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전자소송과 새로운 사법서비스의 가능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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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목차
Ⅰ. 글을 시작하며
Ⅱ. 사법서비스의 理想과 우리의 現實
Ⅲ. 재판의 전문화를 위한 전자소송의 역할
Ⅳ. 집중심리와 전자소송
Ⅴ. 전자소송 확대와 사법서비스향상을 위한 기타 방안
1. 변호사에 대한 서면제출 대행권한 부여
2. 사건진행순서 게재
Ⅵ. 결론
Ⅰ. 글을 시작하며
특허재판에 이어 민사재판에서도 전자문서 사용이 가능하게 되어 신속하고 편리한 전자소송의 발판이 마련되었다. 법원행정처에 의하면, 민사소송사건 전자접수신청이 가능해진 2011. 5. 2. 이후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2011. 5. 29. 현재 전체 민사소송의 약 3%인 2,500여 건이 전자소송으로 접수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전자소송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은 높은 편이다. 바야흐로 거스를 수 없는 전자소송의 거대한 흐름이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신속하고 편리한 재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자문서를 주고받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재판의 모든 과정에서 전자소송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 법조계에 뿌리박힌 종이소송에 근거한 사고는 완전히 탈바꿈될 필요가 있다. 전자문서를 사용하는 정도로만 전자소송을 이해하고 나머지 절차는 기존 절차를 그대로 유지, 답습하려고 한다면, 이는 전자소송의 목적과 잠재적인 가능성을 무시하고 사장시키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종이문서 대신 전자문서를 사용하는 것은 단지 전자소송을 위한 첫 걸음일 뿐이다.
결국, 전자소송도입을 계기로 우리 사법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이에 맞추어서 종이문서에 근거한 기존의 제도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는 비단 사법 분야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고민거리이자 과제인 셈인데, 기존과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기술과 시스템 등장으로 기존의 틀에 얽매여서는 존립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전반적인 사회 상황에서 사법서비스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전자소송이야말로 사법서비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 전자소송을 통해 기존의 사법서비스는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소송을 통한 완전히 새로운 사법서비스의 가능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Ⅱ. 사법서비스의 理想과 우리의 現實
사법서비스가 지향하는 이상 내지 목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지만, 대국민(고객) 서비스의 질과 내부 구성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지금의 사법서비스 현실은 어떠한가?
사건당사자인 국민의 시각으로 가상의 재판을 구성해보자. 기계를 공급하고 대금 1천만원을 못 받아서 결국 소송을 제기했는데 상대방이 이런 저런 하자를 이유로 대금을 못주겠다고 발뺌한다. 이 상황에서 판사는 기계와 관련된 기초적인 용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상대방의 엉터리 주장을 오히려 귀담아 들으면서 동조하고 있다. 기계나 동종업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는 터무니없는 주장인데, 오히려 구체적으로 반박해보라고 하면서 한 달에 한 번 꼴로 법정에 출석하라고 한다. 게다가, 어쩔 때는 사건의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잊어버렸는지 판사가 엉뚱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게다가, 재판 외적인 서비스도 너무 떨어진다. 휴가를 내고 재판에 참석하기는 했지만, 앞서 진행되는 다른 사건 재판 때문에 대기시간도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언제 내 사건을 불러줄 지 알 수 없어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조차 어렵다. 답답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순서가 됐지만, 재판진행은 고작 5분 남짓에 불과하고,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기다리는 사건이 너무 많아 눈치가 보인다. 바쁜 시간을 쪼개 어렵게 재판에 참석하는데 이런 과정이 몇 차례 반복되다보면, 판사의 전문성은 물론이고 나중에는 사건이 제대로 결론날 수 있을지조차 걱정된다. 언제 해결될 지 확신도 없고 행여나 상소되어서 다시 재판을 하지 않을까 답답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상대방과 합의해서 5백만원 받고 재판을 끝내고 말았다. 방어하는 상대방도 재판 다니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해서 그런지 합의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청구하는 금액 절반을 받아낸 것도 판사의 노고가 아니라 당사자를 힘들게 하는 재판구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매우 일반적인 사례가 될 수 있는데, 이 사례에서 사건당사자가 느끼는 가장 큰 불만은 당사자가 이해하기에는 별 어렵지도 않은 기술적인 문제를 재판부가 제대로 알지 못해 사건을 시원하게 판단해주지 못하는데다가, 자꾸 번거롭게 법정에 출석하라는 것이다. 판사가 관련 사건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적다보니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게되고 그러다보니 심리를 더해야한다는 이유로 당사자가 생각하기에 불필요한 출석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재판 시간도 짧고 형식적이면서 어쩔 때는 주장된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판사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면, 재판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고에 비해서 재판이 無用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가 변호사까지 선임하면 비용까지 만만치 않아 배보다 배꼽이 커진다.
