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가 내놓은 첫 번째 부동산 정책인 ‘6.19 부동산 대책’은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이라는 타이틀에서 보여주듯이 투기로 과열된 지역에 대한 선별적 대응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대선 이후 거시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아파트값 급등의 진원지라고 볼 수 있는 이른바 ‘강남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를 필두로 목동, 여의도, 경기 과천, 부산 해운대, 세종 등이 투기적 양상을 보이고 가격상승폭을 키우자 정부가 서둘러 내놓은 대응책이었다.
지난해 ‘11.3 대책’의 약발이 떨어지면서 국지적으로 아파트값이 치솟자 기존의 37개 지역에 덧붙여 추가로 3개 지역(경기도 광명, 부산기장, 부산진구)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했고, 조정대상지역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 전 지역의 전매제한기간을 소유권이전등기 시까지 연장한 것이다. 또한 조정대상지역에 대해 LTV, DTI 규제비율을 10%p씩 강화시키고, 재건축에 대해서는 조합원 주택공급 수를 1주택(제한적 2주택)으로 축소하여 사실상 투기세력을 차단하고자 했다.
하지만 “어떠한 정부정책도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라는 부동산시장의 불문율 때문일까. 신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 정책은 기대와 달리 시장에서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결국 신정부는 45일 만에 “역대 부동산 대책 중 가장 강력한 규제책이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로 막강하다는 두 번째 부동산 정책을 내놓게 된다.
두 번째 부동산 정책인 ‘8.2 부동산 대책’은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라는 타이틀에서와 같이 사실상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의미했다. 다주택자의 주택거래에 대해 무거운 세금을 매기고, 대출을 더욱 강하게 조였으며, 투기과열지구를 대상으로 자금조달계획 및 입주계획 신고를 의무화하는 한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과 재개발 분양권 전매제한을 추가했다. 여기에 청약제도를 강화해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주택이 우선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했고, 혹시나 모를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오피스텔(투기과열지구, 서울시 전체 해당)마저 소유권이전등기 시까지로 전매를 제한했다. 10년 만에 등장한 ‘고강도 부동산 종합규제세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강했다. 이를 반영하듯 대책 이후 시장은 빠르게 하향안정세로 돌아섰다. 일례로 서울의 아파트값은 1년 5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가격이 하락한 급매물이 나오는 등 정책의 효과가 확연히 나타났다.
세 번째 부동산 정책인 ‘9.5 부동산 대책’은 등장배경이 앞선 두 번의 대책과 조금 달랐다. 8.2 부동산 대책 여파로 아파트시장이 하향안정세로 돌아선 가운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시 수성구가 시장 평균치보다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이자 즉각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함으로써 투기세력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아울러 8.2 부동산 대책에서 살며시 언급했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아파트 가격안정화를 공고히 하고자 했다.
이처럼 신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은 초지일관 규제방향으로 가는 냉탕정책이었고, 앞으로도 상당기간(적어도 3~4년간) 이러한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27일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경제부총리에게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고 말했을 만큼 집값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이슈가 있는 일부 강남권 재건축 단지(반포주공1단지, 잠실주공5단지 등)를 중심으로 호가가 오르면서 ‘8.2 대책’도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말이 일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신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초지일관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규제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부동산 부양을 통한 경기회복을 노렸던 반면, 신정부는 집값을 잡아 민심을 달래려고 한다. 만일 부동산 종합규제세트라고 불리는 ‘8.2 대책’마저 통하지 않는다면 보다 강력한 대책(보유세 강화, 고강도 대출규제 등)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요컨대, 지금은 집을 투기 내지 투자의 대상으로 섣불리 접근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시점이다. 하지만 장기적이고 실수요자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평소 살고 싶었던 아파트로 갈아타거나 원하는 아파트를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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