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경매함정에 빠졌다라고 함은 경매물건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경매물건에 숨어있는 권리 및 임대차 또는 물건 자체에 숨어있는 하자를 발견하지 못하였거나 하자를 알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입찰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권리상의 하자는 낙찰 후에도 말소되지 않는 권리, 예컨대 예고등기나 유치권, 법정지상권을 비롯해 말소기준권리(근저당, 가압류 등)보다 앞선 가처분, 소유권가등기, 지상권 등의 권리를 말하고 임대차상의 하자는 임대차신고 내역이 없는 대항력 있는 임차인, 임대차 내역 신고는 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보증금을 배당받지 못하는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는 물건에 입찰한 경우를 말한다.
또한 물건 자체에 숨어있는 하자는 물건의 수량(면적, 경계 등)이 사실과 다른 경우, 건물 누수나 균열이 있어 대대적인 보수를 필요로 하는 경우, 허가 받지 않은 증ㆍ개축, 용도변경 등 불법적인 요인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위와 같은 하자들을 간과하고 낙찰받았을 경우 매수인(=낙찰자)은 말소되지 않는 권리 또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인수해야 하거나 건물 대수선에 소요되는 비용 또는 건축물을 원상회복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입찰하고자 하는 경매물건에서 발생될 수 있는 모든 하자를 사전에 짚어내고 조사를 해서 확실하게 판단을 한 후 입찰에 응해야 하지만 불행하게도 입찰하고자 하는 물건에 어떤 하자가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입찰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더군다나 하자가 있을 경우 그 하자를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지, 하자를 치유하기 위한 비용으로는 얼마가 들어갈지에 대해서는 웬만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는 알아내기가 여간 쉽지 않다.
하자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이 파악되지 않으면 입찰하지 않거나 유찰을 기다렸다가 그 하자 치유에 대한 시간이나 비용이 어느 정도 고려된 시점에 입찰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경매는 전문가든 초보자든 누구에게나 허용된 공개경쟁입찰이라는 특성상 성급히 입찰하는 사람이 꼭 나오기 마련이다.
하자 있는 물건에 대한 실제 경매물건 사례를 들어 입찰자가 어떤 함정에 빠졌고 그로 인해 어떤 대가를 톡톡히 치렀는지를 살펴보자.
지난 8월 11일에 노원구 공릉동 소재 지하1층~지상3층 원룸주택이 처음 경매시장에 나온 적이 있다. 감정가 약 5억3538만원인 이 주택은 지하1층부터 지상3층까지 총 4개층에 각층 원룸 3실씩 모두 12실로 구성된 원룸 다가구주택이다.
대지면적 99㎡(약 30평)이 협소하다보니 건물도 각층 15평 내외로 비좁게 건축됐고 이로 인해 원룸 면적은 1실당 약 5평내외(공유면적 포함)로 실면적 4~5평 정도 나올 법한 극소형 원룸이다. 인근 대부분의 원룸 실면적이 6~7평 정도임에 반해 규모가 매우 작다.
현장조사 결과 토지 시세 3.3㎡당 1200만원, 건물 신축단가 3.3㎡당 350만원을 고려한 토지와 건물 포함한 시세는 약 5억9000만원 정도로 평가됐고, 12실 모두가 임대됐을 때를 가정하면 총 보증금 6000만원에 월 420만원(연간 5040만원)의 임대수익이 예상됐다.
이런 계산으로만 보면 비록 경매시장에 처음 나온 물건이지만 이번 1회차 경매에 입찰을 들어가도 문제가 없었겠지만 현장조사를 좀더 자세히 한 결과 이 물건에는 심각한 하자가 있음을 발견했다. 우선 지하부분에 누수가 발생해 보수공사가 필요하고 이 건물이 3층 일부(12㎡) 무단증축과 불법 용도변경으로 인한 위반건축물로 매년 이행강제금이 약 670만원 정도 부과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건물이 원룸다가구주택이기는 하나 신축 당시 다중주택으로 건축허가됐기 때문에 각실에 취사시설을 둘 수 없음에도 이를 설치한 데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규모는 더 커졌다. 이행강제금 부과 내역은 노원구청에 들러 확인한 사실이다.
매년 그 정도 수준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면 12실 중 지하 또는 1층 부분 2개실에 대한 결손이 생기는 부분이어서 연간 임대수익이 437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물론 이 임대수익 역시 전층이 공실없이 임대된다는 가정이지만 지하층 누수에다 실면적이 작고 주변에 경쟁력 있는 원룸이나 오피스텔이 많다는 점에서 전층 임대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반대로 이행강제금 부과를 피하려면 불법건축이나 용도변경 부분을 원상회복해야 하지만 이 방법은 위험부담이 더 크다. 3층 원룸 1개실이 없어져야 하고 원룸주택이 아니라 취사시설을 철거해 다중주택으로 원상회복해야 하는데 취사시설 없는 원룸이 인근 원룸주택과 같은 임대가를 맞출 수 없어 임대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들을 고려하면 이번 첫회차 경매는 패스하고 1회 또는 2회 이상 유찰된 후 입찰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필자도 결론을 내린 물건이다. 그러나 이 물건은 8월 11일 첫회차 경매에서 유OO씨가 단독으로 입찰해 감정가를 훨씬 웃도는 약 5억6000만원에 낙찰됐고 낙찰자는 결국 대금납부기한(9월 11일) 내에 대금을 납부하지 못해 입찰보증금 약 5354만원을 몰수당했고 오는 10월 20일 재매각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경매물건의 하자는 발품을 팔고 또 팔아야 발견되는 물건들이 상당수 있다. 특히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매물건은 그 하자 및 하자를 치유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얼마이냐에 따라 임대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겉으로 드러나 있는 모습으로만 물건의 가치를 판단할 일은 아니다. 경매물건은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그 위험요인을 잘 파악하고 입찰타이밍을 제대로 잡았을 때만이 경매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입찰보증금 몰수라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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