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충남 당진의 한 성형외과의사가 약물로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화제가 되었다. 당시 이웃 주민에게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부탁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여 단순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 판정을 받아 화장까지 마쳐져서 자칫 사건의 진실이 묻힐 뻔 하다가 사망한 지 거의 한 달 만에 살인사건으로 밝혀지게 되었다.
최근 필자는, 모 언론사의 인터뷰 과정에서 살해당한 아내의 재산이 살인을 한 남편에게 상속될 뻔 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법률적인 쟁점을 정리해보게 되었다.
살인사건 당시 아내에게는 자녀가 없었고, 부모 역시 사망한 상태여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현행법상 남편이 단독상속의 권한을 가지게 된다.



★ 민법 제1000조(상속의 순위)
① 상속에 있어서는 다음 순위로 상속인이 된다.
1.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2.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3.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② 전항의 경우에 동순위의 상속인이 수인인 때에는 최근친을 선순위로 하고 동친등의 상속인이 수인인 때에는 공동상속인이 된다.
③ 태아는 상속순위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
★ 동법 제1003조(배우자의 상속순위)
①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제1000조 제1항 제1호와 제2호의 규정에 의한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는 그 상속인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 상속인이 없는 때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



게다가 상속은 피상속인이 사망한 때 소급해서 개시되며, 상속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취득에는 등기가 요구되는 것도 아니어서, 아내의 부동산은 등기 없이도 사망 즉시 남편에게 소유권이 이전된다.



★ 동법 제997조(상속개시의 원인)
상속은 사망으로 인하여 개시된다.
★ 동법 제187조(등기를 요하지 아니하는 부동산물권취득)
상속, 공용징수, 판결, 경매 기타 법률의 규정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의 취득은 등기를 요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등기를 하지 아니하면 이를 처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살인사건으로 밝혀지면서 결국 남편은 아내 재산에 대한 상속결격자가 된다.


★ 동법 제1004조(상속인의 결격사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한 자는 상속인이 되지 못한다.
1.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한 자
2.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
3.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4.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
5.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자



상속결격의 사유가 생긴 경우, 이에 해당되는 자는 별도의 법원 선고 없이도 상속자격을 당연히 상실한다. 이는 사건의 진상이 늦게 밝혀짐으로 인해서 이미 남편 앞으로 아내 부동산이 이전등기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상속개시시에 소급하여 상속이 무효로 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살인자인 남편에게 상속등기된 후 타인에게 처분되어 이전등기되었다고 하더라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부동산등기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는 우리 법제 상 무효인 등기에 기초하여 다시 등기를 이어받은 선의의 제3자는 보호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에서는 남편의 상속자격 상실로 인해 그 다음 순위에 있는 아내의 형제자매가 상속인 자격을 취득하게 되고, 이들이 자신의 재산상속권을 침해하는 자(예를 들어, 의사남편 내지 제3 취득자 등)를 상대로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하여 실질적인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사건 의사남편에게는 살해된 부인이 아닌 전처와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한 명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아들이 상속결격자인 아버지에 갈음하여 피해자 아내를 대습상속할 수 있을지에 관한 논의가 있을 수 있다. 대습상속이 인정되는 경우, 아들은 피해자의 형제자매에 우선하여 단독상속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민법은 피대습자를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라고 한정함으로써, 피대습자의 범위에서 배우자를 제외하였다. 판례 역시 동일한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 동법 제1001조(대습상속)
전조 제1항제1호와 제3호의 규정에 의하여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가 상속개시전에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된 경우에 그 직계비속이 있는 때에는 그 직계비속이 사망하거나 결격된 자의 순위에 갈음하여 상속인이 된다.
★ 대법원 1999. 7. 9. 선고 98다64318 판결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1001조, 제1003조의 각 규정에 의하면, 대습상속은 상속인이 될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된 경우에 사망자 또는 결격자의 직계비속이나 배우자가 있는 때에는 그들이 사망자 또는 결격자의 순위에 갈음하여 상속인이 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대습상속이 인정되는 경우는 상속인이 될 자(사망자 또는 결격자)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형제자매인 경우에 한한다 할 것이므로, 상속인이 될 자(사망자 또는 결격자)의 배우자는 민법 제1003조에 의하여 대습상속인이 될 수는 있으나, 피대습자(사망자 또는 결격자)의 배우자가 대습상속의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결격자가 된 경우, 그 배우자에게 다시 피대습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될 수는 없다.



따라서, 의사남편과 전처의 소생인 아들은 아내를 대습상속하지 못하며, 상술한 바와 같이 아내의 형제자매가 상속인의 지위에 서게 될 것이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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