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부동산시장에 자산관리라는 개념이 보편화된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IMF 외환위기 이전에 일부 증권사나 보험사가 자산관리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때의 의미는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금융상품을 관리하거나 운용하는 것을 지칭한 것이었지 부동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울러 그 당시 몇몇 부동산업체가 자산관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이때의 부동산 자산관리는 대상 부동산에 대한 청소 ․ 경비 등과 같은 단순관리업무나 시설관리업무를 지칭하는 매우 좁은 의미의 기초적인 부동산 자산관리에 한정된 것이었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부동산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가면서 부동산 자산관리에 대한 개념 역시 점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즉 과거의 부동산 자산관리가 소극적인 관리 즉 단순한 시설유지관리차원에서 접근되었고 또 일상적인 재산관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면 지금의 부동산 자산관리 수준은 보다 적극적인 관리 즉 관리하는 부동산에 대한 시설유지 및 임대차관리는 물론, 매입, 매각, 담보금융, 개발, 투자(펀드나 리츠), 신탁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그 가치를 최대화하고 그로부터 창출되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IMF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자산관리가 다시 부각된 계기는 다름 아닌 2008년 하반기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경기불황은 물론,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를 몰고 왔는데 이로 인하여 부동산시장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게 되었고 이러한 부동산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는 부동산 자산관리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부동산 자산관리시장은 다음과 같이 변화하고 있다.
하나, 소유보다는 이용을 중요시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불황과 가계부채 증가가 부동산시장을 장기침체로 이끌면서 부동산을 매입한 후 소유하기보다는 임차하여 이용하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은 아파트 전세난으로 대별되는 주택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둘, 개발보다는 관리를 중요시한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호황일 때는 부동산을 개발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지만 경기가 불황일 때는 개발수요가 줄어들고 기존의 부동산을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셋, 양도차익보다는 운영수익을 중요시한다. 부동산 자산관리의 방향이 매각으로 인한 양도차익(매매차익)보다는 이용을 통한 운영수익(임대수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추세다.
넷, 규모보다는 실속을 중요시한다.“작은 것이 아름답다.”예전에 TV광고에 등장했던 인기 광고카피다. 최근의 부동산시장도 실속형 다운사이징이 대세다. 이는 경기불황은 물론, 인구감소세 및 가구분화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아파트를 보더라도 대형보다는 중형, 중형보다는 소형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다섯, 수익환원법 감정평가방식을 중요시한다. 통상 감정평가사는 부동산을 평가할 때 3가지 평가방식(원가방식, 비교방식, 수익방식)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병행하여 사용한다. 하지만 경기불황이 극심할수록, 부동산시장이 침체될수록 부동산 투자자들은 부동산가격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임대수익률에 바탕을 둔 수익방식을 선호한다.
여섯, 전세방식이 사라지고 월세방식이 급증한다. 일반적으로 월세는 아파트나 단독주택과 같은 주거용 부동산보다는 상가, 오피스빌딩, 오피스텔 등과 같은 상업용 부동산에 널리 적용되어온 임대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임대수요가 풍부한 지역에 소재한 도심권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월세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저금리 영향으로 월세(임대수입)를 원하는 집주인(임대인)이 늘어났고 때마침 경기불황이 길어지면서 전세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입자(임차인)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곱, 직접투자방식보다는 간접투자방식을 선호한다.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금융시장이 안정화될수록, 부동산시장이 불안정할수록 부동산을 직접 선택하고 매입하는 직접투자방식보다는 전문적인 자산운용사를 통한 간접투자방식이 활성화될 것이다. 개인투자자는 부동산펀드나 리츠(REITs)를 이용하면 직접 투자하기 곤란한 복합쇼핑몰이나 오피스빌딩, 레지던스형호텔 등에도 투자하여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요컨대, 향후 부동산 자산관리 서비스는 기존처럼 시설유지관리 및 임대차관리 중심의 소극적인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매입, 매각, 개발, 담보금융, 신탁, 세무, 법률 서비스 등은 물론, 부동산펀드나 리츠 투자, 경매 컨설팅 등과 같은 보다 적극적인 영역으로 넓혀갈 것이며, 한발 더 나아가 데이터 및 전문가식견이 가미된 부동산 자산재설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종합자산관리형태로 확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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