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의 장점 중 하나는 일반 매매물건과 달리 경매물건에 대한 모든 정보가 공개돼 정보 접근성이 매우 용이하다는 데에 있다. 대법원경매정보나 민간경매정보를 통해 물건내역은 물론 임대차관계, 권리관계 등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해당 경매물건에 대한 정보를 그리 어렵지 않게 습득할 수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장점은 또한 단점이 되기도 한다. 경매물건에 대한 모든 정보가 공개된 탓에 경매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 정보를 볼 수가 있고,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관계없이 누구나 입찰대열에 참여할 수 있어 그만큼 입찰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매라는 제도는 제시된 최저매각가 이상으로 써낸 가격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쓴 자에게 최고가매수인의 지위를 부여하므로 그 태생부터가 경쟁을 내포하고 있지만 정보의 공개성은 그 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다 내가 입찰하고자 하는 물건에 대한 정보를 다른 사람도 다 알고 있을 것이라는 인식, 입찰에 이르기까지 공들인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심리가 더해져 필요 이상의 고가낙찰이 나오고, 차순위와 큰 차이를 보이는 입찰가격이 나오고, 최저매각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의 단독낙찰이 나오고, 급한 마음에 입찰가에 ‘0’을 하나 더 붙인 어처구니없는 입찰가격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처럼 입찰자들의 심리는 마치 달리는 전차와 같다. 입찰 실수이든 아니면 내가 의도해서 써낸 가격이든 입찰자로서 최고가매수인이 되어 보고 싶은 마음에서 입찰가를 내질러보고 싶고, 당초 정해놓은 입찰가격이 있어도 입찰 당일 입찰법정 분위기에 휩쓸려 생각해놓은 가격 이상으로 높여 입찰가를 써내는 것 역시 그와 같은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입찰경쟁이 치열하고 입찰가가 높아지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특히 감정평가액이나 최저매각가격이 시세보다 낮거나 개발호재가 있거나 워낙 탁월한 입지에 들어선 물건일수록 그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최근 낙찰사례를 들어보면 더 잘 이해가 될 것이다.
지난 7월 18일 서울동부지방법원 입찰법정은 유례없이 많은 인파가 몰려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 좁은 입찰법정에 입찰자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것도 모자라 복도까지 인파가 넘쳤다. 이날 경매2계와 경매7계 물건을 한꺼번에 매각한 것도 이유였지만 그보다는 신도시 개발 후 처음 경매시장에 등장한 위례신도시 아파트 물건 2건이 그 이유였다.
하나는 위례22단지(비발디) 2205동 901호로 전용면적은 51.96㎡(15.72평), 다른 하나는 위례24단지(꿈에그린) 2405동 705호로 전용면적은 51.77㎡(15.66평). 위례22단지와 24단지는 위례순환로를 사이에 두고 위아래 위치한 이웃단지이다.
두 아파트 면적은 비슷하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서로 감정평가액이 판이하게 달랐다. 22단지 2205동 901호 감정평가액은 3억8천만원이었지만 24단지 2405동 705호 감정평가액은 5억원으로 그 차이가 1억2천만원이나 났다. 감정평가 시점이 전자는 지난해 10월말임에 반해 후자는 올해 1월말로 3개월 차이가 났지만 그렇다고 3개월만에 단지 위치나 면적이 비슷한 아파트 감정평가액이 1억2천만원 차이가 발생한 것이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어찌됐든 이 물건들이 같은 날 경매에 부쳐졌다.
결과는 어땠을까? 처음 등장한 위례신도시 물건이라는 점에서 모두가 관심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더욱 관심이 쏠린 물건은 감정평가액이 터무니없이 낮았던 22단지 2205동 901호인 것은 당연지사. 이 물건은 55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감정가의 140.26%인 5억3300만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반면 이보다 남측에 위치한 24단지 2405동 705호는 13명이 경쟁해 감정가의 105.8%인 5억2899.9만원에 매각이 됐다. 입지상 24단지가 22단지보다 조금은 더 나은 것으로 평가됐지만 결과적으로 24단지보다 22단지 물건이 더 높은 가격에 매각이 된 셈이다.
무엇보다 같은 경매물건 대비 1억2천만원이나 낮은 감정평가액으로 인해 입찰자들이 몰렸던 탓이 크다. 게다가 위례신도시라는 탁월한 입지, 신도시 프리미엄, 사상 초유의 초저금리 및 위례신도시 내 첫 경매물건이라는 이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입찰자들이 몰리는 경우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낙찰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낙찰에 대한 욕심, 물건에 대한 욕심,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심리,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고가매수인으로서 느끼는 희열 등이 어우러져 지나치게 감정을 지배할 때에는 흡사 욕망을 향해 달리는 전차처럼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입찰자들의 본능이다. 본능에 충실한 대가가 어떤 것인지는 입찰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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