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의무 이행제공,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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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부동산거래에서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면서도 법률전문가들조차 자칫 간과하기 쉬운 중요한 법리 중 하나가 바로,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의무의 이행제공’문제이다. 부동산거래의 상대방이 계약을 불이행하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하거나 지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신의 의무를 이행제공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필요하다. 이 점을 간과해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은바, 주의 환기 차원에서 관련 판결을 정리해보기로 한다.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8다3053, 3060 판결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쌍무계약에 있어서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고 하는 자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 채무의 이행을 제공하여야 하고, 그 채무를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의 행위를 필요로 할 때에는 언제든지 현실로 이행을 할 수 있는 준비를 완료하고 그 뜻을 상대방에게 통지하여 그 수령을 최고하여야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행지체에 빠지게 할 수 있는 것이며 단순히 이행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판단하여,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의무의 이행제공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이런 원칙을 엄밀하게 고수하게 되면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불성실한 당사자에 비해 계약을 성실하게 이행하려는 당사자에게 오히려 불리한 결과가 생길 수 있어, 형평성의 차원에서 이행제공의무의 정도를 탄력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① 쌍무계약에 있어서 일방 당사자의 자기 채무에 관한 이행의 제공을 엄격하게 요구하면 오히려 불성실한 상대 당사자에게 구실을 주는 것이 될 수도 있으므로 일방 당사자가 하여야 할 제공의 정도는 그 시기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게 합리적으로 정하여야 하고, 매수인이 계약의 이행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잔대금의 지급을 미루는 등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수령할 준비를 아니한 경우에는 매도인으로서도 그에 상응한 이행의 준비를 하면 족하다 할 것인바, 매도인이 법무사사무소에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대부분의 서류를 작성하여 주었고 미비된 일부 서류들은 잔금지급시에 교부하기로 하였으며 이들 서류는 매도인이 언제라도 발급받아 교부할 수 있다면 매도인으로서는 비록 일부 미비된 서류가 있다 하더라도 소유권이전등기의무에 대한 충분한 이행의 제공을 마쳤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잔대금 지급기일에 이를 지급하지 않고 계약의 효력을 다투는 등 계약의 이행에 비협조적이고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수령할 준비를 하지 않고 있던 매수인은 이 점을 이유로 잔대금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는 판단(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다36511 판결), ② 쌍무계약인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지체의 책임을 지워 매매계약을 해제하려면 매수인이 이행기일에 잔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신청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상대방이 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하여 그 뜻을 상대방에게 통지하여 수령을 최고함으로써 이를 제공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또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상대방의 잔대금채무이행을 최고한 후 매수인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사실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매수인이 계약의 이행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잔대금의 지급을 미루는 등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수령할 준비를 아니한 경우에는 매도인으로서도 부동산매도용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놓고 인감도장과 등기권리증 등을 준비하여 잔대금수령과 동시에 법무사 등에게 위임하여 소유권이전등기신청행위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면 이행의 제공은 이로써 충분하다는 판단(대법원 2007.6.15. 선고 2007다4196 판결)이 바로 그것이다.
한편, 임대차계약관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동시이행의무 이행제공 사례 중 하나가, 임대차계약 종료 후 임차인이 해당 임대차목적물을 사용하지 않은 채 점유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점유만 한 채 사용․수익하지 않고 있는 임차인에게 대해서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확고한 대법원 판례이다보니, 결국 이와 같은 임차인의 무단점유상태에 대해서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임차인의 인도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의무의 이행제공이 필요하게 된다.
★ 대법원 1998. 5. 29. 선고 98다6497 판결 [보증금반환]
[1] 법률상의 원인 없이 이득하였음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의 반환에 있어 이득이라 함은 실질적인 이익을 의미하므로, 임차인이 임대차계약관계가 소멸된 이후에도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기는 하였으나 이를 본래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아니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바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되지 않는다.
[2] 임대차계약의 종료에 의하여 발생된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와 임대인의 연체차임을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의 반환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으므로, 임대차계약 종료 후에도 임차인이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여 임차건물을 계속 점유하여 온 것이라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반환의무를 이행하였다거나 현실적인 이행의 제공을 하여 임차인의 건물명도의무가 지체에 빠지는 등의 사유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상실하지 않는 이상, 임차인의 건물에 대한 점유는 불법점유라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임차인으로서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도 없다.
