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하게 설치되지 못한 한전의 송전선을 철거하라는 취지의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이 최근 선고되었고 거의 대다수 언론에서는 이 판결을 주요기사로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의 판단은 수십년간 이어져온 일관된 판례의 일환일 뿐 전혀 색다른 것은 없다.
임대차계약과 같은 적법한 권원없이 타인의 토지 위에 설치된 시설물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철거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철거청구가 권리남용이나 신의칙위반에 해당하면 예외가 적용될 수 있어, 송전선 철거사건의 대부분 쟁점은 여기에 집중되어왔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한 법원은 권리남용주장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 권리남용에 대해 대법원이 매우 좁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권리남용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주관적으로 그 권리행사의 목적이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행사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경우이어야 하고, ② 객관적으로는 그 권리행사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며, 이와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비록 그 권리의 행사에 의하여 권리행사자가 얻는 이익보다 상대방이 잃을 손해가 현저히 크다 하여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를 권리남용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논리로, 대지소유자가 지상 건물이나 시설의 소유자를 상대로 한 철거청구에 대해 토지에 비해 건물의 시가가 고가라는 점, 건축연도가 최근이라는 점 등만으로는 권리남용으로 단정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철거대상이 급수나 도로, 구거, 송전탑과 같이 공익과 관련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사회질서와 직결되지 않는 한, 권리남용으로 인정치 않는다. 다음은 송전탑이나 송전선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들이다.




★ 대법원 1995.8.25. 선고 94다27069 판결
송전선이 토지 위를 통과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서 토지를 취득하였다고 하여 그 취득자가 그 소유 토지에 대한 소유권의 행사가 제한된 상태를 용인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취득자의 송전선 철거 청구 등 권리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대법원 2006.11.23. 선고 2004다44285 판결
고압송전탑과 고압송전선이 설치된 사정을 알면서도 그 토지를 취득하여 전원주택분양사업을 추진한 토지소유자들의 위 송전탑 등의 철거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0422 판결
[1] 권리의 행사가 주관적으로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으면, 그 권리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하고, 그 권리의 행사가 상대방에게 고통이나 손해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주관적 요건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결여한 권리행사로 보여지는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추인할 수 있으며, 어느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이 되는가의 여부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2] 송전선로철거소송에 이르게 된 과정, 계쟁 토지가 51㎡에 불과한 점, 위 송전선을 철거하여 이설하기 위하여는 막대한 비용과 손실이 예상되는 반면 송전선이 철거되지 않더라도 토지를 이용함에 별다른 지장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농로 위로 지나가는 송전선의 철거를 구하는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하지만, 이러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송전탑이나 송전선이 실제 철거집행으로까지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 감전사고와 같은 집행과정에서의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한전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집행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데다가, 공익사업자인 한전으로서는 철거판결 이후에라도 송전탑이나 송전선 부지를 강제로 수용하는 권한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관련판결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다65246 판결 [건물등철거]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 소유의 이 사건 각 토지상에 피고가 시설한 원심 판시 고압송전탑, 고압송전선 및 전신주가 각 설치되어 있으므로, 피고가 위 각 토지를 점유·사용할 권원에 관한 주장·입증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고압송전탑 등을 철거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나아가 원고가 위 고압송전탑 등의 철거를 구하는 것은 오로지 권리행사를 구실로 피고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이거나 공공복리를 위한 권리의 사회적 기능을 무시하는 것으로서 권리의 남용에 해당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그 판시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면, (1) 피고는 1995년 8월경 전원개발사업의 일환으로 한림분기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하였는데, 당시 위 각 토지의 소유자는 소외 한림리공동목장조합이었으나, 소외 주식회사 한림정수레저개발에게 매도하고 그 이전등기를 경료하지 아니하고 있었던 관계로, 같은 해 12월 5일경 위 조합 및 위 회사로부터 고압송전탑 등의 설치를 위한 토지사용승낙을 받고 위 회사에게 보상금 21,604,980원을 지급한 후 1996. 1. 8. 위 고압송전탑 등의 설치공사에 착수하여 1998. 7. 18. 완공한 사실, (2) 위 각 토지에 관하여는 그 이전에 이미 1994. 7. 15.자로 소외 진로건설 주식회사 명의로 근저당권 및 지상권 설정등기가 경료되어 있었으나, 피고는 위 송전탑 등을 설치함에 있어 그 근저당권자 겸 지상권자인 위 진로건설 주식회사와는 아무런 협의나 보상을 행한 바가 없는 사실, (3) 그 후 위 주식회사 한림정수레저개발이 위 각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한 상태에서 위 진로건설 주식회사가 그 근저당권을 실행함에 따라 1997. 9. 5. 위 각 토지에 관한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어 원고가 1998. 12. 2.경 위 각 토지를 낙찰받아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사실, (4) 위 고압송전탑 등을 통하여 전기를 공급받는 가구는 101,259 가구에 이르고 있고, 피고가 위 송전탑 등을 다른 곳으로 이설함에는 10억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으나, 피고가 위 각 토지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거나 지상권 또는 전세권 등의 제한물권을 취득하지 아니한 이상, 단순히 종전의 토지 소유자 등으로부터 사용승낙을 받았다거나 사실상의 소유자에게 그 사용의 대가를 지급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새로이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피고가 종전의 토지 소유자 등의 사용승낙을 받음에 있어 위 토지의 근저당권 겸 지상권자였던 위 진로건설 주식회사와는 아무런 협의나 보상을 한 바가 없으므로 피고가 위 토지에 대하여 사용승낙을 받은 절차가 적법한 것이었다고 할 수 없고, 또 원고가 위 고압송전탑 등이 설치되어 있는 사정을 잘 알면서 위 각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위 각 토지의 사용을 묵인하였다거나 위 각 토지에 대한 소유권의 행사가 제한된 상태를 용인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그 밖에 원고가 경주마의 사육 및 훈련장으로 사용할 계획으로 위 토지를 낙찰받았고, 이를 위해 회사를 설립하여 50억 원 가량의 비용을 투입하였으나, 피고의 위 송전선 등으로 인하여 각종 시설의 설치나 경주마의 사육에 방해를 받고 있는 점, 원고는 위 토지를 낙찰받은 후 피고에게 위 송전탑 등의 철거 등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1999. 3. 15.경 이미 위 한림정수레저개발 주식회사에게 보상금을 지급하였으므로 원고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있는 점, 피고로서는 지금이라도 전기사업법 등의 규정에 따른 적법한 수용이나 사용절차에 의하여 위 각 토지의 사용권을 취득할 수 있다고 보이고, 피고가 위 송전탑 등의 이설에 소요되는 예상 공사비 등을 산출한 바 있어 위 송전탑 등의 이설이 전혀 불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내세우는 사정들만으로는 권리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여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 있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결국, 철거판결에도 불구하고 철거집행이라는 결과에 도달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판결의 효력은 반감되고 있지만, 대신 철거집행에 한계를 느낀 철거청구 채권자로서는 집행지연에 대해 간접강제절차라는 금전적인 보상으로 우회적인 만족을 시도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 민사집행법 제261조(간접강제)
① 채무의 성질이 간접강제를 할 수 있는 경우에 제1심 법원은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간접강제를 명하는 결정을 한다. 그 결정에는 채무의 이행의무 및 상당한 이행기간을 밝히고, 채무자가 그 기간 이내에 이행을 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늦어진 기간에 따라 일정한 배상을 하도록 명하거나 즉시 손해배상을 하도록 명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신청에 관한 재판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 대법원 2013.2.14. 선고 2012다26398 판결 [청구이의]
민사집행법 제261조 제1항의 간접강제결정에 기한 배상금은 채무자에게 이행기간 이내에 이행을 하도록 하는 심리적 강제수단이라는 성격뿐만 아니라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법정 제재금이라는 성격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채무자가 간접강제결정에서 명한 이행기간이 지난 후에 채무를 이행하였다면,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의 이행이 지연된 기간에 상응하는 배상금의 추심을 위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 서울고등법원 2011. 10. 28. 자 2011카기1147 결정【간접강제】

