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되는 부동산 법률] 가짜 집주인 사기예방을 위한 입법을 제안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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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얼마 전 신혼집으로 사용할 아파트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앞으로 한 달 뒤에 입주할 예정에 있는 변호사 후배를 만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주인 행세를 하는 사기꾼이 전세금을 가로채 도망가는 사기 사건이 적지 않은데 신분확인을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조언하게 되었다. 이 말을 들은 그 변호사 후배는 ‘그런 사기 사건은 처음 들었고, 그 때문에 별 의심없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면서 매우 당황해하였다. 오랜 기간에 걸쳐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언론에도 꽤나 많이 알려진 범죄유형인데도 이런 사건을 처음 들어봤다는 말에 의아해하면서, ‘나머지 큰 돈이 수수되는 잔금지급 시점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 지금부터라도 용의주도하게 살펴보라’고 그 후배에게 권유해 주었다.
그러자 그 후배는, ‘임대인이 해당 임대차목적물에 거주하고 있고, 계약당시 확인한 신분증 사진과 현장에 나온 본인 모습이 일치하는데도 가짜일 수 있느냐’고 필자에게 되물었고, ‘아직도 이런 사기 구조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필자는 다음과 같은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사기의 거의 대부분은, 보증금이 적은 월세 임대차로 계약체결한 것을 계기로 사기꾼이 해당 임대차목적물에 대한 점유를 확보하고, 계약당시 입수한 임대인의 신분증 사본을 바탕으로 사기꾼의 사진을 첨부한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서, 이를 바탕으로 본인이 집주인 행세를 하면서 보증금이 큰 전세로 집을 내놓고는 보증금을 들고 잠적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해당 목적물 거주 여부와 신분증 사진 대조만으로는 가짜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집주인 행세를 통해 전세 아닌 매매 방식으로도 사기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전세 사기가 대부분이다. 전세 거래에 대한 거래당사자의 주의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신분증으로 본인확인하고, 이사한 다음 주민등록, 확정일자만 해두면 전세계약은 이상 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세입자가 대부분이고, 중개업자들 역시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전세 품귀현상이 더해져 집주인 심기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분위기까지 있어, 신분증 이외에 신분확인을 위해 추가로 요청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요하기까지 한다. 여러 가지로 전세 사기에 너무 용이한 환경인 셈이다.
반면, 사기꾼 입장에서 매매 사기는 조금 더 번거로울 수 있다. 잠깐 거주하다가 다시 보증금을 돌려받아 나오는 전세와 달리 매매는 가격 하락에 따른 손해발생의 우려가 있어 매수자의 자세가 전세보다 훨씬 신중하다. 가짜 소유자 문제를 일부러 의식하지 않더라도 신중하게 거래에 임하다보면 이런저런 부분을 고려하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가짜 주인임이 들통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게다가, 전세와 달리 잔금 수수 단계에서는 이전등기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기꾼 입장에서는 등기 서류 위조의 부담도 감수해야 하고, 등기 과정에서 관여하게 되는 법무사 사무실의 의심어린 시선도 적지 않은 부담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가짜 집주인 행세를 하는 사기사건의 거의 대부분은 전세 사기에 집중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후배는, ‘계약 체결 이전에 해당 임대차목적물을 방문했는데, 집에 어린 자녀가 세 명이나 있고, 아이들 장난감과 학습지 자료가 집안 곳곳에 있었는데, 이런 경우에도 사기일 수가 있느냐’고 필자에게 되물었다. 전문 변호사인 필자로부터 ‘사기 범행은 아닌 것 같다’는 확답을 받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이 느껴졌다. 이에 대해 필자는 웃으면서, ‘월세계약 후에 집주인 행세하는 사기꾼의 경우 사기범행 후에 바로 도망갈 의도로 최대한 세간을 단출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린 자녀가 세 명이나 되고 집안의 아이들 소지품까지 고려하면 사기행각으로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취지로 그 후배 변호사의 기대에 영합하는 답을 해 주었다.
