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없는 건물이 없다'는 말처럼 건물을 지으면 하자는 필연적으로 생기고, 다만, 그 정도가 심하냐 경미하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때문에 건축주(도급인)는 준공을 앞두고 공사업자(수급인)로부터 하자보수보증서를 받아 두지만, 그 보증금액만으로 하자보수에 턱없이 모자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건물이 준공되어도 건축주는 공사대금 잔금의 일부를 하자보수비 명목으로 지급을 하지 않고 보류하기도 한다.
그러면 공사업체는 준공검사를 내 주지 않고 버티거나 공사대금청구소송을 걸어오게 되고, 이에 건축주는 하자보수비와 공사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등을 주장하며 한 판 지루한 소송을 벌이게 된다.

여기서, 건축물의 하자에 대해, 건축주 입장에서 공사업체에 대한 법적책임을 묻는 방법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1. 하자담보책임


완공된 건물에 하자가 생겼다면 건축주인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여부가 문제되는데, 이때 수급인이 지는 책임이 바로 하자담보책임이다.

건축물의 하자란 ‘건물에 통상적 또는 공사계약상 정한 내용과 다른 구조적, 기능적 결함이 있어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감소시키는 결함’을 말한다. 주택법시행령 별표6에서는, 하자의 범위에 대하여 “공사상의 잘못으로 인한 균열·처짐·비틀림·침하·파손·붕괴·누수·누출, 작동 또는 기능불량, 부착·접지 또는 결선 불량, 고사 및 입상불량 등이 발생하여 건축물 또는 시설물의 기능·미관 또는 안전상의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하자”라고 규정한다.

하자는 물리적, 법률적, 환경적, 특약위반의 하자와, 설계상, 시공상, 감리상, 사용상 하자로 나눌 수 있는데, 넓은 의미에서는 미시공, 오시공, 변경시공, 부실시공을 모두 하자로 본다.

이러한 하자를 판정함에 있어서는 공사계약 및 첨부된 각종 서류, 즉, 공사도급계약서, 설계도, 시방서, 허가도면, 착공도면, 준공도면, 표준명세서, 특기명세서, 현장설명서 등 공사관련 약정서면과 시공관련서면이 우선적 기준이 된다. 이러한 계약서나 공사관련 서류만으로 판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공사계약의 목적, 계약체결시 사정, 공사대금액수, 공사등급, 건축관련 법령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수급인이 설계도면대로 시공하거나, 도급인이 변경에 동의한 설계도면대로 변경시공한 경우에는 그로 인해 건물에 하자가 생겼어도 수급인에게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대법원 1996. 5. 14. 선고 95다24975 판결), 설계도서와 경미한 불일치가 있어도 건물에 기능상, 미관상, 안전상 결함이 없으면 하자로 볼 수 없다.

또한 건축법 등 건축관련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부적합한 건물은 그 기준이 건축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최저기준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자가 인정될 수 있다.
한편 하자는 원칙적으로 공사의 완성을 전제로 한 개념이므로, 공사가 미완성인 경우와는 구별되나, 미완성이라도 이미 시공된 부분에 대해서는 하자를 인정할 수 있다. 일부 세부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건물의 주요부분이 대부분 마무리 되었다면 건물은 미완성이 아니라 완공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7. 10. 10. 선고 97다23150 판결 등).

건축공사 수급인은 자신이 시공한 부분에 위와 같은 하자가 있으면, 하자보수 및 손해배상책임 등의 하자담보책임을 지게 되는데, 이 하자담보책임의 법적성격은 ‘무과실(無過失)책임’이고 ‘법정(法定)책임’이다. 따라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과는 경합이 가능하므로 하자담보책임으로 손해가 전보되지 아니하면 채무불이행책임을 물을 수 있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1다70337 판결).

☉ 하자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의 차이
둘 다 계약으로부터 생기는 책임이라는 점에서 공통성을 가지나, 전자는 무과실책임, 후자는 과실책임인 점, 전자는 책임의 발생에 매수인의 선의, 악의 및 과실 유무가 문제되나 후자는 매수인측의 그런 사정은 고려대상이 아닌 점, 전자는 6개월의 제척기간이 있으나, 후자는 없는 점 등의 차이가 있다.

