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찮게 인터넷 검색을 하다 재밌는 뉴스 한편을 접하게 되었다. “인구이동,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2017.3.14 슬로우뉴스)”라는 칼럼형 기사였다. 인구이동을 통해 지역 간 영향력은 물론, 한발 더 나아가 주택시장을 내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컨설팅 및 세미나 강연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뉴스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국제연합(UN)은 인구이동을 ‘지리상의 단위지역에 있어서의 지리적 유동성, 즉 공간적 유동성의 한 형태로서 일반적으로 출발지에서 목적지로의 주소변경을 수반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인구이동은 경제적, 문화적, 지리적, 인구학적 요인 등에 의해 인구가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따라서 직장으로의 출퇴근, 단기간의 여행, 업무와 관련한 출장 등은 포함시키지 않고 반드시 전출과 전입이라는 과정이 포함된 이동이어야 한다. 통계청 전입신고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에는 2015년 기준으로 전국에 걸쳐 1,950만 가구가 있다. 한편 가구원 또는 가구 전체가 거주지를 옮기는 것을 ‘이사’라고 부르는데, 2015년 한 해 동안만하더라도 전국적으로 600만 건에 달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사를 통해 거주지, 즉 주택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인구이동을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는 다양하다. 우선 전입에서 전출을 차감한 수치로 행정구역내 인구 증감 추이를 파악할 수 있다. 출생과 사망이라는 인구의 자연적 증감이 행정구역 내 인구 증감에 미치는 영향력을 전혀 무시할 수 없지만, 전입과 전출이라는 사회적 증감이 보다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다음으로 인구이동을 통해 지역 간, 도시 간 영향력을 파악할 수 있다. 예상대로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의 영향력은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통계자료를 보더라도 수도권을 시점과 종점으로 하는 인구이동만 346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체 이동 건수의 절반을 넘는 수치였다. 또한 인구이동은 광역도시급에서 많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도시인구가 많을수록 인구이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수도권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걷어 내보면 각 지역에서 허브역할을 하는 대도시(부산, 대구, 대전, 광주, 전주)들이 나타났다. 다만 허브도시의 역할과 영향력은 지역별로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전라남도의 경우 대부분의 지역들이 광주를 중심으로, 경상북도는 대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경상남도의 경우 전라남도와 달리 부산이 절대적이기보다는 울산, 창원, 진주 등이 거점도시 역할을 나눠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허브도시의 영향력은 어지간해서는 ‘도’라는 경계를 잘 넘어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전라남도에서 전라북도로 넘어가게 되면 광주의 영향력은 사라지고 전주의 영향권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신도시가 생기면 시도경계를 넘는 인구이동이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시도경계를 잘 넘어가려하지 않았지만, 신도시가 생기면 달랐다. 일례로 세종시는 대전, 청주, 조치원 일대의 많은 인구를 흡수해갔다.

한편 서울의 경우 한강, 하천(안양천, 중랑천, 탄천 등)과 같은 자연적 경계에 예속되는 모양새를 띠고 있었다. 일례로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남권은 강남권 내에서, 강북권은 강북권 내에서 이동하는 모양새를 보였으며, 심지어 같은 강남권 내일지라도 강남구와 송파구 사이에 흐르는 탄천은 이들 두지역의 인구이동을 가로막는 자연적 경계였다. 한편 여의도의 경우 한강 한가운데서 그 어느 곳과도 관계를 맺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서울 한복판의 섬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인구이동분석을 통해 대한민국의 10년 후 주택시장을 전망해보면 어떤 모습일까?

첫째, 서울 중심의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집중화가 심화될 것이다. 전국적인 인구이동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며, 수도권 내에서도 특히 서울을 중심축으로 한 인구이동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현재의 출산율(1.24명)을 이어간다면 2030년 기준으로 인구감소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국적인 인구감소 추이에도 수도권 인구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치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둘째, 서울의 경우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한 강남권 선호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조부모에게서 부모로, 부모에게서 손자녀로 이어지는 자산가들의 주거지 대물림현상이 강남권에서는 오히려 공고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강북권 내에서도 전통적으로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거주지역, 오피스가 밀집된 도심지 인근지역, 한강과 인접한 지역 등은 인구이동(유입)이 꾸준히 늘면서 주택수요 역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지방의 경우 권역 내 도시들 간의 허브역할를 수행하고 있는 광역도시들과 기업 및 산업단지가 포진한 거점도시들을 중심으로 인구이동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들 지역의 주택시장은 권역 내 기타 도시 및 농촌지역의 주택수요를 상당부분 흡수해가는 모양새를 보일 것이다.

끝으로, 신도시급 택지개발지구의 증가로 인접지역 간 인구이동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신도시 중심의 새로운 허브도시가 등장할 것이다. 다만, 경기도 내 신도시의 경우 서울 중심부(도심 및 강남)와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수도권 허브도시로서의 역할 및 영향력이 커지는 반면, 거리가 멀어질수록 이른바 ‘유령도시’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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