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일부만이 지급된 상태에서의 계약해제와 관련된 흥미로운 판결이 선고되어 소개한다. 사건개요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피고 소유의 부동산을 18억여 원에 매수키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을 3억 원, 잔금을 15억여 원으로 정하되, 계약금의 일부인 5천만 원만 현실지급하고, 나머지 2억 5천만 원은 현실지급 대신 월 300만 원씩을 해당 부동산의 임차인 명도일까지 매도인인 피고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러한 약정에 따라 매수인인 원고는 월 300만 원씩을 30여 차례에 걸쳐 총 1억여 원을 지급해왔다. 그러던 중, 매도인은 계약을 해약하기로 결심한 후 현실지급받은 5천만 원과 해약금 3억 원을 합한 3억 5천만 원을 매수인인 원고에게 공탁하게 된다.

그러자 원고는, 주위적으로는 피고의 공탁에도 불구하고 매매계약이 해제되지 않고 여전히 유효함을 이유로 한 이전등기 청구를, 예비적으로는 계약해제에 따른 추가적인 금전 청구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게 되는데, 최근 항소심 재판에서 원고 청구가 모두 기각되었다(2017. 11. 1. 현재 대법원 상고되어 계류 중).

우선, 항소심인 대구고등법원 2017. 10. 19.선고 2016나26458 소유권이전등기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7,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2013. 2. 28. 피고들과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매매대금 1,885,000,000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매매계약서에는 매매대금 지급과 계약해제에 관하여 아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 계약금 3억 원은 계약 시에 지불하고 영수함(계좌이체)
◯ 잔금 1,585,000,000원은 2016. 3. 31.에 지불한다.
◯ 계약의 해제 :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중도금(중도금이 없을 때에는 잔금)을 지불하기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제5조).

나. 이 사건 매매계약서에 첨부된 특약사항에는 아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갑 제1호증의 2).

특약사항
1. 매수인은 현 부동산의 현황과 공부서류 일체를 확인하고 현 상태대로 계약한다.
2. 매수인은 계약금 3억 원 중 5,000만 원은 계약 시 지급하고 미지급금 2억 5,000만 원에 대한 이자로 월 300만 원을 임차인(###)의 명도일까지 매월 25일 매도인 계좌(대구은행 224-08-0%%%%1-8 000)로 송금하여야 한다.
3. 현 임차인(###) 점포 명도 때 미지급된 계약금 2억 5,000만 원을 매도인에게 지급 한다.
4. 매수인은 현재 임차인(###)의 명도 3개월 후 잔금을 지급치 않을시 현재 임대료 550만 원(부가세 포함)을 매월 15일에 지급하여야 한다.
5. 매월 약정된 금액 300만 원을 3개월 이상 연체 시 매수인의 귀책사유로 간주하고 계약은 자동 해지한다.
6. 건물 우측부분(도로에서 봤을 경우-현재 “%%커피샵”)의 상가는 매수인이 승계받는다.
7. 현재 임차인(###)의 명도는 매도인이 책임진다.
8. 본 계약은 쌍방 합의하에 공증하고 그 비용은 공동 부담한다.
9. 이전등기 시 매수인의 사정에 의해 1억 원이 부족할 경우 매도인은 이전등기와 동시 2순위 근저당 설정을 하고 매수인은 그에 대한 이자로 연 12% 및 설정비용을 부담한다. 단, 기간은 2016. 10. 31.까지로 정한다.

다. 원고는 위 특약사항 제2항에 따라 계약금 3억 원 중 5,000만 원은 계약 당일 피고들에게 지급하고, 2013. 3.부터 매월 300만 원을 피고들이 지정한 계좌로 송금하였다. 원고는 피고들 및 기존 임차인과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인도일자를 협의하여 피고들이 고지한대로 위 ‘###’의 임대차기간 만료일인 2015. 12. 24. 미지급한 계약금 2억 5,000만 원 및 300만 원을 피고들이 지정한 계좌로 송금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피고들은 위 계좌를 폐쇄하여 위 돈이 송금되지 않도록 하고 2015. 12. 24.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계약해제 통고서를 발송하여 그 무렵 도달되게 한 다음, 2016. 2. 24. 원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해약금 3억 5,000만 원을 공탁하였다.

