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사무실에서 전문가인터뷰를 해오다가 모처럼 방송국 스튜디오 촬영을 나갔다. 3월2일 방송예정인 KBS2 “여유만만”이라는 프로그램 녹화를 위해서다. 방송 소재는 최근 부천에서 발생한 80억원대 전세사기 문제였다. 피해자 숫자는 계속 늘고있는데 현재 파악된 것만도 수십명일 정도로 대형사건이다. 반포공인중개사 건, 영동공인중개사 건 등 비슷한 수법의 대형사건도 몇차례 있었고 개별적인 사고도 계속 반복되면서 관련 보도 역시 심심치않게 이어지는데도 이런 사기 사건이 근절되지 못하고 반복되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

부천 사기 사건을 살펴보고 방송을 준비하면서 지난 십여년간 필자가 다루어온 비슷한 유형의 전세사기사건 유형과 예방법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다시 가질 수 있었다.

수법 자체는 의외로 단순하다. 월세계약임에도 불구하고 보증금이 거액인 전세계약인 것처럼 실제 세입자를 속이는 것이다. 사기를 위해 동원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부동산중개사무소와 무관한 개인적인 사기범행과, 중개사무소가 조직적으로 사기에 가담하는 사기범행이다.

첫 번째 유형은, 甲이라는 사기범이 등기부발급 등을 통해 범행대상 아파트(주택)를 물색한 다음, 중개업소를 통해 월세계약을 체결한다. 예를 들어 보증금 1천만원에 월차임 80만원으로. 이 과정에서 건물주의 인적사항과 주민등록증사본 등 필요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고, 합법적으로 해당 아파트에 거주할 수도 있게 된다. 그 다음에는 자신이 집주인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월세가 아닌 전세로, 예를 들어 보증금 1억8천만원에 세입자를 구한다. 물론, 월세를 구했던 곳과 다른 중개업소를 통해서. 이 과정에서 종전에 파악한 건물주의 주민등록증 위조가 이루어진다. 주민등록증에 의존해서 건물주 인적사항을 파악하는 현행 거래관행으로는 사기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이런 유형의 피해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그 다음은, 중개사무소가 조직적으로 가담하는 경우이다.

첫 번째 사례에서는 사기범의 단독범행으로 세입자는 물론 거래를 도와주는 중개업소까지 속이는 구조이어서 비교적 피해금액도 적고 거래 중개사무실에 의해 간혹 범행이 발각되기도 하지만, 중개업소가 적극 가담하는 경우에는 피해금액도 크고 사기예방도 매우 어렵다. 중개업소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이런 중개업소의 사기범행 수법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건물주로부터 건물의 관리를 위임받은 중개업소의 범행이다. 월세를 선호하는 건물주의 성향을 이용하여, 실제 세입자와는 전세로 계약체결하고도, 건물주에게는 월세로 계약체결된 것처럼 거짓보고를 하는 방법으로 보증금 차액을 횡령한다. 이 과정에서 건물주 보고용으로 가짜 전세계약서도 만들어진다. 심지어 건물주 확인을 대비해서 임차인 연락처까지 허위로 기재한다. 그 때문에 건물을 방문해서 확인해보기 이전에는 건물주의 전화확인만으로는 이런 사기범행을 인지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된다. 몇 년 전 반포공인중개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 다음은, 건물관리를 위임받지 않은 일반중개업소의 범행 유형이다. 건물관리를 위임받지는 못했기 때문에 건물주 행세를 할 수 있는 들러리를 세우는 것이 위와 다른 점이다. 예를 들어, 건물주행세를 할 수 있는 들러리를 구해서 실제 건물주와 월세로 임대차계약체결하게 한 다음, 이를 통해 건물점유를 확보하는 동시에 실제 건물주의 인적사항을 파악한 후, 그 다음에 전세세입자를 물색하는 것이다. 범행수법은 처음의 개인 사기범행과 유사하지만 중개업소가 주도되어 이런 사기범행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사기예방이 쉽지 않다. 몇 년 전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영동공인중개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결국 이런 범행의 공통점은, 건물주 본인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우리의 부동산거래문화를 파고들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대리계약일 경우 형식상의 위임장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건물주 본인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어디에 있든 전화는 물론 화상통화 정도는 가능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점에서 마음먹기에 따라서 어렵지 않게 실천이 가능할 수 있다. 거래중개업소 확인도 소홀하고 심지어는 중개업소까지 이런 범행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 본인확인을 위해 통용되는 신분증위조가 너무 간단하고 손쉽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러하다.

부동산 거래문화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캠페인이라도 앞장서고 싶은 마음이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