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만 공원부지 사용료 받아야 하나?

1.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지자체가 사인 소유의 공원 부지에 체육시설을 설치하는 방법 또는 산책로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점유·사용 시 토지소유자는 어떻게 대응을 하여야 하는가?

통상 토지소유자는 시·도지사와 기초자치단체를 상대로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다.

이 재판의 핵심 쟁점은 지자체가 점유를 하는지 여부와 점유 시 그 액수가 쟁점이다. 또한 일부 소송에서 전소유자가 돈을 받지 않고 사용승낙을 한 경우도 문제가 된다. 사용승낙을 한 사실이 있다면 사용대차 계약을 해지하여야 할 것이다. 만일 지자체가 사용승낙을 받은 면적보다 더 넓은 면적을 사용하고 있다면 채무불이행에 의하여 사용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설치물을 철거하고 토지인도를 구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경우 권리남용으로 패소하는 사례가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철거 및 인도를 구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재판진행이 필요하다. 원고가 스스로 권리남용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나가다가 결국 패소를 한 안타까운 경우도 보았다. 이는 경험 부족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도로 공원 관련 소송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므로 전문변호사를 찾아 맡겨야 할 것이다. 잘못 소송하면 괜시리 손해를 본다.

2. 점유 여부

과거에 지방자치단체는 임야 내 일부 장소에 수도시설, 안내판 등을 설치하고 도로, 다리를 유지, 보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인근 주민들의 복지증진, 재해 및 범죄예방, 자연보호 등 지방자치단체 본연의 임무수행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한 현상일 뿐, 이를 두고 지자체가 임야를 사실상 지배의 주체로서 점유, 관리하여 온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달리 지자체가 소유자의 임야에 대한 점유, 사용을 배제하고 배타적으로 이를 점유하여 이익을 얻어 왔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항변을 많이 하였고, 그것이 받아들여진 경우도 있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04. 17. 선고 2008나41931 판결).

그러나 위와 같은 항변은 지금은 대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으므로 지자체도 그러한 항변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지자체가 점유를 하는지 여부는 더 이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특히 임야에 대한 점유의 이전이나 점유의 계속은 반드시 물리적이고 현실적인 지배를 요한다고 볼 것은 아니고, 관리나 이용의 이전이 있으면 점유의 이전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사인이 소유하는 어떠한 토지에 도로나 공원 등 도시계획시설을 설치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이 결정·고시되었다고 하더라도, 아직 그 도시계획에 따른 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곧바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점유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정식의 도시계획사업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토지에 도시계획시설을 구성하는 여러 시설을 설치·관리하여 일반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등으로 이를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범위 내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점유가 인정될 수 있다.”라고 명확히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3다2559, 2566 판결).

3. 점유 범위

오히려 점유 문제와 관련하여 다른 쟁점이 있다. 즉, 등산로와 배수로를 설치하고, 일부 체육시설을 설치한 경우 당해 설치 장소만 점유하는 지가 그 쟁점이다. 지금까지의 판결례를 보면 원고는 지자체가 당해 설치 장소만 점유하는 것으로 생각한 나머지 아예 그곳에 대해서만 측량감정을 신청하였기에 점유면적은 별다른 쟁점이 되지 못하고 말았다. 다만 서울고등법원 1998. 11. 11. 선고 97나17638 판결(피고 서울시 및 강남구)에서는 “도시공원법 제5조 제4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8조는 도시공원안에 설치할 수 있는 공원시설의 부지면적에 관하여 도시자연공원의 경우에는 20%이하로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실제설치면적에 5배에 대해서 부당이득금을 청구하였으나, 실제 점유면적이 시설물이 설치된 부분의 5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었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등산로를 설치하고 배수로를 설치하였다면 등산이나 산책 목적으로 이용되는 토지 전체를 점유하는 것이 아닌가. 점유는 간접점유도 인정된다. 즉, 등산로나 산책로, 체육시설을 설치함으로서 당해 토지 전체를 간접점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맞는다. 등산을 오는 사람이 등산로만 이용한다고 할 수 없으며, 오히려 등산객은 산 전체를 이용한다고 보는 것이 관념에 부합한다. 등산로 외의 토지가 없다면 등산을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등산객은 주변 풍광이나 나무, 꽃들을 보기 위해서, 좋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서 산 전체를 이용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소유자가 입산통제를 하지 않는 한 지자체는 산 전체를 직접 또는 간접 점유하는 것이다(대법원 2012. 12. 26. 선고 2011다73144 판결도 같은 취지이다).