다음 판결에서는, 임대차계약 종료 후 임대차목적물인 점포를 무단점유만 하고서 사용․수익은 하지 않은 임차인에 대해 인도소송을 앞둔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이라는 동시이행의무의 이행제공을 염두에 두고서 소 제기 이전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력을 했음에도, ‘보증금을 이행제공 하겠다’는 취지의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통고서(의사표시)가 임차인에게 도달하지 아니하여 결국 이행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소송이 제기된 상황에서, 사용․수익하지 않은 채 무단점유한 기간 동안의 차임 상당 금액을 임차인에 대해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필자의 사무실에서 소 제기 이전의 이행제공 단계부터 관여했지만, 임차인의 고의적인 수령거부 때문인지 도저히 보증금을 이행제공하겠다는 취지의 임대인의 의사표시를 임차인에게 전달하지 못한 채 소를 제기할 수밖에 없어, 이 부분에 대한 위험을 내포한 상태로 소송이 진행된 사안이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8. 19. 선고 2013가합545136(본소) 건물명도, 2013가합545143(반소) 임대차보증금 <1심 확정>
1. 기초 사실
가. 임대차계약의 체결
원고는 2010. 3. 17. 피고에게 서울 동작구 000동 00-9에 있는 건물의 1층 우측 63㎡(이하 ‘이 사건 점포’라 한다)를 임대차기간 2010. 4. 1.부터 2012. 3. 31.까지, 보증금 4,000만 원, 월 차임 22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 정하여 임대하고(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 피고로부터 보증금 4,000만 원 및 권리금 7,700만 원을 받았다. 피고는 그 무렵 이 사건 점포를 인도받아 2010. 4. 5.부터 2012. 9. 10. 휴업신고를 하고서 영업을 종료할 때까지 위 점포에서 ‘000’이라는 상호의 음식점을 운영하였다.
나. 계약 갱신 및 해지통고
원고와 피고는 2012. 3. 16.경 차임을 242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 증액하여 임대차기간을 연장하기로 하였다. 피고는 2012. 4.분 차임 242만 원을 지급하였으나, 이후 2012. 5.분부터의 차임을 지급하지 않았고, 2012. 6. 11. 빗물 누수를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하여 그 무렵 원고에게 도달하였다.
한편, 피고는 2013. 8. 18. 원고에게 이 사건 점포를 인도하였다.
2. 본소청구 및 반소 중 보증금 반환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 주장의 요지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2012. 9. 10. 이미 종료되었거나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해지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① 2012. 5. 1.부터 이 사건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발생한 연체차임, ② 그 다음 날부터 이 사건 점포를 인도한 2013. 8. 18.까지 위 점포를 점유하여 발생한 부당이득 내지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 또는 음식점 영업허가에 대한 폐업신고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불이행책임으로 위 기간 동안의 차임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만, 그 금액은 증액 전의 차임인 월 22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3,432만 원 및 이에 대한 2013. 8. 19.부터의 지연손해금을 구한다.
2)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피고의 해지통고가 원고에게 도달한 2012. 6. 11. 해지되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가 인정하는 2012. 9. 10.에는 종료되었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하는데, 보증금 4,000만 원에서 2012. 5. 1.부터 피고가 이 사건 점포의 사용‧수익을 종료한 2012. 9. 9.까지 월 22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연체차임 내지 부당이득금 946만 원을 공제한 나머지 3,054만 원 및 이에 대한 2012. 9. 10.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나. 임대차계약의 종료 및 원상회복의무의 발생
피고가 제출한 을 제2호증의 2 내지 11의 각 기재만으로는 임대인인 원고가 임차인인 피고로 하여금 이 사건 점포를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2012. 6. 11.자 해지통고에 따라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다고 볼 수 없으나, 적어도 2012. 9. 10.경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다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2012. 9. 10. 종료되었으므로, 그 원상회복으로 ① 원고는 보증금에서 연체차임 기타 이 사건 점포를 반환받을 때까지 생긴 피고의 모든 채무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반환할 의무를, ② 피고는 이 사건 점포를 원상회복하여 반환하고, 원고 또는 그 승낙을 받은 제3자가 위 점포에서 다시 영업허가를 받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피고의 영업신고에 대한 폐업신고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각 부담한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다34903 판결 참조). 원고와 피고의 위와 같은 원상회복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
다. 피고의 채무
1) 연체차임
피고가 마지막으로 차임을 지급한 다음 날인 2012. 5. 1.부터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2012. 9. 10.까지 발생한 연체차임은,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월 220만 원으로 계산하면 9,533,333원{220만 원 × (4 + 10/30), 원 미만 버림}이다.
