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 상하수도 설치를 위해 소유자 사용승낙이 필요한지

1. 문제의 제기

주택을 건축하고 상수도 급수공사(하수도, 전기, 가스관 등)를 위해 타인 토지에 급수공사를 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대부분 타인 토지는 도로일 경우가 많을 것이나,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급수공사를 신청하면 해당 지자체는 수도급수 조례를 근거로 토지소유자의 사용승낙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급수공사를 위해서 과연 개인 토지 소유자의 토지사용승낙을 받아야 하는지가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민법 제218조 제1항 본문은 ‘토지 소유자는 타인의 토지를 통과하지 아니하면 필요한 수도, 소수(疏水)관, 까스관, 전선 등을 시설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경우에는 타인의 토지를 통과하여 이를 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수도 등 시설권은 법정의 요건을 갖추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고, 그 시설권에 근거하여 수도 등 시설공사를 시행하기 위해 따로 수도 등이 통과하는 토지 소유자의 동의나 승낙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토지 소유자의 동의나 승낙은 민법 제218조에 기초한 수도 등 시설권의 성립이나 효력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법률행위나 준법률행위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다247325 판결).

그렇다면 민법 제218조와 관련하여,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도로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누어 살펴보아야 한다.

2. 도로의 사권 행사 제한

가. 도로의 종류
도로는 법률상 도로와 사실상의 도로로 구분된다.

법률상 도로는 법률에서 정한 일정한 절차에 따라 개설된 도로이고, 도로개설에 관하여 가장 중요한 법률은 도로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법’이라고만 함)이다. 그밖에 고속국도법, 「농어촌도로정비법」,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 건축법, 사도법, 농지법 등에 의한 도로가 있다. 이러한 법률상 도로는 공물이지만 반드시 국·공유 토지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유토지도 법률상 도로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때에는 도로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사유토지의 소유권을 제한할 필요성은 있다.

사실상 도로는 일반 공중의 교통에 제공되는 물적 시설물로서의 실질은 가지고 있지만 법률에 따른 일정한 절차를 거쳐 정식으로 개설되지 않은 도로이다. 사실상 도로가 발생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도로예정지이지만 정식으로 도로개설과정을 거치지 않고 생기는 경우, 새마을 사업으로 인한 경우, 스스로 택지를 조성 분양하는 경우 등이다. 사실상 도로는 국·공유토지일 수도 있고 사유토지일 수도 있다.

나. 도로 사권행사 제한
법률상의 도로에 대해, 도로법 제4조는 도로를 구성하는 부지, 옹벽, 그 밖의 시설물에 대해서는 사권(私權)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소유권을 이전하거나 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에는 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사권행사를 금하고 있다. 여기서 사권행사의 금지는 도로로서의 관리이용에 저촉되는 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대법원 1993. 8. 24. 선고 92다19804 판결). 따라서 도로소유자가 손해배상청구권이나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등 금전적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허용된다. 결국 도로가 도로로서 기능하는데 장애가 되는 범위 내에서 사권이 제한되는 것이다.

법률상의 도로외에 사실상의 도로에 대해서는 도로법 제4조와 같은 규정이 없어 심각한 문제가 있다. 즉, 토지소유자의 물권적청구권(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인정할 지, 일반 공중의 통행을 제한할 수 있는지 등이다. 이에 대해 우리 판례는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법리를 확립하고 있다.

3. 사실상 도로의 사권행사 제한 여부

가.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 이론
우리나라는 현재 법률상의 도로 외에 사실상의 도로가 매우 많은 실정이다. 그런데 도로는 인접 토지 소유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따라서 사실상의 도로에 대해 소유권을 무제한으로 인정하여 소유자가 타인의 통행을 막고 오로지 자신만이 배타적으로 사용수익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파장이 심대한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소위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이론으로 사실상의 도로인 경우 일반공중의 통행이나 일반인의 이용을 막을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즉,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이론은 법적근거는 없으나 대법원 판례에 의하여 인정된 것이다. 최초 판례는 대법원 1974. 5. 28. 선고 73다399 판결에 처음 등장하였고, 그 후 대법원 1985. 8. 13. 선고 85다카421 판결 후 본격적으로 확립되었다. 즉, 그 이전 소유자 중 어느 누구라도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를 하였다고 인정되는 토지에 대해서는 일반공중의 이용을 막을 수가 없고, 사실상의 사도로 인정하여 보상 시는 1/3로 보상하고, 지자체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대법원 1996. 11. 29. 선고 96다36852 판결). 예를 들어 서울 서초구 서초동 00번지 도로부지 소유자가 A, B, C, D로 이전되었다가 경매로 E가 낙찰을 받은 경우 과거에 A, B, C, D 중 누구라도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사실이 있다면, 이 토지는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토지가 되어, 현재 최종 소유자인 E는 일반공중의 이용을 막을 수도 없고, 지자체에 부당이득금반환청구도 불가하다.

