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지인들로부터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부동산경기가 호황일 때와 불황일 때 중 어느 때 더 돈을 많이 버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변호사들은 다른 사람들의 힘든 과정에서 사건수임을 더 많이 하지 않는지를 염두에 둔 농담 섞인 질문인 것이다. 이에 대해 필자는 ‘호황인지 불황인지 보다는 변동이 심할 때 사건수임이 많다’는 취지로 답하곤 한다. 사람들이 변호사를 찾게 되는 것은 보통 법적인 분쟁이 발생했을 때인데, 예상을 넘어선 변동이 발생하게 되면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IMF와 같은 경기급락이나부동산 가격급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필자는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 급등 현상을 변호사 업무과정에서 그야말로 피부로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아파트 매매계약 체결 직후 예상치 못한 가격 급등 현상으로 인해 매도인과 매수인간에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의 가격 급등세는 워낙 가파르고 예전에 비해 거래 금액마저도 크다보니 원만한 계약이행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법적인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0여년 전인 2006. 10.에 발표한 필자의 칼럼을 원문 그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그 당시에도 단기간의 가격 급등으로 인해 거래 대금의 10%나 되는 적지않은 계약금 상당을 손해보더라도 해약하고자 하는 매도인들 때문에 이에 대처하는 취지의 글을 작성했는데, 10여년이 지나도록 크게 변치않고 있는 우리 부동산거래시장의 모습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어, 그 때 작성한 글 그대로를 소개한다.


제목 : 아파트가격급등하는 상황에서 해약당하지 않는 방법

부동산시장의 조짐이 심상치 않은지 매매계약 후에 해약당하지 않기 위한 법적인 방법, 즉 받은 계약금의 2배를 반환하고서라도 매도인이 해약을 하고자 하는 사태에 대해 매수인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문의를 기자들로부터 자주 받고 있다.

필자는 기존 칼럼을 통해, 두가지 방법과 각각의 문제점을 언급한 바 있다. 첫 번째는, 계약체결과 동시에 대금을 전부 청산하는 소위 “원샷거래”이고, 두 번째는 통상 대금의 10%로 정하는 계약금의 비율을 그 이상으로 높이는 방법이었다.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방법을 생각할 수는 있다.

먼저, 계약서 체결과 동시에 지급되는 일정금액의 돈의 성격을 계약금이라고 하지 말고,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나누어 기재하는 방법이다. 예를들어, 대금 10억원으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작성할 때 수수하는 1억원을 모두 “계약금”이라고만 기재하지 말고, 그 중 5천만원을 계약금, 나머지 5천만원을 중도금(내지 1차 중도금)이라고 기재하는 방식이다. 계약금은 대금의 10%이어야만 한다는 세간의 잘못된 생각으로 이런 식의 계약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관념도 있지만, 완전히 틀린 생각이다. 계약금은 대금의 몇 %이건 법적으로는 무방하다. 따라서, 이런 식의 계약은 당연히 유효하다. 계약체결시에 건너가는 돈 중에서 일부의 명목을 “중도금”이라고 기재할 경우에는, ‘계약이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이해하고서, 계약금 상당의 손해를 감수하는 해약을 할 수 없다’ 는 점에 대해 계약당사자 쌍방간에 합의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계약서상에 ‘계약체결 이후에는 더 이상 해약할 수 없다’는 취지의 문구를 삽입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계약금 상당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이행착수의 이전까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해약권에 관한 민법 565조의 규정이 강행규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당사자간의 해약권을 포기하도록 하는 특약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계약체결 이후 중도금지급기일 이전에 해약의 조짐이 보인다면, 중도금지급기일 이전이라도 빨리 대금의 전부 내지 일부를 송금함으로써 상대방의 해약권을 봉쇄할 수도 있다. 물론, 상대방이 해약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계약금 두배를 지급할 태도를 명백히 하는 등의 단계에서는, 중도금지급기일 이전에 미리 중도금을 지급하는 행동으로는 상대방의 해약권을 막을 수는 없다( 대법원 1993.01.19 선고 92다31323 판결).

사안마다 각각 구체적인 사정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위에서 소개한 방법이 해약을 막을 수 있는 완전한 방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향후 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은 해약에 관한 분쟁은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더 많은 이익을 취하기 위한 다툼이라는 점에서, 욕심을 절제하고 가급적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가장 합리적인 해결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런 분쟁의 현장에서 느끼는 필자의 생각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도중에도, 해약과 관련한 상담 1건을 받았다. 과천 주공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가 얼마 전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람인데, 계약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아파트 값이 1억원 가량이나 올라 고민하던 중, 해약하기로 마음먹고 계약금 2배인 8천만원을 준비하고 중도금지급기일 며칠 전에 매수인을 만나 ‘계약금 2배를 돌려주고 해약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더니, 그 전부터 해약의 조짐을 느낀 매수인이 미리 선수를 쳐서 만나기로 한 날짜 하루 전에 중도금 중 일부금액을 법원에 공탁하고서 계약장소에 나타나 해약을 거부하더라는 것이다. 의뢰인은, 중도금지급기일 이전에 공탁조치하는 상대방 매수인의 용의주도함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 아무런 대화도 없이 이러한 조치를 했다는 점에서 인간적으로 너무 섭섭하다고 했다. 큰 돈이 걸린 문제인지라 누구를 나무랄 수도 없지만, 재판으로 진행될 경우 서로간에 적지않은 출혈과 위험부담을 감수해야한다는 점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이 바람직할 수 있다. -이상-


■ 참고판결 대법원 1993.01.19 선고 92다31323 판결

가. 민법 제565조가 해제권 행사의 시기를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제한한 것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미 이행에 착수한 때에는 그 당사자는 그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을 것이고, 또 그 당사자는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만일 이러한 단계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계약이 해제된다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고, 이행기의 약정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

나.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일정한 기한까지 해약금의 수령을 최고하며 기한을 넘기면 공탁하겠다고 통지를 한 이상 중도금 지급기일은 매도인을 위하여서도 기한의 이익이 있다고 보는 것이 옳고, 따라서 이 경우에는 매수인이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매수인은 매도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행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옳으며, 매수인이 이행기 전에, 더욱이 매도인이 정한 해약금 수령기한 이전에 일방적으로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하여도 매도인의 계약해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