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을 사야할까요? 아니면 좀 더 기다려볼까요?”얼핏 보면 그저 평범한 질문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쉽게 답변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다. 더욱이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큰 부동산시장이라면 필자와 같은 이른바‘부동산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도 그저 피하고 싶고 곤혹스러운 질문일 뿐이다.
본래‘집을 산다.’는 말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인 3가지 요건, 즉‘의․식․주’중 하나인 주(住)를 해결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970~1980년대 이후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나타난 급격한 도시화현상으로 주택시장에 수요공급의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집이 투자(또는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되었는데, 이른바‘복부인’과‘떴다방’이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찾아볼 수 있다.

7월 들어 월간 기준 주택매매거래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국토교통부 실거래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월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국내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이후 거래량에 기초해 회복세(또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통계적 추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통계적 추이만을 놓고 본다면 지금 집을 사야 한다.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주택시장을 바라본다면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다. 오랫동안의 주택시장 침체 여파로 투자자들이 시장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분위기가 아직도 적지 않게 남아있고, 지금의 주택시장 회복세 역시 정부정책(재건축 및 대출 규제완화, 초저금리 정책)에 기인한 인위적 상승이라는 점에서 그저 조심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얼마 전 정부가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잡겠다고 원리금분할상환 유도 및 대출 시 상환능력심사 강화를 언급하면서 주택시장에 또 다른 불안요인이 등장한 것이다. 따라서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과 가계부채에 대한 해법으로 대출 규제강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을 놓고 본다면 지금 집을 사지 말고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집을 사야 할까? 아니면 좀 더 기다려봐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향후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 즉 주택매매거래량 변수, 대출규제 변수, 초저금리 변수, 정부정책 변수 등과 연관시켜 찾아보겠다.
첫째, 주택매매거래량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월평균 주택매매거래량이 증가 또는 유지될 수 있다면 향후 상당기간 주택시장은 안정적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금의 주택매매거래량 증가가 전세난에 기인한 20~30대 무주택자들의 활발한 참여에 큰 힘을 얻었다는 점에서 향후 이들의 추가적 참여 여부에 따라 가격 상승세가 좌우될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출규제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 주택시장이 강한 반등세를 보일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정부의 대출규제(DTI 및 LTV) 완화 조치가 주효했다. 그런데 이 대출규제 완화 조치는 1년 기한의 시한부짜리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정부가 1년을 연장하기로 확정 발표하면서 시장의 우려감은 일시적이나마 해소된 셈이다. 따라서 실수요자라면 대출규제 연장 조치에 따라 내년 7월말 이내 집을 사는 게 좋을 듯하다.
셋째, 초저금리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올 들어 3월 1.75%, 6월 1.5%라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8월 현재 기준금리는 1.5%로 역대 최저금리 수준이다. 1%대 초저금리시대가 자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금리 역시 역대 최저 수준을 경신하고 있는 중이다. 9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회자되고 있다는 게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중국, 유럽 등이 경기침체 여파로 금리인상을 쉽사리 단행키 어렵다는 예상도 상존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정부 역시 완연한 경기회복세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대책없는 금리인상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넷째, 정부정책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집값 상승세(내지 반등세)가 사실상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가져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재건축 가격 급등, 신규 분양 아파트 청약 열기, 주택매매거래량 기록 경신, 초저금리 가계대출을 통한 주택매입 증가 등이 그러했다. 만일 정부정책이 지금의‘주택거래 활성화 및 규제 완화’에서‘주택가격 안정화 및 규제 강화’로 돌아설 경우 주택매매시장은 다시 냉각되고 가계부채 여파로 주택소유자들의 충격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완연한 경기회복(내지 경기호황)이 전제되지 않는 한 정부도 대다수 주택소유자들과 마찬가지로 결코 원치 않는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정부정책을 좌우할 대통령선거가 향후 2~3년 뒤에 치러질 것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전세난(전세매물 품귀 및 전세가격 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실수요자라면 초저금리를 활용해 지금 집을 사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만 인구구조의 변화(인구고령화) 및 가구분화의 심화(1~2인 가구 급증)로 주택의 다운사이징현상과 도심집중현상이 향후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으로 자리할 것으로 보이는바, 적어도 재테크 관점에서는 도심지 역세권을 중심으로 대형보다는 중형, 중형보다는 소형을 매입하는 게 좋겠다.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