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통한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부동산정책에 대한 기조도 시장 활성화에서 안정으로 급선회함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요동을 쳤다. 부동산정책은 경매시장을 비롯한 부동산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에 해당한다. 부동산정책 외 어떠한 변수들이 내년도 경매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살펴보자.

1. 부동산정책

지난 6.19대책에서는 ‘투기수요 억제 및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맞춤형 규제’에 초점을 두고 청약조정대상지역을 확대하고, 조정대상지역에서의 LTV(70%→60%), DTI(60%→50%)를 10%p씩 내렸다. 또한 민간택지, 공공택지 할 것 없이 서울 전역 분양권 전매를 소유권이전등기 시까지로 제한하고 재건축 조합원 주택공급수를 3채에서 1채로 제한(예외적으로 2채 허용)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방안을 담았다.

연이어 발표된 8.2대책에서는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지정을 통해 재건축조합원의 지위양도 금지, 다주택자 양도세에 대해 가산세율(2주택 10%p, 3주택이상 20%p) 적용, 분양권 전매 시 양도세율 50% 일괄 적용,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의 LTV, DTI 40% 적용,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요건 강화(2년 이상 거주요건 추가) 등 12년만의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라 할 정도로 고강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의 정책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하게 만들고 매수 및 매도타이밍에 대한 복잡한 수 계산을 뒤따르게 만들기 때문에 정책에 기한 후속 입법이나 조치에 따라 부동산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론 정책이 발표됐다고 해서 당장 그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이전 정부에서 부동산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하고, LTVㆍDTI를 완화하고, 부동산3법(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도입 유예, 재건축 조합원 3주택까지 복수분양 허용)을 통과 하는 등 부동산규제를 대폭 완화했어도 당장의 효과는 없었고 정권 말미에 가서나 시장이 되살아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마찬가지로 현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역시 당장의 효과보다는 그 대책에 대한 후속조치가 가시화되고 투자자들이 그 규제로 인한 피로감이 피부로 체감될 때쯤에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정책에 대한 효과는 정책 자체로서만 아니라 정책의 강도, 정책입안자의 시장안정화 내지 활성화에 대한 의지, 시장흐름, 투자자의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나타난다는 것이다.

물론 규제의 역설처럼 최근에 보여준 행태와 같이 오히려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주택거래가 활성화되는 등 전세시장 과열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정책 이전에 이미 조성됐던 대세상승의 여진이라 할 수 있는 착시현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경매시장에서도 정책 초기에는 낙찰가율이나 경쟁률이 강세를 보이다 대책의 강도가 심해지고 후속대책들이 시행되면서 점차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많다.

2. 전세시장 불안

2008년 하반기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는 2006년과 2007년 초강세를 보였던 부동산시장을 다시금 침체기로 접어들게 했다. 이로 인해 주택매매보다는 임대(전세 또는 보증부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고 그로 인해 매매시장보다는 임대시장이 예년에 없던 호황을 보였다.

급기야 2014년 12월말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이 70%를 돌파했고, 2017년 7월말 기준 72.11%까지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자치구별로 80%를 돌파하는 곳(구로, 관악, 서대문, 성북 등)이 속속들이 등장했으며, 경기권 일부(과천, 안양, 일산 동구 등) 및 지방 광역시(광주)에서는 80%를 넘고 단지별로는 90%를 넘는 곳도 있을 정도로 전세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전세가율이 매매가의 70%에 이르면 거래시장이 살아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1997년과 2008년에 겪은 두 차례의 위기를 통해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저하되었다. 더불어 주택가격이 급락하면서 자본수익(시세차익)이 감소하자 매매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고 전세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이른바 전세시장의 보증부 월세시장으로의 대전환이 급격히 이루어졌다.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은 반비례 관계를 갖는다. 매매시장이 활성화되면 전세거래는 위축되는 반면 전세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매매시장이 위축돼 거래소강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는 매매가 활성화될수록 전세가율이 하락하는 반면 매매가 위축될수록 전세가율은 상승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최근 집값 상승으로 주택거래가 빈번해지면서 전세시장이 다소 안정되고 전세가율이 반짝 하락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부동산거래가 활성화되려면 전세가가 하락하는 등 전세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불행히 내년에도 전세시장 불안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가 투기수요 억제 및 실수요자 보호에 초점을 둔 탓에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하고 주택수요자의 매매보다는 임대선호현상이 여전히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이 파워게임으로 치달을 경우 수요자 입장에서는 매수타이밍 선정에 있어 혼선을 야기할 수는 있다. 전세가율이 높아질수록 갭 투자에는 적합하나 전세가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매매수요 감소로 집값이 하락하는 추세라는 것이고, 반대로 전세가율이 낮아졌음은 전세시장은 안정됐으나 그만큼 집값이 상승해 내 집 마련이나 투자에 다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시장과 경매시장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다만 어느 경우에나 경매투자자들은 합리적으로 움직인다. 전세시장이 호황일 때는 전세가 수준으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매시장이 호황일 때는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경매시장은 항상 호황이다.