1. 피고들과 원고 사이에 2013. 2. 28. 체결한 피고들 소유의 00시 00동 67, 67-3, 68번지 토지 및 지상건물에 대한 ‘상가매매계약’을 피고들의 사정에 의하여 해제함을 통보합니다.
2. 본 계약해제통보로 위 상가매매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어 소급적으로 무효화되었으므로, 향후 계약의 이행행위를 중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3. 다만, 피고들의 사정에 의해 부득이 해제하는 것이어서 계약서 제5조에 따른 해약금을 지급할 예정인데, 계약금을 일부만 받은 상황이어서 최근 대법원 판례가 정한 반환할 해약금 기준에 따라 상호 협의 되는대로 지급하겠습니다.

라. 원고는 2016. 1. 5.부터 2016. 3. 25.까지 4회에 걸쳐 수령을 거절하는 피고들을 상대로 2015. 12.분부터 2016. 3.분까지의 월 지급액으로 300만 원씩을 공탁하였다. 위 공탁금액을 포함해서 원고가 위 매매계약의 특약사항 제2항에 따라 피고들에게 지급한 금액은 2013. 3.부터 총 36회에 걸쳐 월 300만 원, 합계 1억 800만 원이다.


다음은, 판결에서 정리된 당사자의 주장 요지이다.


가. 원고의 주장
1) 주위적 청구원인
원고는 피고들과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원고로부터 이 사건 나머지 계약금 및 매매잔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고 그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 피고들은 계약금계약에 따른 해제를 주장하나, 원고가 계약금 중 일부만을 지급하여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계약금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들은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른 계약금 해제를 할 수 없으므로 피고들의 위 해제 통지는 효력이 없다.
2) 예비적 청구원인
피고들의 계약금계약에 따른 해제가 유효할 경우, 피고들은 해약금으로 약정계약금의 2배인 6억 원, 계약해제로 인한 원상회복 의무로 피고들이 2013. 3.부터 2016. 3.까지 수령한 1억 800만 원(300만 원 × 36회)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들의 주장
원고가 약정계약금 3억 원 중 5,000만 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2억 5,000만 원은 실제로 지급하지 않았으나, 그에 대한 이자로 월 300만 원을 지급해 왔다. 이는 피고들이 2억 5,000만 원을 원고에게 대여해 주고 원고로부터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받아 온 것과 같기 때문에 원고는 피고들에게 계약금을 전부 지급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계약금계약은 유효하게 성립하였고 피고들은 계약금계약에 따라 약정계약금 3억 원과 실제로 지급받은 일부 계약금 5,000만 원을 원고에게 지급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 등에 응할 의무가 없다.


아래는 법원의 판단 부분인데, 이해를 돕기 위해 계약금계약이 성립되었는지에 대한 판단 부분을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가. 계약금계약의 성립 여부
1) 관련 법리
계약이 일단 성립한 후에는 당사자의 일방이 이를 마음대로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주된 계약과 더불어 계약금계약을 한 경우에는 민법 제565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임의 해제를 할 수 있기는 하나, 계약금계약은 금전 기타 유가물의 교부를 요건으로 하므로 단지 계약금을 지급하기로 약정만 한 단계에서는 아직 계약금으로서의 효력, 즉 위 민법 규정에 의해 계약해제를 할 수 있는 권리는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당사자가 계약금의 일부만을 먼저 지급하고 잔액은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하거나 계약금 전부를 나중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이나 전부를 약정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계약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청구하거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금약정을 해제할 수 있고, 나아가 위 약정이 없었더라면 주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된다면 주계약도 해제할 수도 있을 것이나, 교부자가 계약금의 잔금 또는 전부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하므로 당사자가 임의로 주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3611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원고와 피고들은 이 사건 매매계약서에 “계약금 3억 원은 계약시에 지불하고 영수함”이라고 기재하면서 동시에 특약사항으로 매수인은 계약금 3억 원 중 5,000만 원은 계약 시 지급하고 미지급금 2억 5,000만 원에 대한 이자로 월 300만 원을 매도인에게 지급하기로 하면서 임차인의 점포 명도 시에 미지급된 계약금 2억 5,000만 원을 매도인에게 지급하기로 하면서 계약금의 상환 또는 포기 등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하였다.
이러한 계약 내용과 이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종합하면, 매수인인 원고가 계약금 전액을 매매계약 당시에 지불하지 않고 그 일부를 지급하고 다만 나머지 계약금에 관하여는 나머지 계약금의 지급기일까지 그 돈이 실제 지급된 것과 같은 이익을 줄 수 있도록 그 이자 상당의 돈을 매도인인 피고들에게 지급하기로 하면서 계약금의 상환 또는 포기 등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약정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그 계약금은 계약해제권 유보를 위한 해약금의 성질을 갖고 당사자 사이에는 적어도 나머지 계약금의 지급기일까지는 계약금 전부가 현실로 지급된 것과 마찬가지의 구속력을 갖게 되어 그로써 당사자 사이에 계약금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것이다(대법원 1991. 5. 28. 선고 91다9251 판결 참조).