나. 사용수익권 포기여부 기준
어느 사유지가 종전부터 자연발생적으로 또는 도로예정지로 편입되어 사실상 일반 공중의 교통에 공용되는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 그 토지의 소유자가 스스로 그 토지를 도로로 제공하여 인근 주민이나 일반 공중에게 무상으로 통행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거나 그 토지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의사해석을 함에 있어서는, 그가 당해 토지를 소유하게 된 경위나 보유기간, 나머지 토지들을 분할하여 매도한 경위와 그 규모, 도로로 사용되는 당해 토지의 위치나 성상, 인근의 다른 토지들과의 관계, 주위 환경 등 여러 가지 사정과 아울러 분할·매도된 나머지 토지들의 효과적인 사용·수익을 위하여 당해 토지가 기여하고 있는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5다31736 판결,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다34206 판결).

4. 4. 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 도로는 사용승낙도 불필요 함

가.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도로는 일반공중의 이용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고, 그렇다면 인접토지소유자가 도로로 이용하는 한도에서는 당연히 굴착할 수 있는 것이므로, 소유자의 사용승낙을 별도로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도로의 점유자 내지 관리자는 소유자가 아니라 관할구청이다. 그래서 부당이득금 청구도 인접 토지 소유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청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점유 사실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와 관련하여, 대법원 판례의 주류는 ‘도로법 등에 의한 도로설정행위가 없더라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기존의 사실상 도로에 대하여 확장, 도로포장 또는 하수도설치 등 도로의 개축 또는 유지 보수공사를 시행하여 일반 공중의 교통에 공용한 때에는 이때부터 그 도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사실상 지배하에 있는 것으로 보아 사실상 지배 주체로서의 점유를 인정할 수 있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고(대법원 1991. 9. 24. 선고 91다21206 판결. 대법원 1991. 3. 12. 선고 90다5795 판결 등 참조), 더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도로를 점유하는 형태는 도로관리청으로서의 점유와 사실상의 지배주체로서의 점유로 나누어 볼 수 있는바 기존의 사실상 도로에 도로법에 의한 노선인정의 공고 및 도로구역의 결정이 있거나 도시계획법에 의한 도시계획사업의 시행으로 도로설정이 된 때에는 이때부터 도로관리청으로서의 점유를 인정할 수 있으나 이러한 도로법 등에 의한 도로설정행위가 없더라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종전부터 일반공중의 교통에 사실상 공용되거나 또는 공용되지 않던 사유지상에 사실상 필요한 공사를 하여 도로로서의 형태를 갖춘 다음 그 토지를 여전히 또는 비로소 일반공중의 교통에 공용한 때에는 이때부터 그 도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사실상 지배하에 있는 것으로 보아 사실상 지배주체로서의 점유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3. 8. 24. 선고 92다19804 판결).

나아가 도로관리청은 비록 개인 소유의 토지라도 도로의 관리자로서 도로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만일 도로를 무단점용하는 자가 있다면 그 자에 대하여 변상금을 부과할 수도 있는 것이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3두7194 판결).

그런데 구청(도로관리청)은 건축허가를 하면서 동시에 당연히 상·하수도 인입공사가 필요한 토지에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설치를 위한 굴착을 허용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배타적 사용수익을 포기한 도로를 소유자가 막으면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받기도 한다.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는 일반공중의 교통안전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육로’ 등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여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 죄로서(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도1475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육로라 함은 일반공중의 왕래에 공용된 장소, 즉 특정인에 한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 또는 차마가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공공성을 지닌 장소를 말하고(대법원 1999. 4. 27. 선고 99도401 판결, 대법원 2010.2.25, 선고, 2009도13376, 판결), 그 부지의 소유관계나 통행권리관계 또는 통행인의 많고 적음 등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6903 판결,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9418 판결, 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7도7717, 판결).

