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법률상담과정에서 혼선을 빚어 잘못 자문하고 의뢰인에게 미안했던 사안이 있어 소개한다 (의뢰인 보호를 위해 사안에서 거론된 지역이나 수치는 실제와 다르게 구성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건물 일부를 임차하여 음식점을 운영해오던 의뢰인은, 임대차 7년차를 약 5개월 앞두고서 임대인으로부터 ‘계약연장의 의사가 없다’는 통지를 받게 되지만, 간곡한 요청 끝에 계약만기가 임박해서 보증금 2억원, 월차임 1,500만원인 기존 임대차조건을, 월차임 300만원 인상하는 내용으로 변경해서 갱신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변경된 임대차계약에 대해서는 별도의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 의뢰인은 증액된 차임을 송금하였다. 영업 적자에 시달리고 있던 이 의뢰인은 계약을 연장한 직후부터 다른 임차인을 물색하여 권리금액수를 1억원으로 하는 권리금계약을 체결하게 되고, 그 임차인을 임대인에게 소개하여 임대차계약체결을 요청하지만, 뜻밖에도 ‘보증금 7천만원, 차임 100만원 인상이 전제되지 않으면 새로운 임차인과의 계약체결이 어렵다’는 답변을 임대인으로부터 듣게 된다. 증액된 보증금을 수긍할 수 없었던 새로운 임차인은 계약해제를 요청하였고 결국 권리금계약은 합의해제되게 된다.

이런 사안에서 의뢰인은 ‘임대인의 권리금회수 비협조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지’를 필자에게 문의하였다.

다음은, 필자의 1차 답변내용이다.

우선, 권리금회수방해를 이유로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임대인의 권리금회수방해행위가 있어야하는데, 회수방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해당 임대차건물의 여건에 비해 현저히 높은 액수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를 법에서 정하고 있어, 보증금 7천만원, 월차임 100만원 인상요구가 이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향후 임대료감정 등을 거쳐 판단될 수 밖에 없다.



★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

①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10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수수하는 행위

2.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 하여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3.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상가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4.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



하지만, 신규임차인의 주선은 임대차기간 도중 아무 때나 가능하지는 못하고 임대차종료시점을 앞둔 3개월간에만 가능한데, 그렇다면 임대차기간에 대해 명확한 합의도 없이 임대차계약서 작성도 하지 않은 채 차임만 인상한 새로운 계약의 만기가 언제인지를 고민해야만 한다.

이 사안은, 계약기간만기를 앞두고 아무런 의사표시 없이 계약기간이 도과된 경우가 아니라, 계약만기 이전에 서로간의 합의하에 차임이 인상되었다는 점에서 “묵시적 갱신”의 경우가 아니라 명시적 갱신이지만, 기간에 대해서만 정함이 없는 계약으로 해석함이 옳다.

그렇다면, 이 사안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1년 연장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 동법 제9조(임대차기간 등)

① 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한 임대차는 그 기간을 1년으로 본다. 다만, 임차인은 1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계약만기 3개월 전에 한해서만 권리금회수기회를 보장하도록 하는 법규정에서 보자면, 이 사안은 현저히 높은 보증금 등 요구 여부를 떠나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적인 요건을 충족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취지의 필자의 답변을 들은 의뢰인은 의아해하면서, ‘자신의 경우는 소정의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고액임대차계약인데 그렇다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계약에 대해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아니라 일반 민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영업을 통해 상당한 적자를 보고 있어 조속한 계약종료를 원하던 이 의뢰인은, 필자의 사무실을 찾기 이전에 이미 다른 곳에서 이런 취지의 비숫한 자문을 받았고, 이를 통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계약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이에 필자는 법규정을 다시 찾아본 바 필자의 당초 답변이 잘못되고 의뢰인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필자가 이 점에 대해 잘못 답변하게 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입법 당초부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정해진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그 이하에 대해서만 보호법을 적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계약에 대해서는 보호법 적용을 완전히 배제하는 입장을 취하였다. 이에 대해 보호법의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수년간에 걸쳐 환산보증금의 기준을 상향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2013. 8. 개정을 통해서는 환산보증금에 구애됨이 없이 5년 갱신요구권을 모든 상가임대차계약에 적용한다고 예외를 인정하다가, 다시 2015. 5. 개정을 통해 환산보증금에 구애되지 않은 보호법의 적용범위를 대폭 확대하게 되었다.



★ 동법 제2조(적용범위)

① 이 법은 상가건물(제3조제1항에 따른 사업자등록의 대상이 되는 건물을 말한다)의 임대차(임대차 목적물의 주된 부분을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대하여 적용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 단서에 따른 보증금액을 정할 때에는 해당 지역의 경제 여건 및 임대차 목적물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지역별로 구분하여 규정하되, 보증금 외에 차임이 있는 경우에는 그 차임액에 「은행법」에 따른 은행의 대출금리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곱하여 환산한 금액을 포함하여야 한다. <개정 2010.5.17>

③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제3조, 제10조제1항, 제2항, 제3항 본문, 제10조의2부터 제10조의8까지의 규정 및 제19조는 제1항 단서에 따른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도 적용한다. <신설 2013.8.13, 2015.5.13>



필자의 오해는, 이와 같은 보호법의 개정과정을 통해 기간에 관한 보호법 규정 모두가 환산보증금규모에 상관없이 적용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의뢰인의 지적처럼 법적용범위를 정하고 있는 동법 제2조 제3항에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의 효력을 정한 동법 제9조 제1항은 제외되어있었다. 건물 임대차계약은 기간을 정하는 계약이 거의 대부분이고, 계약만기를 도과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계약서 작성없이 묵시적으로 갱신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이 의뢰인의 경우처럼 묵시적 갱신이 아니라 명시적 갱신이면서도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관련 법조문이 익숙치않아 착오를 일으키게 되었다.

이에 필자는, ‘이 임대차계약은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경우로서 보호법 적용대상이 아니고, 민법에 따라 이 의뢰인이 언제든 해지통고를 할 수 있고 1개월 후 해지효력이 발생한다’는 취지로 답변을 정정했다.



★ 민법 제635조(기간의 약정없는 임대차의 해지통고)

① 임대차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② 상대방이 전항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다음 각호의 기간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1. 토지, 건물 기타 공작물에 대하여는 임대인이 해지를 통고한 경우에는 6월, 임차인이 해지를 통고한 경우에는 1월



그렇다면, ‘새로운 임차인을 임대인에게 소개하는 과정에서 기존 임대차계약에 대해서는 해지하는 의사가 함께 동반되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권리금회수방해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요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계약만기 직전 3개월간이라는 요건은 충족가능할 수 있겠다’는 자문을 최종적으로 의뢰인에게 해 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의뢰인이 기대하는 답변을 해 줄수 있었지만, 의뢰인의 반문이 없었더라면 자칫 잘못된 자문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뢰인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아울러, 자주 접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선입관에 얽매이지 말고 관련 법규정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기본자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