이러한 법원 판단은 판결에서 언급한 91다9251호 판결 등 다음과 같은 대법원 판례에 근거하고 있다.


★ 대법원 1991.5.28. 선고 91다9251 판결
매매계약을 맺을 때 매수인의 사정으로 실제로는 그 다음날 계약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도 형식상 매도인이 계약금을 받아서 이를 다시 매수인에게 보관한 것으로 하여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현금보관증을 작성 교부하였다면, 위 계약금은 계약해제권유보를 위한 해약금의 성질을 갖는다 할 것이고 당사자사이에는 적어도 그 다음날까지는 계약금이 현실로 지급된 것과 마찬가지의 구속력을 갖게 된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당사자는 약정된 계약금의 배액상환 또는 포기 등에 의하지 아니하는 한 계약을 해제할 수 없기로 약정한 것으로 보는것이 상당하다.

★ 대법원 1999. 10. 26. 선고 99다 48160호 판결
매매계약에 있어서 매수인이 계약금을 지급하되 매도인이 계약을 위반하였을 때에는 그 배액을 배상받고, 매수인이 계약을 위반하였을 때에는 계약금을 포기하여 반환을 청구하지 않기로 약정하였으나, 매수인이 당시 계약금을 미처 준비하지 못하였던 관계로 일단 계약금을 지급하였다가 되돌려 받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처리하기로 하여 계약금 상당액의 현금보관증을 작성하여 매도인에게 교부한 경우,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는 계약금 상당액의 위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볼 것이므로, 매수인이 계약을 위반하였다면 실제로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약정한 위약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1심 판단은 정반대였는데, 관련 부분 판결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항의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서의 특약사항에는 계약금이 ‘미지급’된 상태라고 명기되어 있고, 아울러 당사자 사이에 나머지 계약금에 대해 매도인측이 매수인에게 대여한다는 취지의 어떤 약정서(예컨대, 차용증이나 현금보관증 등)도 작성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바,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매수인인 원고가 매도인인 피고들로부터 나머지 계약금을 차용하였다거나, 형식상으로도 대여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은 원고와 사이에 원고가 지급해야 할 나머지 계약금 2억 5,000만 원의 지급기한을 유예해 주는 대신 그 대가로 이자 명목으로 매월 300만 원을 지급받기로 약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약정 계약금이 전부 교부되지 아니한 이상 아직 계약금계약은 성립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매도인인 피고들로서는 매수인인 원고의 채무불이행이 없는 한 매매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없으므로, 계약금 전부를 수령하기 전에 피고들이 일방적으로 표명한 이 사건 매매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는 부적법하여 효력이 없다.

따라서 피고들로서는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약정한 대로 매도인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여야 할 것이므로, 피고들은 원고로부터 나머지 계약금 2억 5,000만 원, 잔금 15억 8,500만 원의 합계액인 18억 3,500만 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에 관하여 2013. 2. 28.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고, 위 부동산을 인도하여야 한다.


두 판결의 견해 차이는, 미지급된 계약금에 대해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지급하기로 하고 실제로 지급해오던 월 300만 원에 대한 평가를 다르게 하는데서 기인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비추어 항소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항소심은 이런 전제하에 다음과 같은 논리로, 이 사건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판단한다.