만일 배타적 사용승낙을 포기한 도로에 대해서도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설치를 위해 굴착이 필요할 경우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야만 한다고 해석하면, 아마도 도로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즉, 소유자가 지자체를 상대로 부당이득금반환청구를 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오히려 인접토지가 대지로 사용되려면 반드시 도로 소유자의 사용승낙이 필요하므로, ‘알박기’ 토지가 될 것이다. 이런 결과가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나. 서울지방법원은 개인 소유 토지가 일반공중의 통행로로 제공되어 오던 토지에 대해 도시가스 회사가 그 지하에 가스관을 매설하여 이용하고 있는 사안에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 수익권을 포기하고 처분한 토지의 매수인 및 주민들에게 이 사건 토지를 무상으로 통행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토지의 사용으로 원고가 어떠한 재산상의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어 원고는 피고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또한,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설치된 위 도시가스관을 철거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다른 용도에 사용하기는 어려워(실제 원고에게 이 사건 토지를 다른 용도로 이용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한다) 그가 얻을 이익은 작은 반면 위 도시가스관의 철거로 인하여 피고 및 인근 주민들이 입게 될 사회 경제적 손실은 대단히 클 뿐만 아니라 원고는 이미 위와 같이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피고에게 위 도시가스관의 철거를 청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기도 하다(서울지방법원 1999. 7. 8. 선고 98가합14277 판결).

즉 위 판결에 의하면 개인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받지 않고 가스관을 매설하여 이용하는 경우에 부당이득청구가 불가하다는 것인바, 그렇다면 간접적으로 매설 시에 토지사용도 불필요하다는 점을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본다.

대법원도 통행로로 이용하기 시작한 후 콘크리트포장, 하수관 교체공사, 도시가스관을 매설, 상수도관의 개량공사를 한 사안에 대해 “토지의 원소유자가 토지의 일부를 도로부지로 무상 제공함으로써 이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고 이에 따라 주민들이 그 토지를 무상으로 통행하게 된 이후에 그 토지의 소유권을 경매, 매매, 대물변제 등에 의하여 특정승계한 자는 그와 같은 사용·수익의 제한이라는 부담이 있다는 사정을 용인하거나 적어도 그러한 사정이 있음을 알고서 그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도로로 제공된 토지 부분에 대하여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고,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그 토지의 일부를 도로로서 점유·관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에게 어떠한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 없으며 지방자치단체도 아무런 이익을 얻은 바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7다52844 판결).

5. 배타적 사용수익 포기 도로에 대해 토지사용승낙 요구 시 대처방안

만일 상·하수도 인입 공사를 요청했는데, 관청에서 배타적 사용수익권이 포기된 사유지 토지소유자의 토지사용승낙을 받아 오라는 요구를 하면, 위와 같은 논리를 들어 부당함을 주장하고, 즉시 공사를 해 줄 것을 촉구하여야 한다.

상·하수도 인입 공사를 불허하면 결국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나아가 미리 상·하수도 공사지연으로 인한 손해발생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린 후에 부당한 거부처분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하면 될 것이다.

이러한 경우 사유지 도로 소유자나 아니면 인접 토지 소유자로부터 소송을 당한다고 가정한다면 아마도 관청은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소유자가 제기하는 소송보다는 인접 토지소유자가 제기하는 소송이 훨씬 패소위험이 클 것이다.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자가 소송을 제기한다면 손해배상청구권정도밖에 없을 것인데, 배타적 사용수익권이 포기되었으므로 손해가 있을 수 없다.

나아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수도 등 시설권이 있다는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6. 배타적 사용승낙을 포기한 도로 외의 토지

이 경우는 민법 제218조에 근거하여 수도 등 시설권이 있음을 주장하면서 해당 토지의 소유자를 상대로 “원고에게 이 사건 도로 중 이 사건 사용부분에 대하여 민법 제218조의 수도 등 시설권이 있다확인을 구하는 소 등을 제기하여 승소 판결을 받은 다음, 이를 이 사건 사용부분에 대한 원고의 사용권한을 증명하는 자료로 제출하여 지자체에 급수공사의 시행을 신청하면 될 것이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다247325 판결).

7. 결론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사유지 도로는, 구청이 점유자이자 관리자이다. 따라서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일반인의 이용을 막을 수가 없고, 구청이나 인접토지소유자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청구도 불가한 토지이므로, 당연히 인접토지 소유자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경우 도로로 이용되는 사유 토지소유자의 사용승낙을 받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반면에 그 외에의 토지에 대해서도 민법 제218조에 의거하여 수도 등 시설권이 있다. <법무법인 강산 임승택, 김태원, 김은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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