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입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목표는 낙찰이다. 아주 경쟁력 있는 가격에 차순위와 근소한 차이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낙찰을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낙찰된다는 것이야말로 경매에 있어 가장 우선순위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수차례 입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낙방을 거듭한다면 입찰자는 어떤 심정이 들까? 열에 아홉은 지레 입찰 자체를 포기하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져 낙찰 받고자 하는 급한 마음에 고가입찰에 대한 유혹을 견뎌내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필자 역시 최근 그런 경험을 겪었다. 천안지원 관할 전원형 단독주택에 입찰하면서 말 그대로 7번 낙방 후 8번째 입찰에서야 낙찰을 받았던 적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3개월 전의 일이다. 매번 낙방하면서 필자인들 어찌 입찰 포기나 고가낙찰에 대한 유혹이 없었을까?
매 입찰 때마다 천안지원까지 오가는 비용과 시간은 물론 경매물건 답사 차 오가는 비용과 시간은 또 어떤가? 공들인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고 또 언제 다시 유사 경매물건이 등장할 수 있을까에 대한 조급함이 앞섰다면 벌써 일찌감치 결론이 났을 터이다.
기다려라, 경매물건은 또 나온다.
2015년 들어 예년에 없이 경매물건수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입찰할 만한 물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4년 월평균 경매물건은 전국적으로 2만여건이 등장했다. 종별로 구분해보면 아파트, 연립, 단독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이 7,800여건, 근린상가, 오피스텔, 공장 등 상업용 부동산이 3,700여건, 토지는 7,500건, 기타 1,000건 정도가 매월 경매시장에 등장한다.
이중 수도권 경매물건은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전국의 62.2%, 상업용 부동산 48.2%, 토지 33.7% 정도 물량이 매월 경매에 부쳐졌다. 적다면 적은 물량이라 할 수 있지만 마음먹고 기다린다는 자세만 가진다면 시일은 다소 결려도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전체 경매물건 중 입찰할만한 물건은 한정돼 있고 예년에 없는 경매물건 가뭄에 입찰경쟁이 치열해져 낙찰받기가 여간 쉽지 않다. 그렇지만 향후 금리인상으로 경매물건이 급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겠기에 당장 급하게 취득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입에 맞는 물건이 나올 때마다 입찰하는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2014년 초에 시작했던 천안 소재 경매물건 취득을 2015년 8월에서야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기다림과 인내의 결과였다.
낙찰에 대한 과욕이 결국 화를 자초한다.
거듭된 실패는 낙찰에 대한 욕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특히 수도권을 벗어난 원거리 법원 관할 경매물건에 입찰할수록 오가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나 시간 소비 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그런 욕심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그러나 낙찰에 대한 욕심은 결국 입찰가에 대한 욕심으로 귀결돼 고가입찰이라는 피해를 낳고 만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는 물건에 입찰해 차순위와 수천만원 또는 억대 이상 차이가 나게 낙찰되는 경우는 물론 경쟁입찰을 예상하고 입찰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최저경매가보다 상당히 높은 금액으로 단독 입찰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그것이다.
마음이 급해 대형 사고를 치는 경우도 있다. 권리분석을 잘못해 말소되지 않는 권리를 인수하고, 임대차분석을 잘못해 선순위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떠안게 되는 경우가 그것이다. 입찰가를 쓴다는 게 입찰가에 ‘0’을 하나 더 붙여 입찰표를 제출하는 엄청난 사고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 역시 낙찰에 대한 과욕으로 급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법정 분위기를 압도하라.
경매입찰 전 입찰법정 분위기는 파악은 필수지만 그렇다고 법정 분위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입찰법정이 사람들로 북적댄다고 내가 입찰하려는 물건에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입찰하는 것이 아니고, 또한 사람들이 별로 없이 한산하다고 입찰경쟁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입찰법정에는 허수가 존재한다. 법정에 나온 사람 모두가 입찰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거기에는 입찰자보다 가족, 친구, 컨설팅업체 등 동행인을 비롯하여 경매를 배우려고 하는 견학생까지 고려하면 입찰자보다 두세배 많은 허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한 본인이 입찰하고자 하는 물건의 가치가 어떤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즉 내 물건에 입찰자들이 많이 몰릴 수 있는 물건인지, 그렇지 않은 물건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예상 입찰경쟁률을 어림잡아 추측할 수가 있다.
입찰 당일 경쟁력 있는 물건으로 어떤 것이 나왔는지 미리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 인기가 치솟고 있는 아파트는 몇 건이 나왔는지, 상권이 좋은 지역의 상가가 나온 것이 있는지, 개발호재가 있는 토지가 나왔는지 등 입찰자가 몰릴만한 것으로 어떤 경매물건이 입찰에 부쳐지는지를 알면 입찰법정에 와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이 어느 물건으로 향할 지 예측이 가능하다.
대안을 마련해라.
어떤 한 종목에 입찰할 때마다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면 입찰에 대한 접근방법을 달리해볼 필요가 있다. 아파트 입찰에 번번이 실패하는 경우 실수요 목적이라면 굳이 단지형 아파트가 아니라 나홀로 아파트나 입지가 양호한 다세대, 연립에 입찰해보는 것이다.
또한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다가구주택이나 원룸주택 낙찰이 어렵다면 다가구주택이나 원룸주택을 신축할 목적으로 노후 단독주택이나 대지에 입찰해보고, 오피스텔 낙찰이 어렵다면 상가나 아파트형공장에도 입찰해보는 것은 어떨까!
천안에 소재한 전원형 단독주택 입찰에 수차례 실패를 거듭한 후 굳이 건물이 있는 물건에 입찰하지 않고 차라리 토지를 낙찰받아 단독주택을 신축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세운 후 전(田)을 낙찰 받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에서 천안지원까지는 약 1시간 정도. 왕복 2시간에 입찰 후 식사까지 하고나면 3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입찰시간에 넉넉하게 맞춰 가려면 오전 8시 30분에는 출발해야 하고 입찰 후 점심 먹고 출발하다보면 다시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은 대략 오후 2시 반~3시 반 정도. 거의 하루 일과를 다 소진한다.
이래 저래 소요된 비용을 크게 생각한다면 한 번에 끝내고 싶은 욕심이 있겠지만 그 욕심을 제어하지 못하면 고가낙찰, 고객불만 등 더 큰 화를 자초할 수 있음을 알기에 그럴수록 더욱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접근하는 것이 상책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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