주문
1. 피신청인은 이 결정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새로이 피신청인의 종합유선방송 상품에 가입하는 수신자들에게 신청인들이 송출하는 별지2 목록 기재 각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방송신호를 동시재송신하여서는 아니 된다.
2. 피신청인이 제1항 기재 명령을 위반할 경우 그 위반의 상대방이 되는 신청인에게 위반행위 1일당 50,000,000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3. 신청인들의 나머지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4. 신청비용은 피신청인이 부담한다.

신청취지
1. 피신청인은 이 간접강제결정을 고지 받은 때로부터 즉시 2011. 8. 26. 이후 피신청인의 종합유선방송 상품에 가입한 수신자들에게 신청인들이 송신하는 별지1 목록 기재 각 디지털 지상파 방송프로그램을 동시재송신하여서는 아니 된다.
2. 피신청인은 이 간접강제결정을 고지 받은 때로부터 즉시 2011. 8. 26. 이후 피신청인의 종합유선방송 상품에 가입한 수신자들에게 신청인들이 송출하는 별지2 목록 기재 각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방송신호를 동시재송신하여서는 아니 된다.
3. 피신청인이 제1항 또는 제2항 기재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그 위반의 상대방이 되는 신청인에게 위반행위 1일당 각 100,000,000원씩을 지급하라.

이유
1. 간접강제의 필요성
신청인들은 이 법원 2010라109호 저작권등침해중지가처분(이하 ‘이 사건 가처분’이라 한다) 신청사건의 결정정본에 기하여 이 사건 신청을 하였다. 이 사건 기록과 심문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신청인은 이 사건 가처분의 효력과 이행가능성 등을 다투면서 가처분 위반행위를 계속하고 있고, 단기간 내에 이 사건 분쟁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나 당사자 사이의 협의 등에 의하여 종결될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는 사정을 인정할 수 있어 간접강제의 필요성은 소명되었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 사건 가처분의 본안소송(이 법원 2011. 7. 20. 선고 2010나97688 호 저작권 등 침해정지 및 예방청구 사건)의 결과와 이 사건 가처분에 대한 이의사건인 이 법원 2011카합1108호 사건의 진행경과, 이 사건 가처분결정 이후 이 사건 간접강제 발령 전에 이미 피신청인의 종합유선방송에 가입한 수신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피해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가처분에서 명한 재송신 금지의 대상 및 기간 중 그 집행의 범위를 주문 제1항과 같이 제한한다.

2. 이행강제금
이 사건 가처분의 내용과 이행의 난이도, 이에 대한 피신청인의 태도와 현재까지의 위반행위의 정도 및 그 위반행위로 인하여 피신청인이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 이 사건 가처분 위반행위로 인한 신청인들의 피해와 그 피해회복의 곤란성을 비롯한 이 사건 기록과 심문과정에서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이행강제금은 의무위반이 있는 날마다 1일당 50,000,000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으로 정한다.

3. 결론
신청인들의 이 사건 신청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신청은 이유 없어 기각한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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