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과정에서 당사자 간의 합의로 실제 매매대금 보다 낮은 금액으로 매매대금을 적은 매매계약서, 소위
“다운계약서”가 작성되었는데, 그 후 계약이행과정에서 매수인이 실제 거래가액에 부합하는 계약서를 재작성해 줄 것을 매도인에게 요구하였고,
매도인으로부터 이를 거절당하자 잔금지급을 거절해버렸다면 ‘ 채무불이행책임은 매수인에게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어 소개한다. 전주지방법원
2015. 7. 8. 선고 2014가단3612 판결이다.
다음은 판결 전문이다.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13. 6. 피고들과 사이에 피고들 공동소유인 \'전주시
OO구 OO동O가 1156-3 대 434.69㎡‘를 8억5,000만 원에 매수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는 같은 달 21. 매매대금을 6억 5,000만 원으로 하는 계약서(이하 \'다운계약서\'라 한다)를 작성하면서
계약금 5,000만 원을 피고들에게 지급하였고, 잔금 8억 원은 2013. 8. 21.까지 지급하기로 약정하며 실제 매매대금과 다운계약서 상의
매매대금 차액(이하 ‘다운금액’이라 한다) 2억 원에 대해서는 현금보관증을 작성하여 피고 OOO에게 교부하였다.
다. 원고는 잔금
지급기일 이전인 2013. 8. 7. 피고 OOO에게 실거래가 대로 매매계약서를 다시 작성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들은 다운계약서 작성
조건으로 평당 50만 원씩 저렴하게 매매대금이 책정되었다는 이유로 매매대금 증액을 요구하여 원, 피고들 사이에 새로운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 이 사건 매매대금 잔금 지급기일이 지나도록 잔금 지급 이행 및 소유권이전등기 이행은 이루어지지 않던 중, 원고는
2013. 9. 26. 피고 OOO에게 “10월 7일에 잔금 치루고 이전하겠습니다. 10월 7일 넘을시 이 계약은 무효로 하겠습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마. 2013. 10. 7. 잔금 지급을 위해 원고와 피고들은 전북은행 진북동지점에서 만났으나, 원고가 실거래가
대로 매매계약서 재작성을 요구하였고, 이에 피고들은 다운금액에 대한 양도소득세 6,000만 원을 원고가 부담할 것을 요구하여 결국 합의는
결렬되고, 원고는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돌아갔다.
바. 이후 원고는 2013. 10. 15., 피고들은 같은 달 24. 각
상대방의 이행거절로 인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 또는 무효화 한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각 발송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을 제1, 3호증의 각 기재, 증인 OOO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2013. 9. 26.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원고가 잔금 8억 원과 잔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이하 ‘잔금 등’이라 한다)을 지급하고 피고들은 원고가 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데 협조하기로 하는 합의를 하였음에도,
피고들이 잔금 지급일인 2013. 10. 7. 다운금액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추가로 요구하며 대출에 협조하지 않았는바, 이 사건 매매계약은
피고들의 이행거절로 원인으로 원고가 피고들에게 보낸 2013. 10. 15.자 내용증명 송달로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따라서 피고들은 계약금의
반환 및 위약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들은, 이 사건 매매계약은 원고가 실거래가대로 매매계약서 재
작성을 요구하며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를 통지한 2013. 8. 7. 이미 해제되었고, 다만 2013. 9. 26. 원고가 잔금 등을
지급하겠다고 통지하자, 원고의 이행을 용인한 것일 뿐 추가로 피고들이 원고의 부동산 담보대출에 협조하기로 합의한 바는 없다. 그럼에도 원고는
2013. 10. 7. 다시 실거래가 대로 매매계약서 작성을 요구하며 잔금 등의 이행을 하지 않았는바 결국 이 사건 매매계약은 원고의 해지
통지로 인해 2013. 8. 7. 해제되었거나, 원고의 이행거절로 인해 원고의 2013. 10. 15.자 내용증명 또는 피고들의 2013.
10. 24.자 내용증명으로 인해 해제되었으므로 계약금 및 위약금 반환의무는 없다고 다툰다.