변호사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런 사기 유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고, 설사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 신분확인을 당당하게 요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인 셈이다. 이는, 예의와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의 오랜 관행에 바탕을 둔 것이고, 거래 당사자를 자극하지 않은 채 계약체결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는 중개업계의 나쁜 관행과 맞물려,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필자는 지난 10여 년 전부터 지겨울 정도로 자주 이런 유형의 사기사건을 소개해오고 있는데, 이런 사기 범행이 줄어들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고 거래 당사자의 마음가짐도 큰 변함이 없다는 사실에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시장원리에 따라 해결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잘못된 관행에 얽매인 우리 거래시장에만 맡겨서는 이 문제에 대한 시정이 어렵다면,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중개업자의 의무작성 서류인 중개물건확인설명서상에 계약 체결 시부터 권리처분자인 매도인이나 임대인 본인 신분확인을 위한 추가조치, 즉 등기권리증, 세금납부 서류 등의 확인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안해본다. 그 밖에도, 당해 거래계약서만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현행 등기권리증 대신에, 과거의 거래 역사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지난 거래 계약서가 함께 첨부되는 등기권리증 제도를 통해 서류 위조를 훨씬 불편하게 하는 것도 진정한 소유자 확인의 방법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조속한 입법개정을 기대한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그러자 그 후배는, ‘임대인이 해당 임대차목적물에 거주하고 있고, 계약당시 확인한 신분증 사진과 현장에 나온 본인 모습이 일치하는데도 가짜일 수 있느냐’고 필자에게 되물었고, ‘아직도 이런 사기 구조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필자는 다음과 같은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사기의 거의 대부분은, 보증금이 적은 월세 임대차로 계약체결한 것을 계기로 사기꾼이 해당 임대차목적물에 대한 점유를 확보하고, 계약당시 입수한 임대인의 신분증 사본을 바탕으로 사기꾼의 사진을 첨부한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서, 이를 바탕으로 본인이 집주인 행세를 하면서 보증금이 큰 전세로 집을 내놓고는 보증금을 들고 잠적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해당 목적물 거주 여부와 신분증 사진 대조만으로는 가짜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집주인 행세를 통해 전세 아닌 매매 방식으로도 사기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전세 사기가 대부분이다. 전세 거래에 대한 거래당사자의 주의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신분증으로 본인확인하고, 이사한 다음 주민등록, 확정일자만 해두면 전세계약은 이상 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세입자가 대부분이고, 중개업자들 역시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전세 품귀현상이 더해져 집주인 심기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분위기까지 있어, 신분증 이외에 신분확인을 위해 추가로 요청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요하기까지 한다. 여러 가지로 전세 사기에 너무 용이한 환경인 셈이다.
반면, 사기꾼 입장에서 매매 사기는 조금 더 번거로울 수 있다. 잠깐 거주하다가 다시 보증금을 돌려받아 나오는 전세와 달리 매매는 가격 하락에 따른 손해발생의 우려가 있어 매수자의 자세가 전세보다 훨씬 신중하다. 가짜 소유자 문제를 일부러 의식하지 않더라도 신중하게 거래에 임하다보면 이런저런 부분을 고려하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가짜 주인임이 들통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게다가, 전세와 달리 잔금 수수 단계에서는 이전등기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기꾼 입장에서는 등기 서류 위조의 부담도 감수해야 하고, 등기 과정에서 관여하게 되는 법무사 사무실의 의심어린 시선도 적지 않은 부담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가짜 집주인 행세를 하는 사기사건의 거의 대부분은 전세 사기에 집중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후배는, ‘계약 체결 이전에 해당 임대차목적물을 방문했는데, 집에 어린 자녀가 세 명이나 있고, 아이들 장난감과 학습지 자료가 집안 곳곳에 있었는데, 이런 경우에도 사기일 수가 있느냐’고 필자에게 되물었다. 전문 변호사인 필자로부터 ‘사기 범행은 아닌 것 같다’는 확답을 받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이 느껴졌다. 이에 대해 필자는 웃으면서, ‘월세계약 후에 집주인 행세하는 사기꾼의 경우 사기범행 후에 바로 도망갈 의도로 최대한 세간을 단출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린 자녀가 세 명이나 되고 집안의 아이들 소지품까지 고려하면 사기행각으로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취지로 그 후배 변호사의 기대에 영합하는 답을 해 주었다.
변호사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런 사기 유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고, 설사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 신분확인을 당당하게 요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인 셈이다. 이는, 예의와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의 오랜 관행에 바탕을 둔 것이고, 거래 당사자를 자극하지 않은 채 계약체결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는 중개업계의 나쁜 관행과 맞물려,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필자는 지난 10여 년 전부터 지겨울 정도로 자주 이런 유형의 사기사건을 소개해오고 있는데, 이런 사기 범행이 줄어들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고 거래 당사자의 마음가짐도 큰 변함이 없다는 사실에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시장원리에 따라 해결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잘못된 관행에 얽매인 우리 거래시장에만 맡겨서는 이 문제에 대한 시정이 어렵다면,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중개업자의 의무작성 서류인 중개물건확인설명서상에 계약 체결 시부터 권리처분자인 매도인이나 임대인 본인 신분확인을 위한 추가조치, 즉 등기권리증, 세금납부 서류 등의 확인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안해본다. 그 밖에도, 당해 거래계약서만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현행 등기권리증 대신에, 과거의 거래 역사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지난 거래 계약서가 함께 첨부되는 등기권리증 제도를 통해 서류 위조를 훨씬 불편하게 하는 것도 진정한 소유자 확인의 방법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조속한 입법개정을 기대한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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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