2) 불법점유로 인한 부당이득 반환의무 성립여부
부당이득의 반환에 있어 이득이라 함은 실질적인 이익을 의미하므로, 임차인이 임대차계약관계가 소멸된 이후에도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기는 하였으나 이를 본래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아니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바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 반환의무는 성립되지 않는다(대법원 1998. 5. 29. 선고 98다6497 판결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2012. 9. 10. 휴업신고를 하고서 영업을 중단하였으므로, 그 후로는 이 사건 점포를 본래의 용도대로 사용·수익하지 아니하여 실질적으로 이득을 얻은 사실이 없다. 따라서 피고에게 부당이득 반환의무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3) 불법점유로 인한 불법행위책임 성립여부
임대차계약의 종료에 의하여 발생된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으므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 반환의무를 이행하였다거나 현실적인 이행의 제공을 하여 임차인의 건물명도의무가 지체에 빠지는 등의 사유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상실하지 않는 이상 임차인의 건물에 대한 점유는 불법점유라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임차인으로서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도 없다(위 98다6479판결 참조).
원고가 보증금 반환의무를 이행하였거나 현실적인 이행제공을 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는 피고의 보증금 수령거절 의사가 명백하여 원고의 이행제공 없이도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갑 제6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악의적으로 원고가 보낸 통고서의 송달을 피했다거나 보증금을 수령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는 여전히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가지므로, 이 사건 점포의 점유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4) 폐업신고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 성립여부
피고가 이 사건 점포의 영업허가에 대한 폐업신고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원고가 동작구청에 민원을 제기하여 2014. 3. 3. 행정처분에 의하여 폐업 처리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7, 1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된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폐업신고의무와 원고의 보증금 반환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데, 원고가 그 의무를 이행하였거나 이행제공을 한 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피고가 폐업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지 아니하므로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하지 아니한다.
라. 소결론
연체차임 9,533,333원은 보증금에서 공제되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채무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본소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원고는 피고에게 위 연체차임을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 30,466,667원(40,000,000원 - 9,533,333원) 및 이에 대한 피고의 영업허가가 폐업 처리된 다음 날인 2014. 3. 4.부터 원고가 이행의무의 존재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4. 8. 1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2012. 9. 10.부터의 지연손해금의 지급도 구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보증금 반환의무와 동시이행 관계에 있는 피고의 점포인도의무 및 폐업신고의무가 2014. 3. 3. 모두 완료되었으므로, 위 시점까지는 원고에게 이행지체책임이 발생하지 아니한다. 피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여러 가지 시도에도 불구하고 보증금 이행제공이 되지 못한 것은 분명하여, ‘임차인의 고의적인 수령거부의 경우 이행제공없이도 채무불이행책임이 발생한다’는 취지의 판결도 염두에 두고서 주장하기도 하였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대법원 1976.11.9. 선고 76다2218 판결 [손해배상]
민법 제460조 단서는 전에 수령을 거절한 채권자라도 그 후 번의하여 수령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므로 그 경우에는 신의칙상 채무자는 변제준비의 완료를 통지하고 그 수령을 최고하는 소위 언어상의 변제제공방법을 하여야 할 의무 있음을 규정한 취지이고 변제를 수령하지 않을 의사가 명백하여 전의 수령거절의사를 번의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까지 구두의 변제제공을 하여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채무자는 위의 소위 언어상의 변제제공을 아니 하더라도 채권자에게 채무불이행의 책임이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결국, 이러한 사례들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부동산거래의 거의 모든 법률관계에서,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의무가 무엇인지, 이행제공하는 적절한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8다3053, 3060 판결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쌍무계약에 있어서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고 하는 자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 