나.
판단
(1) 쌍무계약인 부동산 매매계약에 있어 매수인이 이행기일을 도과한 후에 이르러 매도인에 대하여 계약상
의무 없는 과다한 채무의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경우에는 매도인으로서는 매수인이 이미 자신의 채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표시한 것으로 보고
자기채무의 이행제공이나 최고 없이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2. 9. 14. 선고 92다9463 판결 등 참조). 한편
채무불이행에 의한 계약해제에서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로서 이른바 ‘이행거절’로 인한 계약해제의 경우에는 상대방의 최고 및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을 요하지 아니하여 이행지체 시의 계약해제와 비교할 때 계약해제의 요건이 완화되어 있는바, 명시적으로
이행거절의사를 표명하는 경우 외에 계약 당시나 계약 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묵시적 이행거절의사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그 거절의사가 정황상
분명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다77385 판결 등 참조)
(2) 원고는 잔금 등을 지급하면
피고들이 실거래가 매매계약서를 재작성하여주기로 약정하고도 이를 어겼다고 주장하고, 피고들은 2013. 8. 7.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고 각 주장하나,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들로서는 애초 다운계약서 작성으로
매매대금 감액이라는 손실을 감당하였던 터라 반대급부 없이는 실거래가 매매계약서 재작성을 원하지 않고 있었던 점, 2013. 8. 21. 잔금
지급기일이 도과된 이후에도 피고들 소유 토지를 이전받기를 간절히 원하며 이 사건 매매계약의 이행을 문의한 원고와는 달리 피고들은 원고와의 이
사건 매매계약 이행이 절실해 보이지 않았던 점, 피고들은 기존의 다운계약서를 유지하며 잔금 등을 지급받는다면 다운금액에 대한 양도소득세 등의
추가 부담이 없으므로 원고가 2013. 9. 26. 문자메시지로 통지한 잔금 등의 지급을 용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러나 원고가 2013.
10. 7. 피고들이 만난 자리에서 잔금 등의 지급을 위해서는 실거래가 대로 매매계약서를 재작성할 것을 요구하자, 피고들은 실거래가 매매계약서
작성으로 인한 다운금액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원고들이 부담할 것을 요구한 것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들이 잔금 등의 지급으로 실거래가 대로
매매계약서를 재작성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고, 더욱이 새롭게 잔금 등의 지급기일로 정한 2013. 10. 7.까지도 원, 피고들 모두
이 사건 매매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계약의 이행을 원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가 잔금 지급기일 이전인 2013. 8. 7. 피고들에게
실거래가 대로 매매계약서 재작성을 요구한 것만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에 대한 이행거절이나 계약해제 의사를 명백히 밝힌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만 매매계약서 재작성에 관해 2013. 10. 7.까지도 원, 피고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원고는 기존의 다운계약서를 문제 삼으며
실거래가 매매계약서를 재작성하지 않는 한 이 사건 매매계약대로 잔금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이행거절 의사를 당일 피고들에게 표시하였고, 같은 달
15.자 내용증명을 통해 이를 재확인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결국, 원, 피고들 합의에 의한 기존의 다운계약서 작성 및 이
사건 매매계약은 사법상 유효하고 실거래가와 달리 다운계약서가 작성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잔금의 이행을 거절할 수는 없는바, 원고가 실거래가 대로
매매계약서 재작성을 요구하며 잔금 이행을 거절한 것은 채무불이행으로서 이행거절에 해당하고 원고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한 피고들의 이 사건
매매계약의 해제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실거래가 아닌 다운된 금액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당사자 간의 합의로서 유효하다는 점에서 실거래가에 부합하는 매매계약서를 다시 작성해달라고 요구할 권리는
없다를 분명히 한 점에 이 판결의 특징이 있다. 굳이 실거래가 계약서가 없더라도 실거래가대로 세무당국에 신고하여 세법적인 불이익은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매수인에게 있다는 점에서, 계약서작성문제로 잔금지급 자체를 거절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판결일 수
있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