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이 을로부터 을 소유의 1토지와 2토지를 매수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당초 계약이라고 함)이 체결되었다가 대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게 되자, 계약을 변경하여 1토지만 매수하고 2토지는 매수하지 않고 을의 소유로 남겨두되 1토지 매매대금 지급의 일환으로 2토지상에 을을 위해 갑이 일정한 건물을 지어주기로 하는 새로운 합의(이하, 변경계약이라고 함)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2토지상에 약속한 건축공사의 절반 정도만 진행한 상태에서 갑이 더 이상 공사진행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 경우, 갑을간의 후속 법률관계는 어떻게 정리될 수 있을까? 변경계약이 지켜지지 못했기 때문에 원래의 당초계약으로 법률관계가 원상복귀된다고 자칫 잘못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을의 입장에서는, 갑의 변경계약위반을 이유로 변경계약을 무시할 수 있게되면서 당초 계약에 따라 1토지와 2토지 대금을 갑에게 청구를 하거나, 아니면 당초 계약을 해제하고서 당초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잘못된 판단이다.

갑을간의 법률관계는 변경된 계약내용으로 이미 변화되었다는 점에서, 비록 변경된 계약이 이행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변경된 계약을 그대로 이행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변경된 계약을 해제할 것인지하는 선택만이 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을의 입장에서는 ① 1토지대금에 대한 대물변제조로 갑으로부터 건축공사라는 용역을 받아야 하는데 갑으로부터 제대로 건축용역서비스를 이행받지 못했음을 이유로 공사미이행에 따른 금액만큼을 청구하거나, ② 아니면 변경계약을 해제하는 방편으로 1토지에 대한 매매계약과 2토지상의 건축공사용역계약을 해제하여 원상으로 복귀하게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그 결과, 이 건 변경계약이 해제되면 절반쯤 진행된 공사진행결과에 대해 철거청구나 부당이득반환이라는 간단치 않은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변경계약이 이행되지 않더라도 당초 계약으로 당연히 법률관계가 복귀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상으로 본 바와 같이, 변경계약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할 뿐 아니라, 변경계약이 지켜지지 못할 경우의 후속 정리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마련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위 사건을 두고보자면, 갑이 당초 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지급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만큼, 변경된 계약에 따른 건축공사이행도 마무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을의 입장에서는 갑이 제대로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공사된 결과물을 포기하고 을에게 무상으로 양도한다거나 공사지체에 따른 위약금을 정하는 등의 추가합의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구체적인 합의가 없으면, 계약해제의 효과인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이라는 민사법 원칙에만 의존해서 법률관계를 정리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후속 정리절차는 매우 불안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더 나아가, 판결을 통해 기존 법률관계를 변경하게 되는 경우에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당사자 간의 합의를 통해 기존 계약을 변경하는 것을 넘어 변경된 합의가 판결로 정해지면 기판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상담받은 사례인데, 의뢰인이 토지를 낙찰받아 토지 지상 건물주를 상대로 건물철거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정지상권이 없어 건물철거가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의 권유를 받아들여 피고인 건물주로부터 일정금액을 일정기한까지 받고서 토지를 매각하는 것으로 화해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재판상 화해에도 불구하고 건물주가 약정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서 의뢰인은 매우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해당 건물이 미등기이고 대위등기요건을 갖추지 못해 재판상 화해를 통해 인정받은 건물주에 대한 금전채무명의를 근거로 건물에 대한 경매신청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의뢰인은 어쩔 수 없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건물주를 상대로 다시 건물철거소송을 제기했는데, 기판력을 이유로 1심에서 각하판결을 받게 되었다. 다음은 1심판결 내용이다.



조정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사항을 조서에 기재함으로써 성립하고, 조정조서는 재판상의 화해조서와 같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으므로 조정이 확정된 당사자가 전소의 상대방을 상대로 다시 조정이 성립된 전소와 동일한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후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다74764 판결,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6다7873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갑 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는 피고들을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2013가단00000호로 ‘피고들은 원고(선정당사자) 박00 및 선정자 이00에게 이 사건 토지를 인도하고, 위 토지 지상 이 사건 건물을 철거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2013. 11. 21. ‘1. 원고(선정당사자) 박00 및 선정자 이00은 피고 홍00에게 이 사건 토지를 1억 1,000만원에 매도한다. 2. 피고 홍00은 제1항 기재 매매대금을 원고(선정당사자) 박00에게, 2013. 12. 31.까지 6,500만원, 2014. 1. 31.까지 6,500만원을 각 분할하여 지급한다. 만일 피고 홍00이 위 분할지급을 지체하는 경우 2014. 2. 1.부터 위 제1항 기재 토지에 대한 원고(선정당사자) 박00 및 선정자 이00의 소유권상실일까지, 원고(선정당사자) 박00에게 지료로 월 200만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한다. 3. 원고(선정당사자) 박00 및 선정자 이00은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를 각 포기한다.’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들이 조정이 성립된 전소와 동일한 내용으로 피고들을 상대로 청구하는 부분인 토지 인도청구와 건물 철거부분은 부적법하다.



재판상화해하는 과정에서 이 의뢰인이, 대금지급약속이 이행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려를 전혀 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합의가 이행되지 못하면 합의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서 건물에 대한 철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재판상 합의를 통해 당초의 토지 무단점유라는 권리관계에서 토지의 매매라는 권리관계로 변경되어서, 별도의 합의 없이는 당초 토지 무단점유에 따른 건물철거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의뢰인의 뜻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토지매매대금지급약속을 건물주가 위반할 경우 건물을 철거할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를 화해조정 조항에 추가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토지매매라는 취지와 함께 조정조항 제3항에서 기존 철거청구를 포기하기로 한 만큼, 그 이후의 철거청구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기판력에 저촉되게 된다.

항소심과정에서 필자는 이 의뢰인을 위해 자문해주고 있는데, 이러한 법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토지매매계약을 해제하는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즉, 판결을 통해 토지매매계약이 체결되었지만 “대금미지급”이라는 계약위반이 발생한 만큼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계약해제 이후에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건물철거청구권이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를 생각하게 되었다. 향후 판결결과가 주목된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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