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부동산 거래와 신의칙상 고지의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부동산 계약과정에서 신의칙상 고지의무에 대해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거래 상대방에게 투명하게 고지하지 않고 불리한 부분은 감추고 숨기려고 하는 우리 거래문화의 부도덕 때문인데, 계약체결 여부나 거래금액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크고 작은 사항들이 은폐되면서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내에서 일어난 사망사실을 해당 아파트 매매하는 과정에서 매수인에게 고지하지 않은 채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계약과정에서 고지되지 못했음을 이유로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청구할 수 있을까? 사망 시점이 계약시점 기준으로 6개월 전일 경우와 1년 전, 2년 전일 경우에 달리 판단될 수 있을까? 사망의 원인이 살인사건이나 자살일 경우와 우연한 사고사, 병사일 경우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런 갈등과 분쟁들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에도 이와 같은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쟁점이 된 판결이 선고되었다. 다세대주택 한 개 호실을 분양받은 직후 인접지에서 시작된 다른 다세대주택 건축으로 인해 일조와 조망이 침해된 매수인인 원고가 분양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사건인데, 분양 당시 인접지에서 건축이 될 것을 분양업자가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에게 이런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청구이유로 한 사건이다.
★ 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5. 1. 선고 2013가단38773 손해배상(기)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2013. 6. 1. 피고들로부터 피고들이 신축한 서울 00구 00동 157-28, 29 000 다세대주택 504호를 149,000,000원에 분양받기로 하는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한 후 2013. 6. 17.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나. 한편 주식회사 00주택건설은 2013. 7. 1.경부터 위 000 다세대주택에 인접한 157-26 지상에 6층 다세대주택을 신축하기 시작하였다.
다. 원고가 분양받은 504호는 동쪽으로 거실과 발코니 창문이 나 있고, 북쪽으로는 창이 나 있다. 위 00주택건설의 다세대주택은 504호의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원고 건물과는 2m 가량 떨어져 있다.
2. 주장 및 판단
가. 기망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갑 6, 7, 12-1 내지 3, 갑 25의 각 기재와 증인 박00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들은 적어도 원고와 위 분양계약을 체결하기 전에는 위 000 다세대주택에 인접하여 신축건물이 들어설 예정임을 알고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위 신축 다세대 주택으로 인하여 원고가 채광 및 조망에 있어서 수인한도를 넘는 정도의 침해를 당하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앞서 본 504호의 위치 및 구조와 신축 다세대주택의 층수 및 두 건물 사이의 거리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신축 다세대주택은 504호의 조망 및 채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은 원고가 다세대주택의 매수 여부를 결정하는 데 고려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로서는 이를 원고에게 직접 또는 분양을 위임받은 자들을 통하여 알려 줄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들이 이를 위반한 잘못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들에게 위와 같은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갑 15의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그 주장과 같은 분양가격의 차액에 상당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1심 법원은, 원고에 대한 분양 당시에 분양업자는 인접지에서의 건축예정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사실을 원고에게 고지하지 않았고, 이는 신의칙상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임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원고가 감정 등의 방법으로 이로 인한 손해배상액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 부분 원고청구를 기각하였다. 소송법상 배상액수에 대한 입증책임 부담이 원고에게 있는 이상 부득이한 판단이다.
그후 항소심에서는 손해액수에 대한 감정이 이루어졌고, 이를 근거로 피고에 대한 배상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 서울서부지방법원 2016. 10. 6.선고 2015나2793 손해배상(기)
---갑 6, 7, 12-1 내지 3, 갑 25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박00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들은 적어도 원고와 위 분양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위 000 다세대주택(이하 ‘이 사건 다세대주택’이라고 한다)에 인접하여 신축건물이 들어설 예정임을 알고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고, 앞서 본 504호의 위치 및 구조와 신축건물의 층수 및 두 건물 사이의 거리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신축건물은 이 사건 다세대주택 504호의 조망 및 채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사정은 원고가 이 사건 다세대주택 504호의 매수 여부를 결정하는데 고려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로서는 이를 원고에게 직접 또는 분양을 위임받은 자들을 통하여 알려 줄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피고들이 이를 고지하지 않음으로써 위 신의칙상 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인정되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위와 같은 사실을 고지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함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 법원의 감정인 000에 대한 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위 신축건물의 신축으로 인하여 이 사건 다세대주택 504호의 일조권이 침해되어 2,940,000원 상당의 가치가 하락하는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 금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판결결과에서 보는 바와 같이, 1억5천만원이라는 분양금액에 비해 인정된 배상금액은 3백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이 금액은 원고의 체감손해액에 턱없이 부족함은 물론, 감정비용 등 소송비용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의 소액인 바, ‘불리한 사실을 감추고서도 일단 거래를 성사시키고 보자’는 식의 부도덕한 거래관행에 철퇴를 내릴 수 없는 우리 재판제도의 한계를 실감케한다. 위자료 액수를 대폭 상향하거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예를 들어, 아파트 내에서 일어난 사망사실을 해당 아파트 매매하는 과정에서 매수인에게 고지하지 않은 채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계약과정에서 고지되지 못했음을 이유로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청구할 수 있을까? 사망 시점이 계약시점 기준으로 6개월 전일 경우와 1년 전, 2년 전일 경우에 달리 판단될 수 있을까? 사망의 원인이 살인사건이나 자살일 경우와 우연한 사고사, 병사일 경우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런 갈등과 분쟁들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최근에도 이와 같은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쟁점이 된 판결이 선고되었다. 다세대주택 한 개 호실을 분양받은 직후 인접지에서 시작된 다른 다세대주택 건축으로 인해 일조와 조망이 침해된 매수인인 원고가 분양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사건인데, 분양 당시 인접지에서 건축이 될 것을 분양업자가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에게 이런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청구이유로 한 사건이다.