채무의 이행을 제공하여야 하고, 그 채무를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의 행위를 필요로 할 때에는 언제든지 현실로 이행을 할 수 있는 준비를 완료하고 그 뜻을 상대방에게 통지하여 그 수령을 최고하여야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행지체에 빠지게 할 수 있는 것이며 단순히 이행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판단하여,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의무의 이행제공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이런 원칙을 엄밀하게 고수하게 되면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불성실한 당사자에 비해 계약을 성실하게 이행하려는 당사자에게 오히려 불리한 결과가 생길 수 있어, 형평성의 차원에서 이행제공의무의 정도를 탄력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① 쌍무계약에 있어서 일방 당사자의 자기 채무에 관한 이행의 제공을 엄격하게 요구하면 오히려 불성실한 상대 당사자에게 구실을 주는 것이 될 수도 있으므로 일방 당사자가 하여야 할 제공의 정도는 그 시기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게 합리적으로 정하여야 하고, 매수인이 계약의 이행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잔대금의 지급을 미루는 등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수령할 준비를 아니한 경우에는 매도인으로서도 그에 상응한 이행의 준비를 하면 족하다 할 것인바, 매도인이 법무사사무소에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대부분의 서류를 작성하여 주었고 미비된 일부 서류들은 잔금지급시에 교부하기로 하였으며 이들 서류는 매도인이 언제라도 발급받아 교부할 수 있다면 매도인으로서는 비록 일부 미비된 서류가 있다 하더라도 소유권이전등기의무에 대한 충분한 이행의 제공을 마쳤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잔대금 지급기일에 이를 지급하지 않고 계약의 효력을 다투는 등 계약의 이행에 비협조적이고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수령할 준비를 하지 않고 있던 매수인은 이 점을 이유로 잔대금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는 판단(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다36511 판결), ② 쌍무계약인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지체의 책임을 지워 매매계약을 해제하려면 매수인이 이행기일에 잔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신청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상대방이 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하여 그 뜻을 상대방에게 통지하여 수령을 최고함으로써 이를 제공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또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상대방의 잔대금채무이행을 최고한 후 매수인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사실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매수인이 계약의 이행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잔대금의 지급을 미루는 등 소유권이전등기서류를 수령할 준비를 아니한 경우에는 매도인으로서도 부동산매도용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놓고 인감도장과 등기권리증 등을 준비하여 잔대금수령과 동시에 법무사 등에게 위임하여 소유권이전등기신청행위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면 이행의 제공은 이로써 충분하다는 판단(대법원 2007.6.15. 선고 2007다4196 판결)이 바로 그것이다.
한편, 임대차계약관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동시이행의무 이행제공 사례 중 하나가, 임대차계약 종료 후 임차인이 해당 임대차목적물을 사용하지 않은 채 점유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점유만 한 채 사용․수익하지 않고 있는 임차인에게 대해서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확고한 대법원 판례이다보니, 결국 이와 같은 임차인의 무단점유상태에 대해서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임차인의 인도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의무의 이행제공이 필요하게 된다.
★ 대법원 1998. 5. 29. 선고 98다6497 판결 [보증금반환]
[1] 법률상의 원인 없이 이득하였음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의 반환에 있어 이득이라 함은 실질적인 이익을 의미하므로, 임차인이 임대차계약관계가 소멸된 이후에도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기는 하였으나 이를 본래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아니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바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되지 않는다.
[2] 임대차계약의 종료에 의하여 발생된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와 임대인의 연체차임을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의 반환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으므로, 임대차계약 종료 후에도 임차인이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여 임차건물을 계속 점유하여 온 것이라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반환의무를 이행하였다거나 현실적인 이행의 제공을 하여 임차인의 건물명도의무가 지체에 빠지는 등의 사유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상실하지 않는 이상, 임차인의 건물에 대한 점유는 불법점유라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임차인으로서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도 없다.