그렇다면, 법원 내부 구성원인 판사의 업무 만족도는 어떨까?
기본적으로 너무 바쁜 것이 판사생활이다. 민사사건을 예로 들자면, 대부분의 판사들은 일반 사건 모두를 뺑뺑이 돌리기식으로 배당받아 업무를 처리하다보니 그야말로 온갖 사건을 담당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조금만 깊은 이해가 필요한 사건은 낯설 수 밖에 없다. 게다가 2년에 한번 꼴로 있는 인사이동으로 난이도있는 사건은 결국 몇 번 심리하다가 결론을 못내고서 새로 부임하는 판사에게 사건을 넘기게 된다. 반대로, 새로 옮긴 재판부에 가서는 미제(未濟) 사건들을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온갖 분야의 일반 사건을 수 백건씩 진행하다보니 “전문성”은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된다. 그나마 특별한 전문부서에 근무하면서 운좋게 전문지식과 경험을 쌓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부서로 이동하면 기존 지식과 경험은 用處를 상실하면서 금방 잊게된다. 그러다보니, 일반적이고 평이한 사건은 상관없지만 조금만 전문지식을 요하는 사건이 배당되면 판사의 업무부담은 일반사건의 몇 배 이상이 된다. 그렇다고 이 사건에만 전념할 수는 없다. 다른 수백 건의 사건도 있는데. 그래서 어려운 사건일수록 빨리 결론짓기를 포기한 채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문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장기간 공방을 하게 할 수 밖에 없다. 당사자에게 좀 미안할 수도 있지만, 때가 되면 인사이동 가능성도 있으니.
그 결과, 잦은 야근에도 사건적체는 구조적으로 쉽게 해소될 수 없다. 게다가, 현재의 민사소송절차에는 당사자를 직접 호명해야하는 등 잔무가 많다. 소액사건은 하루에도 당사자 이름만 수 백번씩 부르게된다. 사건 자체에 대해 고민하고 당사자와 충분히 대화할 시간은 엄두를 낼 수가 없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Ⅰ. 글을 시작하며
Ⅱ. 사법서비스의 理想과 우리의 現實
Ⅲ. 재판의 전문화를 위한 전자소송의 역할
Ⅳ. 집중심리와 전자소송
Ⅴ. 전자소송 확대와 사법서비스향상을 위한 기타 방안
1. 변호사에 대한 서면제출 대행권한 부여
2. 사건진행순서 게재
Ⅵ. 결론
Ⅰ. 글을 시작하며
특허재판에 이어 민사재판에서도 전자문서 사용이 가능하게 되어 신속하고 편리한 전자소송의 발판이 마련되었다. 법원행정처에 의하면, 민사소송사건 전자접수신청이 가능해진 2011. 5. 2. 이후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2011. 5. 29. 현재 전체 민사소송의 약 3%인 2,500여 건이 전자소송으로 접수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전자소송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은 높은 편이다. 바야흐로 거스를 수 없는 전자소송의 거대한 흐름이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신속하고 편리한 재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자문서를 주고받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재판의 모든 과정에서 전자소송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 법조계에 뿌리박힌 종이소송에 근거한 사고는 완전히 탈바꿈될 필요가 있다. 전자문서를 사용하는 정도로만 전자소송을 이해하고 나머지 절차는 기존 절차를 그대로 유지, 답습하려고 한다면, 이는 전자소송의 목적과 잠재적인 가능성을 무시하고 사장시키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종이문서 대신 전자문서를 사용하는 것은 단지 전자소송을 위한 첫 걸음일 뿐이다.
결국, 전자소송도입을 계기로 우리 사법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이에 맞추어서 종이문서에 근거한 기존의 제도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는 비단 사법 분야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고민거리이자 과제인 셈인데, 기존과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기술과 시스템 등장으로 기존의 틀에 얽매여서는 존립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전반적인 사회 상황에서 사법서비스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전자소송이야말로 사법서비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 전자소송을 통해 기존의 사법서비스는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소송을 통한 완전히 새로운 사법서비스의 가능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Ⅱ. 사법서비스의 理想과 우리의 現實
사법서비스가 지향하는 이상 내지 목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지만, 대국민(고객) 서비스의 질과 내부 구성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지금의 사법서비스 현실은 어떠한가?