다만, 이러한 주장이 아래 대법원 판결과 같은 이유로 재판부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원고인 토지 소유자는 일부 패소를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원고는 감정가보다 많은 청구금액에 대하여는 일부 패소를 하게 되어 소송비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다만 그렇게 하여야만 지자체도 보상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다. 가사 산 전체를 점유하는 것으로 주장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측량감정 시 어디까지를 점유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지는 반드시 꼼꼼히 따져야 한다. 만일 지자체가 수목을 식재한 것이 있다면 그 수목의 가지 밑 부분까지는 점유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시설물 설치로 고립된 토지부분도 점유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아래 대법원 판결이 설시한 점유인정 부분을 잘 살펴 청구하여야 할 것이다.

4. 관련 판례

하급심은 필자의 견해를 지지한 판결이 있었다. 서울고등법원은 “건설부장관이 1985. 9. 28. 월곡제1공원에 대한 공원조성계획을 결정하고, 서울특별시장이 2002. 4. 23. 월곡제1공원(오동근린공원)의 공원조성계획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각 임야 일대의 오동근린공원은 하나의 단일한 공원지역으로서 계획되고 설치와 관리가 이루어진 점, 오동근린공원에 설치된 체력단련장, 배드민턴장 및 산책로의 지주목 등 인공 시설물과 위 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자연녹지지역은 서로 독립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결합하여 하나의 공원구역을 구성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한 점(대부분이 녹지인 이 사건 각 임야 전부가 공원인 도시계획시설을 설치할 부지로 선정된 것도 위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위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위 공원에 설치된 시설물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원을 이루는 자연경관의 녹지지역도 함께 사용한다고 보아야 하는 점, 강북구청의 공원녹지과 직원들이 산림 보호를 위하여 산림 내 무단경작지 및 무단시설물을 철거하고 지속적으로 감시 활동을 하여 온 점, 강북구청장은 오동근린공원 내에서 녹지를 활용한 ‘숲 속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 점, 비록 인근 주민들이 오동근린공원 내에 1977.경 배드민턴장을 개설하기는 하였으나 강북구청장은 그 배드민턴장의 시설물이 당시 시행되던 도시공원법 및 도시계획법에 저촉되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면서 관리하였고, 한편 생활체육시설의 제공도 도시공원이 제공하는 기능 일부분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들은 강북구청장이 설치한 시설물의 면적에 한정하여 이 사건 각 임야를 공원 부지로서 점유한다고 할 수 없고, 배드민턴장 및 자연녹지공간을 포함하여 이 사건 각 임야를 전체적으로 공원 부지로서 점유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필자와 같은 입장이었다(서울고등법원 2012. 11. 28. 선고 2011나29668, 2011나29675(병합) 판결).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사정들만으로는 피고들이 설치하거나 정비하여 관리한 산책로, 운동시설 등의 시설물 부지를 넘어 자연녹지지역까지도 점유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자연녹지지역에 대한 피고들의 점유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들이 전체적으로 새로 조림을 하여 관리하거나 울타리와 출입구를 설치하여 출입을 통제하거나 안내문을 설치하여 관리자와 이용방법을 표시하는 등으로 사회관념상 피고들이 자연녹지지역의 토지까지도 계속적으로 지배하는 것으로 인식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에 관하여 충분한 심리를 한 다음, 피고들이 자연녹지지역까지도 점유한 것인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나아가 공원시설의 범위 안에서만 피고들의 점유가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시설의 설치 경위 및 시점, 위치, 면적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특정한 후 그 점유 여부 및 부당이득의 액수를 판단하였어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다(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3다2559, 2566 판결).

5. 결론

대법원 판결대로라면 시설물이 설치된 토지 이외의 토지부분까지 토지소유자가 부당이득을 청구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그러나 앞서 필자가 주장하였듯이 녹지지역이 없다면 누가 그 산을 방문하겠는가. 매우 통탄스럽다.

[도로·공원 경매 및 골목길·진입도로 해결법] 책 참고
[법무법인 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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