다음 판결에서는, 임대차계약 종료 후 임대차목적물인 점포를 무단점유만 하고서 사용․수익은 하지 않은 임차인에 대해 인도소송을 앞둔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이라는 동시이행의무의 이행제공을 염두에 두고서 소 제기 이전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력을 했음에도, ‘보증금을 이행제공 하겠다’는 취지의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통고서(의사표시)가 임차인에게 도달하지 아니하여 결국 이행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소송이 제기된 상황에서, 사용․수익하지 않은 채 무단점유한 기간 동안의 차임 상당 금액을 임차인에 대해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필자의 사무실에서 소 제기 이전의 이행제공 단계부터 관여했지만, 임차인의 고의적인 수령거부 때문인지 도저히 보증금을 이행제공하겠다는 취지의 임대인의 의사표시를 임차인에게 전달하지 못한 채 소를 제기할 수밖에 없어, 이 부분에 대한 위험을 내포한 상태로 소송이 진행된 사안이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8. 19. 선고 2013가합545136(본소) 건물명도, 2013가합545143(반소) 임대차보증금 <1심 확정>
1. 기초 사실
가. 임대차계약의 체결
원고는 2010. 3. 17. 피고에게 서울 동작구 000동 00-9에 있는 건물의 1층 우측 63㎡(이하 ‘이 사건 점포’라 한다)를 임대차기간 2010. 4. 1.부터 2012. 3. 31.까지, 보증금 4,000만 원, 월 차임 22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 정하여 임대하고(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 피고로부터 보증금 4,000만 원 및 권리금 7,700만 원을 받았다. 피고는 그 무렵 이 사건 점포를 인도받아 2010. 4. 5.부터 2012. 9. 10. 휴업신고를 하고서 영업을 종료할 때까지 위 점포에서 ‘000’이라는 상호의 음식점을 운영하였다.
나. 계약 갱신 및 해지통고
원고와 피고는 2012. 3. 16.경 차임을 242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 증액하여 임대차기간을 연장하기로 하였다. 피고는 2012. 4.분 차임 242만 원을 지급하였으나, 이후 2012. 5.분부터의 차임을 지급하지 않았고, 2012. 6. 11. 빗물 누수를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하여 그 무렵 원고에게 도달하였다.
한편, 피고는 2013. 8. 18. 원고에게 이 사건 점포를 인도하였다.
2. 본소청구 및 반소 중 보증금 반환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 주장의 요지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2012. 9. 10. 이미 종료되었거나 이 사건 소장 부본의 송달로써 해지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① 2012. 5. 1.부터 이 사건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발생한 연체차임, ② 그 다음 날부터 이 사건 점포를 인도한 2013. 8. 18.까지 위 점포를 점유하여 발생한 부당이득 내지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 또는 음식점 영업허가에 대한 폐업신고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무불이행책임으로 위 기간 동안의 차임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만, 그 금액은 증액 전의 차임인 월 22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3,432만 원 및 이에 대한 2013. 8. 19.부터의 지연손해금을 구한다.
2)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피고의 해지통고가 원고에게 도달한 2012. 6. 11. 해지되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가 인정하는 2012. 9. 10.에는 종료되었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보증금 반환의무를 부담하는데, 보증금 4,000만 원에서 2012. 5. 1.부터 피고가 이 사건 점포의 사용‧수익을 종료한 2012. 9. 9.까지 월 22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연체차임 내지 부당이득금 946만 원을 공제한 나머지 3,054만 원 및 이에 대한 2012. 9. 10.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나. 임대차계약의 종료 및 원상회복의무의 발생
피고가 제출한 을 제2호증의 2 내지 11의 각 기재만으로는 임대인인 원고가 임차인인 피고로 하여금 이 사건 점포를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2012. 6. 11.자 해지통고에 따라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다고 볼 수 없으나, 적어도 2012. 9. 10.경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었다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2012. 9. 10. 종료되었으므로, 그 원상회복으로 ① 원고는 보증금에서 연체차임 기타 이 사건 점포를 반환받을 때까지 생긴 피고의 모든 채무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반환할 의무를, ② 피고는 이 사건 점포를 원상회복하여 반환하고, 원고 또는 그 승낙을 받은 제3자가 위 점포에서 다시 영업허가를 받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피고의 영업신고에 대한 폐업신고절차를 이행할 의무를 각 부담한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다34903 판결 참조). 원고와 피고의 위와 같은 원상회복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
다. 피고의 채무
1) 연체차임
피고가 마지막으로 차임을 지급한 다음 날인 2012. 5. 1.부터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2012. 9. 10.까지 발생한 연체차임은,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월 220만 원으로 계산하면 9,533,333원{220만 원 × (4 + 10/30), 원 미만 버림}이다.