2. 하자담보책임의 내용

건축물에 하자가 있을 때 건축공사 수급인이 부담하는 하자담보책임의 내용으로는 도급인의 하자보수청구권, 손해배상청구권, 계약해제권 등이 있고, 하자담보책임의 존속기간, 하자담보책임의 제한과 면책특약이 문제된다.

■ 하자보수청구권
민법 667조는 “완성된 건축물 또는 완성전의 성취된 부분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도급인은 수급인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하자의 보수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하자가 중요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보수에 과다한 비용을 요할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또한 도급인은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여 또는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무상 대부분 하자보수청구는 소송으로 가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로 변질되는데 , 도급인과 수급인간 신뢰가 깨져 보수를 하더라도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자보수청구는 소송 전 협의단계에서나 의미가 있을 뿐이다.

☉ 습식공법으로 시공하기로 한 내부 벽면 석공사를 반건식공법으로 시공한 경우
습식공법으로 시공하기로 한 내부 벽면 석공사를 반건식공법으로 시공한 사안에서, 그 하자가 중요하지 아니하면서 보수에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경우에 해당하나, 그 교환가치나 시공비용의 차이가 없어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았다(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54376 판결).
☉ 건축 도급계약시 ‘갑’ 회사의 승강기를 설치하기로 약정했으나 수급인이 이를 위반하여 ‘을’ 회사의 승강기를 설치하였고 그 후 ‘을’ 회사가 도산한 경우
건축 도급계약시 특별히 ‘갑’ 회사의 승강기를 설치하기로 약정했으나 수급인이 이를 위반하여 ‘을’ 회사의 승강기를 설치하였고 그 후 ‘을’ 회사가 도산한 경우, 다른 개인업체가 ‘을’ 회사의 승강기 부품을 확보하고 있고 또한 약 2년간의 운행기간 동안 그 승강기가 큰 고장을 일으키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그 승강기의 내구연한에 이르기까지 그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이 제대로 공급되리라는 보장이 없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는 수급인이 도급인과의 특약을 무시하고 가격이 저렴한 타사 제작의 승강기를 설치한 탓에 생긴 하자로서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승강기의 설치에 있어서 그와 같은 하자가 중요하지 않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이유로, 승강기 교체시공비용에 관한 도급인의 항변을 배척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1996. 5. 14. 선고 95다24975 판결).

■ 손해배상청구
민법 667조 2항은 “도급인은 하자보수에 갈음하여 또는 보수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도급인은 자신의 편의에 따라 하자보수와 손해배상청구 중 선택적으로 청구할 수 있고, 하자보수를 하더라도 전보되지 아니하는 손해가 있으면 병존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중요하지 아니한 하자보수에 과다한 비용이 드는 등 하자보수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다.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액은 ‘하자보수비 상당액’인데, 건설물가, 정부노임단가 등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금액에 한한다. 보통 소송에서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 즉 건축사나 건축시공기술사 등의 하자보수비에 대한 감정평가액에 의한다. 도급인이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여 보수했다면 과다한 비용을 지출했어도 통상의 보수비용만 배상하면 된다.
한편 하자보수가 불가능하거나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하자보수비용을 산정할 수 없으므로 ‘하자로 인한 건물가치 감소액’, 즉 ‘완전한 건물과 하자있는 건물과의 경제적 가치의 차액’이 손해액이다(대법원 1997. 2. 25. 선고 96다45436 판결).
건물에 생긴하자 때문에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었다고 위자료 청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위자료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즉, 건물의 하자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통상 하자보수나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으로 회복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하자보수나 손해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고, 수급인이 이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위자료를 인정받을 수 있다(대법원 1996. 6. 11. 선고 95다12798 판결).

위의 손해배상액산정의 기준시점은, 하자보수청구 후 또는 하자보수청구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때에는 ‘하자보수청구시’이고, 처음부터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때에는 ‘손해배상청구시’이다.

민법 667조 3항이 동시이행항변권에 관한 민법 536조를 준용함으로써, 도급인의 하자보수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은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과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따라서 도급인이 하자보수나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고,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상계의 의사표시를 한 다음날 비로소 지체에 빠진다(대법원 1996. 7. 12. 선고 96다7250,7267 판결).
그리고 도급인이 인도받은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것만을 이유로, 하자의 보수나 하자의 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아니하고 막바로 보수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3056 판결).