★ 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5. 1. 선고 2013가단38773 손해배상(기)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2013. 6. 1. 피고들로부터 피고들이 신축한 서울 00구 00동 157-28, 29 000 다세대주택 504호를 149,000,000원에 분양받기로 하는 분양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한 후 2013. 6. 17.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나. 한편 주식회사 00주택건설은 2013. 7. 1.경부터 위 000 다세대주택에 인접한 157-26 지상에 6층 다세대주택을 신축하기 시작하였다.
다. 원고가 분양받은 504호는 동쪽으로 거실과 발코니 창문이 나 있고, 북쪽으로는 창이 나 있다. 위 00주택건설의 다세대주택은 504호의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원고 건물과는 2m 가량 떨어져 있다.
2. 주장 및 판단
가. 기망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갑 6, 7, 12-1 내지 3, 갑 25의 각 기재와 증인 박00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들은 적어도 원고와 위 분양계약을 체결하기 전에는 위 000 다세대주택에 인접하여 신축건물이 들어설 예정임을 알고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위 신축 다세대 주택으로 인하여 원고가 채광 및 조망에 있어서 수인한도를 넘는 정도의 침해를 당하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앞서 본 504호의 위치 및 구조와 신축 다세대주택의 층수 및 두 건물 사이의 거리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신축 다세대주택은 504호의 조망 및 채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은 원고가 다세대주택의 매수 여부를 결정하는 데 고려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로서는 이를 원고에게 직접 또는 분양을 위임받은 자들을 통하여 알려 줄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들이 이를 위반한 잘못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들에게 위와 같은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갑 15의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그 주장과 같은 분양가격의 차액에 상당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1심 법원은, 원고에 대한 분양 당시에 분양업자는 인접지에서의 건축예정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사실을 원고에게 고지하지 않았고, 이는 신의칙상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임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원고가 감정 등의 방법으로 이로 인한 손해배상액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 부분 원고청구를 기각하였다. 소송법상 배상액수에 대한 입증책임 부담이 원고에게 있는 이상 부득이한 판단이다.
그후 항소심에서는 손해액수에 대한 감정이 이루어졌고, 이를 근거로 피고에 대한 배상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 서울서부지방법원 2016. 10. 6.선고 2015나2793 손해배상(기)
---갑 6, 7, 12-1 내지 3, 갑 25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박00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들은 적어도 원고와 위 분양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위 000 다세대주택(이하 ‘이 사건 다세대주택’이라고 한다)에 인접하여 신축건물이 들어설 예정임을 알고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고, 앞서 본 504호의 위치 및 구조와 신축건물의 층수 및 두 건물 사이의 거리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신축건물은 이 사건 다세대주택 504호의 조망 및 채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사정은 원고가 이 사건 다세대주택 504호의 매수 여부를 결정하는데 고려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로서는 이를 원고에게 직접 또는 분양을 위임받은 자들을 통하여 알려 줄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피고들이 이를 고지하지 않음으로써 위 신의칙상 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인정되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위와 같은 사실을 고지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함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 법원의 감정인 000에 대한 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위 신축건물의 신축으로 인하여 이 사건 다세대주택 504호의 일조권이 침해되어 2,940,000원 상당의 가치가 하락하는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 금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판결결과에서 보는 바와 같이, 1억5천만원이라는 분양금액에 비해 인정된 배상금액은 3백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이 금액은 원고의 체감손해액에 턱없이 부족함은 물론, 감정비용 등 소송비용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의 소액인 바, ‘불리한 사실을 감추고서도 일단 거래를 성사시키고 보자’는 식의 부도덕한 거래관행에 철퇴를 내릴 수 없는 우리 재판제도의 한계를 실감케한다. 위자료 액수를 대폭 상향하거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