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상업용 부동산서비스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중에서도 빌딩 임대와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경영난을 호소할 정도다. 부동산자산관리업체 세빌스코리아의 대형오피스빌딩 9월9일 공실률 조사결과에 따르면, 광화문 일대 도심권역(CBD) 공실률은 무려 24%에 달하고 강남권역(KBD) 공실률도 1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차인 구하기가 가히 하늘의 별 따기 수준에 이르다 보니 중대형빌딩의 경우 렌트프리 기간이 2년계약에 6개월은 기본으로 제공되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임대차시장의 전체적인 수수료 파이가 감소하고 업체별 매출도 급락할 수 밖에 없다. 이들 업체들은 부동산자산관리회사(PMC)와 달리 일회성 거래(transaction) 서비스에 의존하기 때문에 신규법인 설립과 일자리 증가가 일어나지 않는 한 이들의 경영상태가 반전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부동산 자산관리회사들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부동산에 대한 임대수요가 격감함에 따라 임차인 유치가 힘들어지고 공실기간도 장기화되어 결국 임대수익이 감소하고 빌딩의 가치하락이 불가피해진다.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자세로 갖가지 묘책을 강구하여 시행해보지만 공실에 따른 임대료 손실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건물주들은 공실을 하루라도 더 빨리 채우기 위해 임대마케팅능력이 좀 더 뛰어난(?) 업체로 갈아타볼까 하고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문제는 공실 해소에 관한 한 어떠한 유능한 업체도 묘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단, 계열 보험회사나 협력업체를 동원하여 공실을 해소할 수 있는 일부 대기업계열 관리회사라면 몰라도.
일반적으로 자산관리회사들이 자산관리서비스를 수주하는 경로는 아래와 같이 크게 세가지다.
첫째, 빌딩이 신축될 때
둘째, 빌딩의 소유권이 변경될 때
셋째, 기존 관리업체의 서비스에 불만이 있을 때
장기 저성장으로 특징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는 높은 공실률 등에 따른 불만으로 업체를 변경하려는 소유주로 인해 자산관리서비스 수주가 간헐적으로 일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빌딩의 신축이나 매매에 의한 빌딩소유권 변경 건수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수주도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임대차계약 건수 자체도 감소하여 임대대행 수수료 수입도 줄어든다. 이러한 어려워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믿을 건 자산관리업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자산관리업체가 지속적으로 설립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파이는 줄어들고 Player는 계속 증가하는 전형적인 레드오션(red ocean)이다. 그럼 돌파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미국 부동산자산관리회사의 성장전략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부동산자산관리회사의 역사는 전략적 제휴 및 인수합병(M&A)에 의한 성장의 역사로 요약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자체성장(organic growth)에 한계를 느낀 부동산서비스회사들 간에 전략적 제휴와 인수합병이 일어나면서 세계적인 기업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세계1위 부동산자산관리회사 CBRE (www.cbre.com)와 2위 JLL(www.jll.com), 3위 Cushman & Wakefield (www.cushwakefield.com)의 역사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이들 글로벌 자산관리회사들은 미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을 지속하며 부동의 입지를 구축해왔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국내 부동산자산관리시장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에 NAI Korea와 프라퍼트리가 합병을 선언했다. 자체성장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업체들이 인수합병에 의한 성장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전략적 제휴도 늘어나고 있다. 중소형빌딩 자산관리 전문기업 글로벌PMC와 임대컨설팅 전문기업 리맥스와이드파트너스가 최근에 전략적 제휴약정을 체결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리투스는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다(The Only Thing That Is Constant Is Change)’라고 설파했다.
부동산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에 제때 대응한 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이다.
국내 부동산자산관리회사들도 자체성장전략을 넘어서 인수합병전략을 통해 성장 돌파구를 찾고 더 나아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로벌PMC㈜ 대표이사 사장 김 용 남, CCIM, C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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