■ 해제권
민법 668조는 “도급인이 완성된 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건물 기타 토지의 공작물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여 완공된 건축물에 대해서는 사회경제적 이유로 해제권을 배제한다. 그러나 하자가 극심하여 도급인에게 전혀 가치가 없고, 보수비용이 철거 및 신축비용보다 더 들며, 붕괴위험 때문에 철거가 불가피한 경우라면 해제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실제 계약해제가 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한편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673조). 다만 해제의 소급효가 제한되는데, 공사가 상당정도 진척되어 원상회복이 사회경제적 손실이 되거나 완성부분이 도급인에게 이득이 된다면 도급계약은 미완성부분에 대해서만 실효되고, 수급인은 해제상태 그대로 건물을 도급인에게 인도하면, 도급인은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86. 9. 9. 선고 85다카1751 판결).

■ 담보책임의 존속기간
민법 670조는 담보책임의 존속기간으로, “하자의 보수, 손해배상의 청구 및 계약의 해제는 목적물의 인도를 받은 날로부터 1년 내에 하여야 한다. 목적물의 인도를 요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전항의 기간은 일의 종료한 날로부터 기산한다.”라고 규정하고, 민법 671조는 토지, 건물 등에 대한 특칙으로, “토지, 건물 기타 공작물의 수급인은 목적물 또는 지반공사의 하자에 대하여 인도 후 5년간 담보의 책임이 있다. 그러나 목적물이 석조, 석회조, 연와조, 금속 기타 이와 유사한 재료로 조성된 것인 때에는 그 기간을 10년으로 한다. 이상의 하자로 인하여 목적물이 멸실 또는 훼손된 때에는 도급인은 그 멸실 또는 훼손된 날로부터 1년 내에 위의 권리를 행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통상 건물의 경우 공사가 완성된 날로부터 10년 내에는 하자보수청구(소송제기)를 해야 한다.
민법상 담보책임기간은 ‘제척기간’에 해당하되(건축으로 인한 권리관계의 조속한 정리차원),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권리행사기간’이며, 재판상 청구를 위한 ‘출소기간’은 아니다(대법원 1990. 3. 9. 선고 88다카31866 판결).

위 담보책임규정은 임의규정이고, 면제특약도 가능하므로 기간을 단축하는 특약도 가능하다(대법원 1967. 6. 27.선고 66다1346 판결). 따라서 공사도급계약서에 하자담보책임을 면제하는 특약을 두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 하자담보책임의 제한
민법 669조는 “위의 하자담보책임규정은 목적물의 하자가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의 성질 또는 도급인의 지시에 기인한 때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수급인이 그 재료 또는 지시의 부적당함을 알고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하여 하자담보책임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 수급인에게 도급인의 지시가 부적당함을 고지할 의무가 발생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는 사례
수급인이 도급인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공사를 진행하던 중 지하수가 솟아 나와 이를 감리인에게 알렸는데 그가 위 지하수의 분출은 설계 변경을 할 정도의 것이 아니므로 그냥 공사를 진행하여도 별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여 수급인이 그 말을 믿고 위 지하수가 그다지 심각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여 그의 지시에 따라 솟아 난 지하수를 밖으로 빼내는 조치만 취한 채 그대로 공사를 진행한 것이라면 수급인은 도급인의 지시에 해당하는 설계도에 어떠한 잘못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는 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 수급인에게 도급인의 지시가 부적당함을 고지할 의무가 발생하였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대법원 1995. 10. 13. 선고 94다31747,31754(반소) 판결).

또한 민법 672조는 “수급인이 담보책임이 없음을 약정한 경우에도 알고 고지하지 아니한 사실에 대하여는 그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수급인의 고지의무위반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할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담보책임 면제나 경감특약을 배제할 수 있도록 했다.

☉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제한하는 약정을 했다하더라도 시공상 하자를 알고 고지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담보책임을 진다고 본 사례
민법 672조의 규정은 수급인의 담보책임기간을 단축하는 등 법에 규정된 담보책임을 제한하는 약정을 한 경우에도 유추적용되므로, 수급인이 설계도에 PC판으로 시공하도록 되어 있는 신축 아파트 지붕 배수로 상부를 합판으로 시공함으로 인하여 약정 하자담보책임기간인 2년이 경과한 후 합판 부식으로 기와가 함몰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수급인이 그러한 시공상의 하자를 알고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않은 이상 약정 담보책임기간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만으로는 수급인의 담보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대법원 1999. 9. 21. 선고 99다1903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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