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된 부동산의 소유권은 신탁자와 수탁자간의 내부적인 약속에 관계없이 대외적으로는 수탁자에게 있다는 점에서 해당 부동산을 임대차하는 등의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수탁자의 동의 여부나 정확한 의사를 확인하고, 아울러 등기부에 첨부되어 외부에 공시되는 신탁원부의 내용까지 자세히 살필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상으로는, 신탁자가 마치 실제 소유권을 보유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임의로 법률행위를 하고, 거래 상대방 역시 이를 크게 문제삼지 않고 신탁자의 행동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법적인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음에서 소개할 사례는, 모 신탁회사에 신탁된 다세대 주택 임대차를 위해서 대출금융회사이자 우선수익자인 신협이 자금관리하는 신탁자 명의로 신협 계좌가 개설되었고, 그 계좌로만 임대차보증금이 입금되어야 임대차보증금이 적법하게 보호될 수 있다는 신탁회사 명의의 동의서가 발급되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임대차보증금을 빼돌리기 위해 신탁자가 동의서상의 계좌번호를 임의로 변조하여 자신의 다른 계좌로 보증금을 받은 사건이다.
신탁자의 농간에 의해 자행된 일이지만, 지정계좌 아닌 다른 계좌로 보증금이 입금된 경우에는 신탁회사가 제시한 임대차 동의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어 임차인 보호는 어렵게 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심각한 것을 알게된 임차인들은 부랴부랴 신탁자와 신탁자의 아들이면서 대리인으로 사건을 주도한 자를 함께 형사고소하기 위해 최근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유사 사건 재발을 방지하고 경각심을 고취하는 차원에서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자세히 소개한다(다만, 피해를 입은 여러 임차인들의 사연 중 대표적인 한 명의 고소내용만 소개한다).



1. 고소인 김 모는 2016. 1. 16. 위 OOO의 중개로 OOO의 위 사무소에서 피고소인 이 모를 대리하여 나온 피고소인 송 모와 이 사건 건물 202호(이하 ‘이 사건 202호’라 함)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의 가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당시 이 사건 202호는 아시아신탁 앞으로 신탁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피담보채무: 피고소인 이 모의 신협에 대한 금전채무)가 되어 있었습니다(증3-1). 고소인 김 모는 OOO에게 이를 문의하였고, OOO으로부터 ‘① 임대를 위해서 아시아신탁 명의 임대차계약 동의서를 미리 보관하고 있는데, 동의서에 기재된 계좌번호로 보증금을 입금하면 신협에 의해 보증금이 안전하게 관리되며, ② 추후 이사를 갈 때 위 신협으로부터 직접 돌려받게 되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또한 OOO으로부터 ‘이 계좌로 보증금을 입금해도 무방하다’는 확인도 받았습니다. 당시 아시아신탁 명의의 임대차계약 동의서에는 ‘위 신협의 지정계좌(계좌번호: 신협 132-088-181012)로 보증금이 입금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동의조건으로 기재되어 있었으며, ‘위 지정계좌로 입금된 임대차보증금은 환가처분시 낙찰자(매수인)에게 승계되거나, 또는 대출금융기관의 대출채권보다 우선하여 반환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증3-2). 고소인 김 모는 OOO의 설명을 들은 후 계약금 1,400만원 중에서 가계약금 조로 우선 4백만원을, 위 동의서에 기재된 위 지정계좌로 입금하였습니다(증3-3).
2. 그 후 고소인 김 모는 같은 달 26. OOO의 위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피고소인 이 모의 대리인인 피고소인 송 모와 이 사건 202호에 관하여 보증금 1억4천만원, 계약기간 24개월을 내용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증3-4). 이때 피고소인 송 모로부터 ‘계좌번호를 따로 알려줄테니 이미 지불한 4백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계약금 1천만원 및 잔금을 그 계좌로 입금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OOO으로부터 ‘이 계좌로 보증금을 입금해도 무방하다’는 확인도 받았습니다.
3. 그로부터 며칠 후 고소인 김 모는 피고소인 송 모로부터 ‘조만간 아시아신탁 명의의 동의서를 새로이 교부할테니 그 동의서에 기재된 계좌로 나머지 계약금을 입금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2016. 2. 16. OOO으로부터 동의서를 새로이 교부받아 나머지 계약금 1천만원을 위 동의서에 기재된 위 신협의 계좌(계좌번호: 신협 137-003-573033)로 입금하였습니다(증3-5).

4. 이후 고소인 김 모는 이사 당일인 2016. 3. 26. 잔금 1억2,600만원을 수표로 OOO에게 교부하였고, 이틀 후인 같은 달 28. 위 금액은 위 신협 계좌(137-003-573033)로 송금되었습니다(증3-6,7).
5. 그 후 위 고소인은 2016. 12. 초순경 우연히, ① 원래 아시아신탁 명의의 임대차계약 동의서 원본에는 지정계좌가‘신협, 계좌번호 : 137-003-307344’로 기재되어 있었고(증6), ② 동의서들의 계좌번호 기재 부분은 피고소인들에 의해 무단으로 변조된 것이며, 결국 위 보증금이 본래의 지정계좌가 아닌 계좌로 비정상적으로 입금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6. 그 직후 이에 대하여 아시아신탁에 문의한 결과, 「고소인과 피고소인들간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임대차계약체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 보증금도 입금된 바가 없다. 보증금이 지정계좌로 입금되면 신협에 의해 입출금이 통제되어, 예금주(임대인)는 임의로 보증금을 인출할 수 없는데, 동의서상 지정계좌번호는 신협 137-003-307344 이 정확하다. 고소인들이 교부받은 동의서는 변조된 것으로 보인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