사건당사자인 국민의 시각으로 가상의 재판을 구성해보자. 기계를 공급하고 대금 1천만원을 못 받아서 결국 소송을 제기했는데 상대방이 이런 저런 하자를 이유로 대금을 못주겠다고 발뺌한다. 이 상황에서 판사는 기계와 관련된 기초적인 용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상대방의 엉터리 주장을 오히려 귀담아 들으면서 동조하고 있다. 기계나 동종업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는 터무니없는 주장인데, 오히려 구체적으로 반박해보라고 하면서 한 달에 한 번 꼴로 법정에 출석하라고 한다. 게다가, 어쩔 때는 사건의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잊어버렸는지 판사가 엉뚱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게다가, 재판 외적인 서비스도 너무 떨어진다. 휴가를 내고 재판에 참석하기는 했지만, 앞서 진행되는 다른 사건 재판 때문에 대기시간도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언제 내 사건을 불러줄 지 알 수 없어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조차 어렵다. 답답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순서가 됐지만, 재판진행은 고작 5분 남짓에 불과하고,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기다리는 사건이 너무 많아 눈치가 보인다. 바쁜 시간을 쪼개 어렵게 재판에 참석하는데 이런 과정이 몇 차례 반복되다보면, 판사의 전문성은 물론이고 나중에는 사건이 제대로 결론날 수 있을지조차 걱정된다. 언제 해결될 지 확신도 없고 행여나 상소되어서 다시 재판을 하지 않을까 답답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상대방과 합의해서 5백만원 받고 재판을 끝내고 말았다. 방어하는 상대방도 재판 다니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해서 그런지 합의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청구하는 금액 절반을 받아낸 것도 판사의 노고가 아니라 당사자를 힘들게 하는 재판구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매우 일반적인 사례가 될 수 있는데, 이 사례에서 사건당사자가 느끼는 가장 큰 불만은 당사자가 이해하기에는 별 어렵지도 않은 기술적인 문제를 재판부가 제대로 알지 못해 사건을 시원하게 판단해주지 못하는데다가, 자꾸 번거롭게 법정에 출석하라는 것이다. 판사가 관련 사건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적다보니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게되고 그러다보니 심리를 더해야한다는 이유로 당사자가 생각하기에 불필요한 출석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재판 시간도 짧고 형식적이면서 어쩔 때는 주장된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판사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면, 재판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고에 비해서 재판이 無用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가 변호사까지 선임하면 비용까지 만만치 않아 배보다 배꼽이 커진다.
그렇다면, 법원 내부 구성원인 판사의 업무 만족도는 어떨까?
기본적으로 너무 바쁜 것이 판사생활이다. 민사사건을 예로 들자면, 대부분의 판사들은 일반 사건 모두를 뺑뺑이 돌리기식으로 배당받아 업무를 처리하다보니 그야말로 온갖 사건을 담당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조금만 깊은 이해가 필요한 사건은 낯설 수 밖에 없다. 게다가 2년에 한번 꼴로 있는 인사이동으로 난이도있는 사건은 결국 몇 번 심리하다가 결론을 못내고서 새로 부임하는 판사에게 사건을 넘기게 된다. 반대로, 새로 옮긴 재판부에 가서는 미제(未濟) 사건들을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온갖 분야의 일반 사건을 수 백건씩 진행하다보니 “전문성”은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된다. 그나마 특별한 전문부서에 근무하면서 운좋게 전문지식과 경험을 쌓았다고 하더라도 다른 부서로 이동하면 기존 지식과 경험은 用處를 상실하면서 금방 잊게된다. 그러다보니, 일반적이고 평이한 사건은 상관없지만 조금만 전문지식을 요하는 사건이 배당되면 판사의 업무부담은 일반사건의 몇 배 이상이 된다. 그렇다고 이 사건에만 전념할 수는 없다. 다른 수백 건의 사건도 있는데. 그래서 어려운 사건일수록 빨리 결론짓기를 포기한 채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문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장기간 공방을 하게 할 수 밖에 없다. 당사자에게 좀 미안할 수도 있지만, 때가 되면 인사이동 가능성도 있으니.
그 결과, 잦은 야근에도 사건적체는 구조적으로 쉽게 해소될 수 없다. 게다가, 현재의 민사소송절차에는 당사자를 직접 호명해야하는 등 잔무가 많다. 소액사건은 하루에도 당사자 이름만 수 백번씩 부르게된다. 사건 자체에 대해 고민하고 당사자와 충분히 대화할 시간은 엄두를 낼 수가 없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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