나. 매매계약의 해제 여부
1) 이 사건과 같이 계약금이 일부만 지급되었지만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경우, 그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돈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다(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231378 판결 참조).
한편 이 사건 매매계약서에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잔금을 지불하기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지만,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계약금계약에 의한 해제권 행사에 있어서의 형평 문제 및 이러한 사정에서 추론되는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고려하면, 매수인인 원고는 이미 지급한 계약금을 포기함과 동시에 피고들에게 미지급한 나머지 계약금을 지급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매도인인 피고들은 이미 지급받은 계약금에다가 당초 약정한 계약금을 합한 금액을 원고에게 지급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약정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이 2015. 12. 24.경 원고에게 계약해제 통고서를 보내면서 약정한 해약금을 지급하겠다고 한 후 2016. 2. 24. 원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이미 지급받은 계약금 5,000만 원과 약정 계약금 3억 원을 합한 3억 5,000만 원을 해약금으로 공탁함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계약금 중 일부만을 지급하여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당초 계약금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매매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할 것이다. 즉 이 경우에도 매수인인 원고가 매도인인 피고들에게 미지급한 나머지 계약금을 지급함으로써 계약금계약을 성립시킨 후 계약금 전부를 포기함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에는 의문이 없다. 그렇다면 매도인인 피고들에게도 계약금계약에 의한 매매계약의 해제를 허용하는 것이 매수인과 매도인 사이의 형평에 부합한다. 또한 피고들이 오로지 계약금계약의 성립이라는 외형을 갖추기 위하여 ‘원고를 대신하여 자신들에게 미지급한 나머지 계약금을 지급하였다가 이를 계약금의 배액에서 공제하는’ 등의 비현실적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이미 지급받은 계약금에다가 당초 약정한 계약금을 합한 금액만을 원고에게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그 순간 계약금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어느 모로 보나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이 사건 매매계약은 피고들의 위 계약해제 통지에 이은 공탁으로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할 것이다.


한편, 항소심 법원은 ‘이행착수 이후에는 민법 565조에 기한 해제가 불가하다’는 원고 주장을 배척하는 판단을 판결 말미에 하게 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들 및 기존 임차인들과 이 사건 각 부동산의 명도문제를 협의하였고 원고가 운영하던 식당을 매도하였을 뿐만 아니라 매매잔금의 지급을 위하여 신협으로부터 대출승인을 받기도 하는 등 원고가 이미 이 사건 매매계약의 이행에 착수한 상태였으므로 피고들은 위와 같이 계약금계약에 따라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민법 제565조 제1항은 매매계약 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 상대방에게 계약금을 교부한 경우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 일방이 계약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계약금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그 상대방은 계약금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해제권의 존속시한을 제한하고 있으나, 이와 달리 매매계약 체결시 별도로 해제의 사유를 정하여 해제권 유보조항을 둔 경우 그 해제권 유보조항에 정한 해제사유의 발생을 이유로 해제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민법 제565조 제1항이 규정하는 해제권의 존속시한에 관한 제한이 적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다58571 판결,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74393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민법 제565조 제1항과 다른 별도의 해제권 유보약정을 하면서 해제권의 존속시한을 “잔금을 지불할 때까지”로 정하였으므로, 설령 원고가 그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매매계약의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은 원고가 잔금을 지급하기 전까지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원고가 이 사건 매매잔금을 지급하거나 제공하기 전에 피고들이 3억 5,000만 원을 공탁함으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이러한 법리 논쟁 끝에 내려진 항소심의 최종결론은 다음과 같다.


다.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매매계약은 위와 같이 적법하게 해제되었으므로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함을 전제로, 이 사건 나머지 계약금 및 매매잔금 지급과 동시이행으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과 그 부동산의 인도를 구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
라. 원고의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피고들은 이미 지급받은 계약금에다가 당초 약정한 계약금을 합한 금액을 원고에게 지급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는데, 피고들이 2016. 2. 24. 원고를 피공탁자로 하여 이미 지급받은 계약금 5,000만 원과 약정 계약금 3억 원을 합한 3억 5,000만 원을 해약금으로 공탁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아가 피고들이 원고에게 그 금액을 초과하여 약정계약금의 2배인 6억 원을 해약금으로 지급하여야 할 근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예비적 청구 중 해약금으로 6억 원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피고들이 2013. 3.부터 2016. 3.까지 나머지 계약금 2억 5,000만 원의 지급에 갈음하여 매월 300만 원씩, 합계 1억 800만 원을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계약금계약에 따라 피고들에게 나머지 계약금 지급기일까지 나머지 계약금이 실제 지급된 것과 같은 이익을 주기 위하여 지급된 돈이다. 또한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 원고가 나머지 계약금 2억 5,000만 원을 지급할 때 피고들이 원고에게 위 1억 800만 원을 반환하기로 약정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매도인이 일반적인 계약금계약에 따라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 이미 지급받은 계약금의 배액만 상환할 뿐 이미 지급받은 계약금에 대한 이자까지 상환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피고들이 원고에게 나머지 계약금의 이자 성격을 가지는 위 돈을 반환할 의무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예비적 청구도 이유 없다.


이 판결은 원고의 즉각적인 상고로 대법원 판단을 받을 예정인데, 계약금계약의 성립 여부, 민법 565조에 따른 해제 가능 여부 등 간단치 않은 쟁점이 많은 사안이어서 대법원 판결 결과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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