된 지연손해금까지도 배당받을 수 있게 되지만, 만약 지연손해금이 부가되지 못한 판결을 선고받게 되면 부동산인도 이후의 지연손해금에 대해 당연 배당은 불가능하고, 대신 지연손해금청구소송을 별도로 제기하여 다시 판결받아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게된다.

재판은 변론종결시점(보통은, 선고기일 직전 재판기일임)의 권리의무 관계를 판단하는 것이 원칙인데, 그렇다면 변론종결당시에는 지연손해금을 인정할 수 있는 임차인의 동시이행의무, 즉 인도의무를 다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에서 인도받음과 동시에 지급되어져야 하는 금액은 보증금원금에 국한되는 것이 기본적으로 타당하다. 그 때문에, 변론종결시점까지 임대차목적물이 인도되지 않은 보증금청구의 대부분은 이런 형태로 선고되고 있다. 즉, “서울 서초구 000동 00호를 인도받음과 동시에 000원 및 이에 대한 위 부동산 인도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0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청구에 대해 지연손해금부분은 인정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래이행의 소의 요건이라고 할 수 있는 “미리 청구할 필요”를 입증하는 경우에는 지연손해금을 부가하는 판결선고가 가능할 수 있다.


★ 민사소송법 제251조 (장래의 이행을 청구하는 소) 장래에 이행할 것을 청구하는 소는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어야 제기할 수 있다

★ 대법원 2000. 8. 22. 선고 2000다25576 판결 [구상금등]
장래의 이행을 청구하는 소는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기할 수 있는바, 여기서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 함은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거나 조건 미성취의 청구권에 있어서는 채무자가 미리부터 채무의 존재를 다투기 때문에 이행기가 도래되거나 조건이 성취되었을 때에 임의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하고, 이행기에 이르거나 조건이 성취될 때에 채무자의 무자력으로 말미암아 집행이 곤란해진다던가 또는 이행불능에 빠질 사정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아래의 하급심판결들은 장래이행 소송에서의 “미리 청구할 필요”여부에 따라 지연손해금 부가를 달리 판단한 사안들이다.

먼저, 지연손해금 부가를 인정치 않은 사안이다.


★ 서울남부지방법원 2013. 11. 26.선고 2013가합104197 임대차보증금

<주문>
1. 이 사건 소 중 340,000,000원에 대하여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 인도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을 각하한다.
2. 피고는 원고로부터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340,000,000원을 지급하라.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로부터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34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위 부동산 인도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10. 3. 5. 피고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임대차보증금 340,000,000원, 임대차기간 2010. 4. 15.부터 2012. 4. 14.까지 2년으로 정하여 임차하고(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 그 무렵 피고에게 임대차보증금 340,000,000원을 지급하였다.
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위 임대차기간 종료 후에도 묵시적으로 갱신되어 왔는데, 원고는 2013. 1. 9. 피고에게 위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여 2013. 1. 10. 피고에게 위 해지의 의사표시가 도달하였다.

2. 판단
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원고의 2013. 1. 9.자 해지의 의사표시가 2013. 1. 10. 피고에게 도달함으로써 민법 제639조, 제635조에 따라 그로부터 1월이 지난 2013. 2. 11. 종료되었다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임대차보증금 34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지연손해금청구 부분의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직권으로 원고가 임차보증금 340,000,000원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 인도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원고의 이 부분 소는 원고가 향후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한다는 조건이 성취됨으로써 앞서 본 바와 같은 동시이행관계에 기초한 피고의 항변권이 소멸되고, 그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취득하게 되는 임대차보증금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권을 주장하는 것으로 미리 그 이행을 구하는 장래이행의 소에 해당한다. 그런데 장래의 이행을 청구하는 소는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기할 수 있는바, 여기서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 함은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거나 조건 미성취의 청구권에 있어서는 채무자가 미리부터 채무의 존재를 다투기 때문에 이행기가 도래되거나 조건이 성취되었을 때에 임의의 이행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하고, 이행기에 이르거나 조건이 성취될 때에 채무자의 무자력으로 말미암아 집행이 곤란해진다던가 또는 이행불능에 빠질 사정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0. 8. 22. 선고 2000다25576 판결 참조). 그렇다면 원고의 이 부분 소는 향후 이 사건 부동산의 인도가 이루어진 후 구체적으로 지연손해금 청구권이 성립하는 시점에서야 비로소 인정될 수 있는 것이고,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종료 및 그에 따른 피고의 임대차보증금반환의무에 관하여 전혀 다투지 않고 있으므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소는 부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340,000,000원에 대한 이 사건 부동산 인도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다음 판결은 지연손해금 부가를 인정한 사안이다. 이 사건 아파트 낙찰자인 원고가 기존 세입자인 피고를 상대로 인도청구를 한 사안에서, 원고는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이하 “재외동포법”이라고 한다)상의 거소신고만으로는 주민등록법상의 전입신고와 같은 효력을 인정할 수 없어 피고의 대항력을 다투고 있었고, “미리 청구할 필요”의 존부 자체에 대해서 당사자간에 별다른 다툼이 없어, 판결문에서는 이 점에 관한 별다른 설시없이 인정하는 전제로 지연손해금이 부가되었다 (다만, 임차인이 청구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의 연20% 지연손해금 대신 연5%만 인정하면서 그 점에 대해 상세하게 설시한 점에 특징이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11. 1.선고 2013가합522652(본소) 건물인도 등 청구의 소, 2013가합522669(반소) 임대차보증금반환

<주문>
1. 원고(반소피고)는 피고(반소원고)로부터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을 명도받음과 동시에 피고(반소원고)에게 3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위 부동산 명도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반소피고)의 본소 청구 및 피고(반소원고)의 나머지 반소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본소, 반소를 합한 소송비용은 원고(반소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본소 :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 한다)는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 한다)에게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아파트”이라고 한다)을 인도하라.
반소 :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를 명도받음과 동시에 피고에게 3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위 부동산 명도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따라서, 위 임대차계약의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원고는 임차인인 피고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를 명도받음과 동시에 임대차보증금 3억 3,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피고가 위 아파트를 명도한 날의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민법상 연 5%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는 위 아파트의 명도일 다음 날부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송촉진법”이라고 한다)상 연 20%의 법정이율이 적용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소송촉진법 제3조 제1항 단서에서는 민사소송법 제251조에서 정한 소, 즉 장래이행의 소인 경우에는 소송촉진법상의 법정이율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고, 비록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의 경우 임대차계약이 이미 종료한 이상 이행기는 도래한 상태여서 장래이행의 소라고 볼 수 없지만, 소송촉진법 제3조 제1항이 금전채권자의 소 제기 후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채무자에게 지연이자에 관하여 불이익을 가함으로써 채무불이행상태의 유지 및 소송의 불필요한 지연을 막고자 하는 것을 주된 취지로 하는 점(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50922 판결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이행기가 이미 도래했지만 상대방이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행을 지체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없는 채무자에 대해서는 소송촉진법 제3조 제1항의 법정이율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청구는 민법상 연 5%의 지급을 구하는 범위 내에서만 받아들인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