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최근 집을 팔지 고민하는 다주택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거래량과 거래가격 모두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다. 이는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아파트 공급 과잉 문제가 불거지고 있고, 아울러 가계부채 확산을 우려한 정부의 대출규제가 겹치면서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주택시장 침체는 다주택자로 하여금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의 매각을 고민하고 서두르게 만든다. 하지만 다주택자는 보유하고 있는 주택들 가운데 무엇을 먼저 파느냐에 따라 세금을 낼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아예 안낼 수도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매각 시기와 순서를 잘 맞추면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A씨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A씨는 현재 아파트 2채(강남구 수서동, 분당신도시 각 1채)와 다가구주택(관악구 봉천동) 1채 등 모두 3채의 주택을 가지고 있다. A씨는 향후 1세대 1주택 비과세혜택을 볼 수 있는 1채만 남겨두고 나머지 주택 2채는 순차적으로 매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예상되는 매각금액을 알아보니 2006년 8억원에 매입한 강남구 수서동 57평형 아파트는 12억원(양도차익 4억원), 2010년 10억원에 매입한 분당신도시 59평형 아파트는 7억원(양도손실 3억원), 2005년 상속받아 임대중인 다가구주택은 19억원(양도차익 9억원)으로 확인됐다.


기본적으로 양도소득세는 매각차익이 있을 때만 발생한다. 또한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2년 이상을 보유하게 되면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A씨 같은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는 어떤 주택을 먼저 팔고 어떤 주택을 나중에 파느냐에 따라 납부할 세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A씨의 경우 주택의 양도에 따른 절세효과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매각할 시기와 순서를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A씨는 비과세혜택을 볼 수 있는 1채만 남겨두고 나머지 2채를 모두 매각할 생각이다. 이때 A씨가 절세효과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가장 양도차익이 큰 주택 1채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2채를 매각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양도소득세는 동일 연도에 2주택 이상을 매각하게 되면 양도차익이 누적돼 세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비슷한 시기에 매각하는 것을 피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A씨처럼 양도차익과 양도손실이 함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동일 연도에 매각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양도손실이 다음 연도로 이월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에서 A씨는 양도차익(9억원)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관악구 봉천동 다가구주택만을 남겨둔 채, 양도차익 4억원이 예상되는 강남구 수서동 57평형 아파트와 양도손실 3억원이 예상되는 분당신도시 59평형 아파트를 올해 안에 함께 매각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동일 연도 매각 시 양도손실을 양도차익에서 차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9억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매각하지 않고 남겨둔 다가구주택의 경우 제일 나중에 매각함으로써 1세대 1주택에 주어지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9억원을 넘어서는 고가주택의 경우 그 초과되는 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양도소득세를 내야한다. 하지만 10년 이상 보유한 1주택의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최대 80%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내는 세금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절세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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