3. 금리변동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지난 11월 1.25%에서 1.50%로 0.25%p 인상됐다. 2016년 6월 1.25% 이후 17개월만의 인상이자 2011년 6월 이후 6년 5개월만에 기준금리 하락에 종언을 고하는 전격적인 조치였다.

표면적인 인상 이유는 경제성장률 3%대 진입에 대한 확신이었지만 사실상 미국연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이 작용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가계부채 1,439조원(2017년 7월말 기준, 한국은행)에 대한 부담과 이로 인한 부작용은 여전한 한국경제의 뇌관이 될 수도 있을 터이다.

어찌됐건 그간 초저금리로 시장의 패러다임이 몽땅 바뀌었다. 주택구입자금을 비롯한 전세자금, 생계자금대출이 급증했고, 예ㆍ적금 등 금리상품에 대한 인기가 떨어져 부동자금이 급증(2017년 5월말 기준 1025조원 초과, 한국은행)했으며, 전세시장을 보증부 월세 또는 반전세시장으로 급속히 전환하게 하는 계기가 돼 전세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나 저금리기조는 경매물건 급감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6년 이상 유지됐던 기준금리하락 여파로 한해 진행된 경매물건은 2009년 33만7천여건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2016년에는 16만3천여건으로 반토막이 났다.

지난 금리인상이 당장 금융소비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겠지만 문제는 2018년에 미국 기준금리인상이 2~3차례 예고돼 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다. 내년도 상반기 한 두 차례 금리인상이 있고나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가계부채로 인한 부담매물이나 쏟아져 나오거나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이 늘어날 수 있음을 어렵지 않게 예상해볼 수 있다.

4. 수급 불균형

전국 주택보급률 100% 초과, 경북지역은 112.5%(2015년말 기준 102.3%, 국토연구원)에 달할 정도로 주택공급이 과잉이라고들 한다. 2018년 민영아파트 41만7천여 가구 분양을 계획(부동산114 자료)하고 있어 공급과잉이라는 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서울지역만을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울지역 주택보급률은 96.0%로 여전히 10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가보유율(주택소유율)이 49.3%(전국 56.8%)에 불과해 주택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그간 재건축, 재개발 등을 통해 서울도 입주가 꽤 늘어났지만 이에 못지않게 기존 집이 없어졌고,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일반분양물량 증가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을 제외한 여타지역이 공급과잉이라 해도 시ㆍ군ㆍ구 지역별로 세분화해 보면 공급부족인 지역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주로 오래전에 주거 인프라가 갖춰진 구생활권 중심지역들로 이 지역의 공급수단은 재개발 또는 재건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다보니 서울과 마찬가지로 정작 주택공급이 절실히 필요한 지역에의 공급부족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경매시장의 경우 일반 부동산시장과 달리 투자자들이 가격경쟁력을 보고 움직이기 때문에 수급불균형에 의한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 다만 경매시장도 부동산시장의 영향을 받는 시장이니만큼 공급과잉과 부족에 따른 부동산시장 부침에 따라 경매시장도 지역별 선호현상 내지 양극화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5. 국내 실물경기 침체

2014년 3.3%의 경제성장률을 끝으로 이후 2년 연속 2%대 저성장률(2015년 2.6%, 2016년 2.7%)을 기록했다. 2017년 역시 2%대 성장률을 예측했다가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 및 수출 호조로 간신히 3%대 성장률 달성이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소 상황이 호전되기는 했으나 이전 6~7%대 성장률에 비하면 여전히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내수경기 침체는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 저하로 주택구매력을 감소하게 하고, 재개발ㆍ재건축, 경매, 분양 등 특정시장에의 쏠림을 가중시키는 현상을 초래한다. 올해 부동산시장이 그랬다.

이전 정부에서 부동산시장 부양을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해도 오르지 않던 집값이 정권말기에 올랐던 것이나, 현 정부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다시금 규제를 강화해도 집값이 꺾이지 않고 더 올랐던 것은 바로 재개발, 재건축, 경전철, 신도시 등 각종 개발호재지역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쏠림현상이 심화됐던 탓이다. 이들 지역 중심으로 경매물건의 낙찰가율이 증가하고 경쟁이 치열했던 것도 바로 이와 같은 맥락이다.

내수경기 침체는 경매물건 증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경매물량이 감소했던 이유는 저금리 기조에 기인한다. 금리가 낮아 주택보유자들의 버티기가 경매물건 증가세를 저지하고 있음이다.

그러나 내년에도 금리는 지속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경제성장률이 여전히 저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2018년 이후 경매물건은 올해보다는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시장이 침체되고 규제가 강화될수록 투자자들의 선호도는 더욱 뚜렷해진다. 그 중심에는 재개발, 재건축 등 개발호재를 비롯해 내재가치(신축 및 리모델링을 통한 가치상승)가 있는 물건,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물건 등이 있다. 이들 경매물건을 중심으로 경매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일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이치이다.


카페: 이영진 교수의 손에 잡히는 경매(http://cafe.daum.net/ewauction)
(주)이웰에셋(www.e-wellasset.co.kr) 문의: 02-2055-2323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