2) 불법점유로 인한 부당이득 반환의무 성립여부
부당이득의 반환에 있어 이득이라 함은 실질적인 이익을 의미하므로, 임차인이 임대차계약관계가 소멸된 이후에도 임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기는 하였으나 이를 본래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아니하여 실질적인 이득을 얻은 바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임대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 반환의무는 성립되지 않는다(대법원 1998. 5. 29. 선고 98다6497 판결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2012. 9. 10. 휴업신고를 하고서 영업을 중단하였으므로, 그 후로는 이 사건 점포를 본래의 용도대로 사용·수익하지 아니하여 실질적으로 이득을 얻은 사실이 없다. 따라서 피고에게 부당이득 반환의무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3) 불법점유로 인한 불법행위책임 성립여부
임대차계약의 종료에 의하여 발생된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으므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 반환의무를 이행하였다거나 현실적인 이행의 제공을 하여 임차인의 건물명도의무가 지체에 빠지는 등의 사유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상실하지 않는 이상 임차인의 건물에 대한 점유는 불법점유라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임차인으로서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도 없다(위 98다6479판결 참조).
원고가 보증금 반환의무를 이행하였거나 현실적인 이행제공을 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는 피고의 보증금 수령거절 의사가 명백하여 원고의 이행제공 없이도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갑 제6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악의적으로 원고가 보낸 통고서의 송달을 피했다거나 보증금을 수령하지 않을 의사를 명백히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는 여전히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가지므로, 이 사건 점포의 점유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4) 폐업신고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 성립여부
피고가 이 사건 점포의 영업허가에 대한 폐업신고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원고가 동작구청에 민원을 제기하여 2014. 3. 3. 행정처분에 의하여 폐업 처리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7, 1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된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폐업신고의무와 원고의 보증금 반환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데, 원고가 그 의무를 이행하였거나 이행제공을 한 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피고가 폐업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지 아니하므로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하지 아니한다.
라. 소결론
연체차임 9,533,333원은 보증금에서 공제되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채무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본소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원고는 피고에게 위 연체차임을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 30,466,667원(40,000,000원 - 9,533,333원) 및 이에 대한 피고의 영업허가가 폐업 처리된 다음 날인 2014. 3. 4.부터 원고가 이행의무의 존재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4. 8. 1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2012. 9. 10.부터의 지연손해금의 지급도 구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보증금 반환의무와 동시이행 관계에 있는 피고의 점포인도의무 및 폐업신고의무가 2014. 3. 3. 모두 완료되었으므로, 위 시점까지는 원고에게 이행지체책임이 발생하지 아니한다. 피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여러 가지 시도에도 불구하고 보증금 이행제공이 되지 못한 것은 분명하여, ‘임차인의 고의적인 수령거부의 경우 이행제공없이도 채무불이행책임이 발생한다’는 취지의 판결도 염두에 두고서 주장하기도 하였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대법원 1976.11.9. 선고 76다2218 판결 [손해배상]
민법 제460조 단서는 전에 수령을 거절한 채권자라도 그 후 번의하여 수령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므로 그 경우에는 신의칙상 채무자는 변제준비의 완료를 통지하고 그 수령을 최고하는 소위 언어상의 변제제공방법을 하여야 할 의무 있음을 규정한 취지이고 변제를 수령하지 않을 의사가 명백하여 전의 수령거절의사를 번의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까지 구두의 변제제공을 하여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채무자는 위의 소위 언어상의 변제제공을 아니 하더라도 채권자에게 채무불이행의 책임이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결국, 이러한 사례들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부동산거래의 거의 모든 법률관계에서,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의무가 무엇인지, 이행제공하는 적절한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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