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 다세대 주택은 10년 전 건축될 때부터 건축물대장 현황도와 다르게 현관문 표시가 되는 바람에, 20세대 호실 전체가 호실이 바뀌어있었는데, 10년 동안 어느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지내오다가 이 사건 매매를 즈음해서 우연히 알려지게 되었다. 중개업자를 통해 계약했지만, 계약당시 건축물 현황도를 발급받지 않아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이 체결되고 중도금까지 수수된 것이다. 그 나마 잔금 지급 이전에 이 사실이 알려진 것이 의뢰인으로서는 불행 중 다행이었다.
법적인 판단을 위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매매계약의 대상물이 무엇인지이다. 계약서상으로는 매매대상물 표시가 303호로 되어있지만, 의뢰인이 현장을 확인한 후 매수를 결정한 대상물은 건축물대장상 302호인 셈이다. 따라서, 건축물대장상 302호로 지칭되는 해당 호실이 매매대상물인 셈이다. 그런데, 대장상 302호에 대한 소유권 등기가 이 사건 매도인에게 있지 않고 타인에게 있어, 매도인은 계약이행이 쉽지 않게 된다. 물론, 타인의 물건이라고 하여 계약 자체가 원천적으로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잔금약정일이 한달 남짓 남아있는 상황에서 그 기간 내에 매도인이 의뢰인에게 302호에 대한 이전등기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된 호실 소유권의 교환과 해당 등기부상 제한물권의 정리가 필요한데, 통상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두 호실의 가격차이, 두 호실의 전 소유자와의 계약해제나 대금반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등기부 정리에 대해 이해관계인들이 쉽게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 의뢰인으로서는 계약의 진행을 전제로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기보다는 원천적으로 계약을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매도인의 고의는 아니지만 매매대상물 302호에 대한 등기이전을 못하는 것은 매도인의 귀책사유이고 이는 계약의 중대한 위반이라는 점에서 매매계약 해제사유임에는 의문이 없다. 마찬가지 이유로, 계약해제에 귀책사유가 있는 매도인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까지 가능한데 의뢰인이 체결한 계약서상에는 계약금 5천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예정까지 정해져있는 상태라 손해발생 및 액수에 대한 입증도 불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체결된 계약이 느닷없이 좌절되는 것을 넘어서 5천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의 손해배상 문제까지 불거지게 되었고, 수많은 이해관계인들 간에 쉽지않은 조정과정, 전 소유자들에 대한 대금반환 등 복잡한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점 등, 호실 뒤바뀜으로 인한 파장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호실 뒤바뀜 사실이 늦게 발견될수록 이해관계는 더욱 복잡해져서 조정을 통한 원만한 해결이 쉽지 않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된 호실 뒤바뀜 건수도 수만 호실에 이를 정도라고 하고,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실무상 적지 않은 실정이니만큼, 사고 예방을 위한 건축 종사자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집합건물 호실에 대한 매매, 임대차 등 거래과정에서 건축물현황도 확인은 이제 필수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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